지난해 12월 북한에서 내려온 무인기가 서울 하늘을 휘젓고 북한으로 유유히 돌아간 지 1년이 지난 뒤, 이와 같거나 국가중요시설에 대한 자폭테러 등 더 심각한 사태가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선 민관군의 통합된 드론방호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실제 훈련을 통해 제기됐다.
육군 2작전사령부 김상목 작전기획과장(대령)은 22일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열린 '국가중요시설 대드론체계 고도화' 세미나에서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민관군 합동으로 부산 일대에서 진행한 통합 대드론 훈련 내용을 발표했다.
군에서는 육군 2작전사령부와 53보병사단, 해군 3함대, 공군 중앙방공통제소(MCRC)와 방공관제사령부가 참가했으며 정부 측에서는 산업부와 국토부 항공안전기술원, 해양경찰청이 참가했다. 민간 기업의 경우 한국수력원자력과 LIG넥스원, 프리뉴, 케이프로와 함께 학계에서도 한국과학기술원(KAIST)와 경운대 등이 참가했다.
시나리오는 북한의 복합테러와 미사일 공격이 이어지는 가운데 각종 자폭드론이 국가중요시설 등에 대해 동시다발적으로 공격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발전소 등이 이렇게 공격받을 경우 전력망 등이 영향을 받는 일은 불가피하며, 현대 문명은 전기 없이는 유지될 수 없다.
'대항군'으로는 실제로 내려왔던 북한 무인기를 본따 만든 고정익 무인기 등 여러가지 기체가 투입됐는데, 차후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반영해 모의 박격포탄을 탑재한 무인기도 투입할 예정이다. 실제로 우크라이나에서는 상용 무인기에 박격포탄이나 대전차수류탄을 탑재해 적의 머리 위에서 떨어뜨리는 공격 방식이 흔히 쓰이고 있다.
이를 탐지하기 위한 자산은 육해공군의 관제레이더와 해군 호위함 레이더 등이 동원됐는데, 당연하지만 성능과 배치된 장소가 모두 다르므로 대항군으로 쓰인 드론의 종류에 따라 탐지할 수 있는 장비와 거리 등이 모두 달랐다.
훈련 결과 2작사 관할 지역인 남부권에는 국가중요시설과 중요·일반산업시설이 밀집돼 있으므로, 이를 통합해 방호해야 한다는 결론이 제시됐다. 민군이 각각 보유한 RF스캐너와 레이더 등으로 드론을 탐지하고 나면 지휘통제를 지역방위부대가 맡아 안티 드론 건(전파방해)이나 대공포 등으로 격추시킨다는 '권역화 대드론 통합방호'다.
김 과장은 "정부는 2023년 2월부터 드론 위협에 대비해 대드론 시스템 단계적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며 "국가중요시설 밀집 지역을 권역화하여, 무인기와 드론 위협에 대한 민관군 협력 대드론 통합방어체계 구축으로 주요 시설에 대한 방호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권역화된 산업단지의 개별 시설별 대드론 방호 구축은 효과성이 떨어지고 노력이 분산되기 때문에, 기관별 협력을 통한 예산과 인원, 노력을 절감하고 효율성을 증진하는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같은 자리에서 김규하 지작사 부사령관(중장)은 "다들 (후방) 통합방위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현역들 마음 속에 통합방위는 우선순위가 높지 않다. 전방이 우선순위가 높다"며 "하지만 통합방위가 없이는 군 작전도 제대로 할 수가 없고, 그것이 현실이다. 위협이 점점 고도화되고 군 중심으로 이를 핸들링하던 시대는 지났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는 1년 전 북한 무인기 사건 당시 수도방위사령관을 맡았던 바 있다. 당시 무인기를 처음 발견한 1군단과 지작사 그리고 합참은 정작 서울을 담당하는 수방사는 빼놓고 대응 작전을 진행하는 한심한 일로 인해 결과적으로 대응에 실패, 여론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산업부 김광석 비상안전기획관은 "군도 무인기 위협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을 했고 실제로 훈련도 진행했다. 올해 을지 프리덤 실드(UFS) 한미연합훈련 당시 대항군 무인기가 뜬 것도 처음 있는 일이고 우리 측 전파방해장비(재머)를 가지고 가서 (방해전파를) 쏴 보기도 했다"며 "권역별 통합방호계획을 시범적으로 해 볼 필요가 있는데, 물론 각 시설 책임자가 시설에 맞게 최적화를 하겠지만 전체적인 그림은 군 부대가 만들어 줘야 한다. 결국 (민관군이) 같이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러한 세미나가 열리던 22일, 한화시스템은 방위사업청과 약 300억원 규모의 '중요지역 대드론 통합체계' 사업 계약을 전날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는 우리 군 최초로 전력화되는 '시설형' 드론방호체계로, 공군기지와 해군 항만 등 육해공군 주요 시설의 방어를 목적으로 한다. 영공에 침투하는 소형 무인기를 탐지·식별한 후 재밍(전파방해)을 통해 작동불능 상태로 만든다.
이 체계는 탐지 레이더와 드론 식별 및 추적용 전자광학(EO)·적외선(IR) 열상감시장비, 전파방해장비(재머), 통합 운용장치(콘솔)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한화시스템 측은 "시설 방호에 특화돼 향후 원자력발전소·공항·데이터센터 등 국가 주요 기반시설에도 배치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같은 회사가 개발한, 차량에 탑재돼 운용되는 '드론대응 다계층 복합방호체계' 신속시범획득사업 계약 또한 이날 체결됐다. 3km 이상 거리에서부터 드론을 탐지해 3km 거리에서는 재밍, 2-3km 거리에서는 '그물형' 킬러 드론, 1km 이내에서는 고출력 레이저로 요격하는 시스템이다.
한화시스템 박도현 지휘통제사업대표는 "세계적 수준의 레이더와 열상감시장비 기술, 새 떼로 오인하기 쉬운 드론 객체를 구분하는 AI 표적식별 기술, 다계층 복합 드론 대응력을 모두 결합해 다양한 경로로 날아드는 소형 무인기의 군집 공격까지 막아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