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처리 시한을 보름 이상 넘겨 통과한 내년도 예산안에 여야 실세 의원들의 사업 예산이 상당부분 증액되거나 신설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올해 들어 '달빛고속철도 사업'과 같은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 규모가 총 9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건전재정 기조를 강조하던 정부와 국회가 결국 총선을 앞두고 '포퓰리즘 예산'에 집중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예산 '지각 처리'했지만… '실세'들 '제 지역구 챙기기'
21일 국회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국민의힘 김기현 전 대표의 지역구 울산의 경우 도시철도 건설 사업 27억4200만원, 하이테크밸리 간선도로 사업 16억5천만원,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원 사업 37억5천만원이 신설됐다. 이는 정부가 제시한 원안에는 책정되지 않은 예산이다.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의 지역구 대구 달서구에서도 지방보훈회관 건립 사업 2억5천만원, 개방형명상센터 건립 1억5천만원 등 새로운 사업 예산이 책정됐다. 특히 친윤 핵심으로 불리는 권성동 의원의 경우 지역구인 강원 강릉에 정비 및 교통사업이 신설돼 내년도 예산 54억9500만원을 따내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의원들의 지역구에서도 예산이 늘어났다. 이재명 대표의 지역구 인천 계양구에서는 비점오염저감사업 예산이 정부안인 7억800만원보다 3억5400만원이 늘었다. 또 노후하수관로 정비 예산 3억원이 신설됐다.
홍익표 원내대표가 출사표를 던진 지역구 서울 서초구 예산과 관련해서는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리모델링 사업 예산이 10억원 늘었다. 이개호 정책위의장의 지역구인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의 경우에도 담양군 위험도로개선 예산이 10억원 늘었고, 함평 공공하수처리구역 하수관로 정비 예산이 12억9800만원 증액됐다.
'달빛철도 특별법' 등 '예타 면제 추진 사업' 규모만 90조
국회에 따르면 이같이 예타를 면제하는 내용의 특별법이 현재 상임위에서 심사 중이거나 통과된 사업의 규모가 올해에만 9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가 추진하고 있는 달빛고속철도의 경우 6조429억원으로 추산되며, 서울지하철 5호선 철도 김포 연장 사업도 3조원 규모다.
또 1호선 등 도심철도 지하화 사업에 45조2천억원 가량이 책정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수원 군공항 이전에 20조원, 대구경북(TK) 신공항 건설에 민간·군공항 통합해 11조4천억원이 포함됐다. 이 중 TK신공항은 특별법이 본회의까지 통과한 상태다.
결국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주요 지도부 인사들의 지역구 선싱성 예산에 이어, 무분별한 예타 면제 논란까지 향후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모양새다. 정치권에 의한 선심성 예타 면제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예타 외 타당성 평가를 따로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