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지명되자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아바타'라며 비판 공세를 퍼붓는 모양새다. 다만 지명과 동시에 민주당 내부적으로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가운데 여당의 동태를 살피며 대응 카드를 고심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민주당 내에선 한 전 장관이 비대위원장으로 본격 등판하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권 심판론'을 확산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보는 시각이 다수다. 관련해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22일 논평을 내고 "대통령의 아바타에게 당을 통째로 바쳐 이젠 '용산 출장소'를 넘어 '직할 체제'로 바꾸겠다니 변화와 혁신의 의미를 모르나"라고 비판했다.
또 한 전 장관이 '여의도 정치'를 직접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능력 부족으로 민주당에 호재를 만들어줄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당의 한 전략통 중진 의원은 CBS노컷뉴스에 "선거를 앞두고 당대표는 무엇보다 위기 관리에 집중해야 하는데, 당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정리할 수 있는 능력이 한 전 장관에게 있는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한편에선 한 전 장관이 대중적 인기가 있고, 일부 팬덤층도 형성돼 있는 만큼 대응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친이재명계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전 장관은 냉철한 판단과 강력한 실행으로 여당을 변화시킬 능력이 있다"며 "그가 쓸 모든 카드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재명 대표가 한 전 장관이 내년 총선 지휘관으로 붙었을 때 '피고인 대 검사'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으로 최대 주 3회 재판을 받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윤석열 정권 심판 구도에서는 야당이 7:3 비율로 유리한데, 한 전 장관이 오면 이재명 리스크로 5:5가 된다"며 "우리에게 오히려 위기 상황"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당 지도부가 향후 어떠한 대응카드로 '한동훈 비대위'를 견제할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당의 쇄신을 촉구하는 비주류 모임 '원칙과 상식'은 "한동훈 비대위가 민주당의 기회"라며 당의 통합 비대위 전환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지도부 관계자는 "이제부터 서로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지 국민의힘이 내놓는 걸 따라 할 순 없는 것 아니겠나"라며 "아직 선수 교체만 했으니 어떻게 나오는지 기다리고 전략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