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국가대표 배드민턴 선수단 포상식'이 열린 지난 20일 충남 서산 베니키아호텔. 올해 항저우아시안게임을 비롯해 세계선수권대회(개인), 전영 오픈 등 굵직한 국제 대회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둔 선수단을 격려하는 자리였다.
대한배드민턴협회는 대표팀 선수단·코치진에 기념패 및 포상금 약 1억2000만 원을 전했다. 후원사 포상금 1000만 원까지 더해졌다.
이날 누구보다 흐믓하게 행사를 바라보는 이가 있었다. 바로 김학균 대표팀 총감독(52)이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이후 김 감독은 올해 국제 대회에서 대표팀을 이끌고 눈부신 성과를 냈다.
일단 안세영(삼성생명)이 최고 역사를 자랑하는 전영 오픈에서 1996년 방수현 이후 무려 27년 만에 여자 단식 금메달을 따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한국 선수 최초로 단식 정상에 등극하며 역시 방수현 이후 27년 만에 세계 랭킹 1위에도 올랐다.
복식 간판 서승재도 세계선수권에서 강민혁(이상 삼성생명)과 함께 남자 복식 우승을 일궜다. 채유정(인천국제공항)과 나선 혼합 복식까지 2관왕을 달성했다.
아시안게임에서도 호성적을 거뒀다. 안세영이 여자 단체전과 단식까지 제패하며 1994년 히로시마 대회 방수현 이후 29년 만에 아시안게임 2관왕에 올랐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당시 노 메달 수모를 당했던 한국 배드민턴은 항저우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남자 복식·여자 복식), 동메달 3개(여자 복식·혼합 복식)를 수확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대표팀은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올해의 선수를 휩쓸었다. 안세영과 서승재가 각각 올해의 여자, 남자 선수에 올랐다.
선수들도 물론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이른바 '김학균 사단'이 있었기에 한국 배드민턴의 부활이 가능했다. 안세영 등 시즌을 마친 톱 랭커 선수들은 휴가를 떠났지만 일부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국가대표 선발전 현장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다. 그만큼 올해 거의 쉬지 못하고 연구와 지도를 반복해온 것이다.
김 감독은 "코치진에게 휴가를 주긴 줬지만 복식 담당 코치진은 선발전 평가위원을 해야 한다"면서 "나도 오늘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건강 검진을 받고 내려왔다"고 전했다. 이어 "훈련 등으로 피곤할 텐데 모두 잘 따라와줬다"고 미소를 지었다.
대표팀은 김 총감독 외에 한동성(남자 복식), 이경원(여자 복식), 김상수(혼합 복식), 정훈민(남자 단식), 성지현(여자 단식) 코치 등이 포진해 있다. 외국인 코치, 트레이너까지 12명이다.
외박이 거의 없을 만큼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며 선수들을 지도한다. 지난 8월 아시안게임 미디어 데이에서 김 감독은 "대표팀 선수와 코치진이 지옥 같은 스케줄을 치르고 있다"면서 "국제 대회가 없으면 국내 대회를 치르고 나머지 시간에는 선수촌 훈련을 하는데 집에 제대로 가본 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대표팀 분위기도 최상이다. 사실 한국 배드민턴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이후 세대교체 과정에서 잡음이 일었고, 이후 감독 교체에서도 마찰이 빚어졌다. 지도자와 선수 사이에 불화설도 돌았다. 그러나 감학균 체제에서는 힘든 일정에도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코칭스태프가 장난치고 농담하고 웃는 걸 처음 본다'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내년 파리올림픽을 대비해 새로운 훈련 방법도 시도한다. 김 감독은 "1월부터 실내 종목으로는 처음으로 폴라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축구처럼 선수들의 몸에 장비를 부착해 심폐 지구력 등을 체크한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올림픽에 대비해 선수들의 체력을 정확하게 측정하고 부상 원인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림픽에서도 금메달 2개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림픽은 아시안게임과 달리 남녀 단식, 남녀 복식, 혼합 복식 등 개인전만 열린다.
김 감독은 "올해는 아시안게임이 가장 큰 목표였는데 선수들이 잘 해줘서 성적이 잘 나왔다"면서 "올해의 선수 2명을 모두 배출했으니 정말 만족한 시즌이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내년에는 올림픽을 목표로 다시 달리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