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공항 '설득전' 수원 vs 화성…尹 정부는 '뒷짐'

수원 군공항 이전 설득 위한 공론화 채비
'이전후보지 선정' 단계 진입 위한 과정
하지만 화성시 자극 우려에 로드맵 고심
화성지역은 "국제공항만 논의 가능" 고수
정부는 대구 사례와 달리 역할에 거리두기
정부 "우호적 여건 마련에 계속 노력할 것"

경기 오산시 죽미령 정상에서 내려다 본 수원 군공항 일대. 수원지역 주택가는 물론 화성시 병점 일원의 대단지 아파트들이 인접해 있다. 박창주 기자

경기 수원시가 군공항 이전지로 지목돼 온 화성지역을 포함한 '여론수렴' 작업에 시동을 걸었지만, 화성시는 여전히 '결사반대'를 고수해 진통이 예상된다.
 
군공항 이전사업이 공회전을 반복하는 가운데, 지난해 지방선거 국면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약속했던 윤석열 정부는 '거리두기'로 관망세를 유지하는 양상이다.
 

공론화 시동 걸렸지만…'화성시 자극' 우려에 고심

 
24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수원시는 내년 신규사업인 '수원 군공항 이전과 경기국제공항 공론화'를 준비 중으로, 화성시의 반감을 최소화할 방안 등을 놓고 고심 중이다. 사업비는 당초 3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었으나 시의회에서 삭감돼 1억 원이 됐다.
 
먼저 공론화는 수원시를 비롯해 공항 건립 대상지로 지목된 화성지역 관계자와 전문가 등으로 공론화위원회를 꾸리는 게 첫 단추다.
 
이어 위원회에서 의제들을 선정한 뒤 검증된 정보들을 공유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하고, 두 지역을 대상으로 여론조사와 토론회를 거쳐 합의점을 도출하는 방식이다.
 
단 공론화 결과는 관련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권고 사항으로, 법적 강제력은 없다.
 
수원 군공항에 착륙 중인 전투기 뒤쪽으로 수원시내 아파트단지들이 보인다. 수원특례시청 제공

구체적인 공론화 주제와 절차 등은 아직 구상 단계에 있다. 이르면 다음 달 초까지 공론화 로드맵을 마련하겠다는 게 시의 구상이다.
 
이는 지난 2017년 국방부가 예비이전후보지로 화성 화옹지구를 선정한 이후, 화성 지역사회의 거센 반발로 멈춰 있는 이전사업의 진도를 나가기 위한 절차로 풀이된다.
 
'예비' 글자를 떼고 이전후보지 선정 단계로 넘어가려는 것으로, 군공항을 옮기려면 현행법상 이전후보지 지자체의 '유치신청'이 있어야 해 이전지 주민들의 공감대 형성이 필수다.
 
이런 절차를 건너뛰기 위해 김진표 국회 의장 주도로 입법 시도(특별법 제·개정안)가 되풀이 되기도 했지만, 매번 화성지역의 반발심만 자극하며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공론화로 관심이 쏠리는 상황.
 
수원시가 지난해 공개한 군공항 '종전부지 및 이전부지 주변지역 발전구상안' 도면. 수원특례시청 제공

이런 가운데 지역 일각에는 경기도도 김동연 도지사의 공약사업인 경기국제공항 건설과 관련한 공론화와 자체 사전타당성 조사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수원시 공론화와의 불필요한 중복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도가 화성 외 지역으로의 이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공론화 기능 중복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수원시는 화성으로의 군공항 이전을 전제로 공론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뒤따른다.
 
김진표(가운데) 국회의장과 이재준(오른쪽) 수원특례시장이 수원시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시청 로비를 함께 걷고 있다. 수원특례시청 제공

다만 수원시는 반대 여론이 고착화된 화성 지역사회를 자극하지 않는 내용과 방식을 찾기 위해 고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이전후보지 선정을 위해서는 대상 지역 주민들과 지자체장의 유치신청이 있어야 해 공감대가 필수 조건이다"라면서도 "이전지까지 포함한 고난도의 공론화이므로 상대 지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내용과 방식을 찾기 위해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화성시 '요지부동'…"단계적 폐쇄+민간공항만 논의"

 
수원시의 우려대로 화성시는 화옹지구로의 이전을 강력 반대하며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수원 군공항에 병점 등 화성지역도 인접한 만큼, 소음 피해와 추락사고 위험이 높은 노후 전투기를 신형으로 바꾸고, 다른 지역에 분산 배치해 단계적으로 활주로를 폐쇄해야 한다는 게 화성시의 논리다.
 
또한 화성시는 경기도와 수원시 등이 군공항과 함께 지으려는 경기국제공항에 대해서도 전투비행장을 제외한 민간공항 유치만을 공론화 대상으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지난달 29일 수원전투비행장 화성이전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수원 군공항 이전 특별법안 입법 반대'를 위한 집회를 개최했다. 수원전투비행장 화성이전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 제공

화성지역 일각에서는 '화성 서부권 주민들은 정부에서 확실한 당근을 챙겨주지 않는 한 스스로 공론화에 참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피해지역에 대한 보상책과 국제공항 건설의 실현 가능성 확보 등 진정성 있는 설득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화성시는 CBS노컷뉴스 질의에 대한 서면답변에서 "매향리는 47년간 전투기 굉음과 무자비한 폭격 훈련으로 아픔을 간직한 지역이다"라며 "이제야 평화를 찾은 서부 주민들에게 충분한 위로도 없이 일방적인 수원 전투비행장 이전 공론화 참여를 요구하는 것은 화성시민들 간 갈등만 초래하는 억지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원 군공항 이전은 찬성하나, 일방적인 화성시로의 이전을 반대하는 기조에 변함은 없다"며 "전투기를 현대화하거나 노후 전투기 분산 배치로 점진적인 폐쇄를 우선 검토하는 공론화가 된다면 적극 참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지자체 아이디어로 시작"…뒷짐 쥔 윤석열 정부

 
지난해 5월 윤석열 대통령(당시 당선인)이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더함파크에서 열린 수원 군공항 소음피해 관련 간담회에 참석했다. 국민의힘 김은혜 경기도지사 후보와 김용남 수원시장 후보가 동행한 모습. 박창주 기자

이처럼 군공항 이전 갈등의 매듭을 찾지 못하고 있지만, 군공항 운영과 민간공항 건설의 주체인 정부는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지방선거 국면에 당선인 신분으로 국민의힘 후보들과 수원시를 찾아 군공항 이전에 적극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갈등 중재나 이전지 대안 모색 등 주도적 역할을 하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대구 군공항 이전 등과 관련해 정부가 지원책을 발표하는 등 적극 행보를 보이는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국방부는 서면답변을 통해 "국방부는 올해 화성시·수원시 및 관계부처 협의, 시민단체 면담 등을 총 16차례 실시했고, 앞으로도 우호적 여건 조성에 노력하겠다"면서 "경기도내 9개 후보지에 대해 군사작전 적합성 충족 여부를 검토한 결과 화성시 화옹지구를 수원기지의 유일한 대체 장소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수원 군공항 폐쇄 가능성에 대해서는 "수도권에 대한 기습공격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며 "타 기지를 통·폐합할 경우 항공전력이 과도하게 편중되고, 유사시 항공전력이 편중된 기지에 공격이 집중되면 정상적인 항공작전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답했다.
 
지난 6월 수원특례시의회 의원들이 '수원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연내 처리를 촉구했다. 수원특례시의회 제공

민간공항과의 통합 이전과 관련해 국토교통부는 '지자체 아이디어일 뿐, 공식화된 게 아니다'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군공항 이전을 포함한 민간공항 건설은 각 지역의 민원에 따른 것이지, 정부가 앞장설 사안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같은 흐름 속에서 경기국제공항 사전타당성 연구용역비도 제대로 집행되지 않고 불용처리 된 것으로 해석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CBS와의 통화에서 "6차 공항개발종합계획(2021~2025년)에 '지자체 간 협의 상황 등 제반 추진 여건을 종합 고려 후 추가 검토한다'는 한 줄만 넣었을 뿐, 공항계획에 경기남부공항이 정식 반영된 게 아니다"라며 "국제공항 필요성조차 연구되지 않았고 관련법(특별법)안은 국회에 상정 대기로 멈춰 있어, 국토부 혼자 나설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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