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상에도 낙서해라"…낙서 범행 지시한 '이팀장'

10대 피의자 배후엔 '이 팀장'…"세종대왕상에도 낙서해라"
텔레그램 접촉, "300만원 주겠다"…경찰 배후 인물 수사

지난 18일 서울 경복궁 영추문 인근 담벼락이 낙서로 훼손돼 있다. 박종민 기자

10대 피의자들에게 '돈을 준다'며 경복궁 담벼락에 낙서를 지시한 배후 인물이 광화문 광장의 세종대왕상에도 낙서하게끔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서울 종로경찰서는 전날 문화재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임모(17)군과 김모(16)양을 6시간 가량 조사했다.

경찰 수사 등에 따르면 임군과 김양은 아직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배후 인물로부터 경복궁 담벼락에 낙서한 뒤 세종대왕상으로 이동해 낙서하라는 추가 지시를 받았다. 다만 이들은 "경비가 삼엄하다"며 추가 범행은 거절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같은 지시를 내린 배후 인물은 임군과 텔레그램으로 접촉했다. 이 배후 인물은 지난 11일 텔레그램 단체방에 '일하실 분, 300만 원 드린다'라는 글을 보고 임군이 연락했고, 이 과정에서 자신을 '이 팀장'이라고 소개했다고 한다.  

임군과 김양은 범행 과정에서 택시 명목 등으로 10만 원을 각각 5만 원씩 두 차례 나눠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돈은 모두 임군이 받았다.

범행이 끝나자 '이 팀장'이라는 배후자는 "수원 어딘가에 550만 원을 숨겨놓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이들에게 "도망 다녀라"라고 한 뒤 본인도 잠적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10대 피의자들에게 구체적인 범행 시간과 장소, 방법을 지시했던 '이 팀장' 등 배후 인물을 특정하기 위해 수사망을 좁혀가고 있다.

첫 번째 경복궁 낙서 사건의 피의자인 이들은 지난 16일 오전 1시 42분쯤 경복궁 영추문과 국립고궁박물관 주변 쪽문 등 3개소에 스프레이를 이용해 '영화 공짜'라는 문구와 불법 영상 공유사이트 주소 등을 적어 문화재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경찰은 범행 현장 주변 CCTV 영상 등을 토대로 피의자들이 도주한 경로를 분석하며 소재지를 파악해 왔다. 경찰은 지난 19일 오후 7시 8분쯤 임군을, 오후 7시 25분쯤 김양을 검거했다.

경찰은 전날 오후 임군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다만 공범 김양은 나이, 범행 가담 정도 등을 고려해 전날 오후 12시쯤 석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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