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그룹과 동원그룹 오너간 자존심 대결 양상을 보였던 HMM 인수전이 하림그룹의 완승으로 끝난 가운데 여파가 오너 2세들의 경영 능력 평가전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두 그룹 모두 경영권이 오너 2세들에게 옮겨간 상황에서 진행된 이번 인수전은 그룹을 국내 10위권으로 도약시킨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업적이자 대내외적으로 2세 경영체제로의 성공적인 안착 여부를 평가할 시험 무대로도 평가됐다.
특히 동원그룹의 경우 맥도날드와 보령바이오파마 M&A가 연이어 불발된 상황속 뛰어든 HMM 인수전 결과가 주목됐는데 이번에도 고배를 마시며 2세 경영진의 경영 능력에 대한 시장의 물음표가 커질 전망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하림은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금융과 팬오션 영구채 발행 등으로 HMM 인수 자금 마련을 준비하고 있다.
하림그룹은 HMM 인수희망가로 6조4천억원 안팎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는데 지난달 실시한 본입찰에 참여한 동원그룹보다 소폭 높은 인수가를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세부 계약 조건에 대한 협상을 거쳐 내년 상반기 중 거래를 종결한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초 예비입찰 이후 하림과 동원 모두 'HMM를 인수할 체급이 되지 않는다'는 평가도 나왔지만 두 그룹은 오너까지 전면에 나서면서 HMM 인수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동원그룹 김재철 명예회장은 "HMM 인수는 꿈의 정점"이라는 말로 HMM 인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고, 하림그룹 김홍국 회장도 "(HMM 인수는) 앞으로 잘할 사람이 하는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는데 결과적으로 김재철 회장의 꿈은 '백일몽'으로 그쳤고 김홍국 회장의 말은 '근자감(근거없는 자신감)'이 아닌 '청사진'이 됐다.
두 그룹의 희비는 그룹 2세의 경영 판단이 갈랐다. '왕회장'들이 나서긴 했지만 두 그룹의 HMM 인수전 지휘는 오너 2세들이 주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영 이사는 HMM 인수에 하림의 재무적투자자(FI)로 동참한 JKL파트너스의 수석운용역으로 HMM 인수와 관련된 실무를 지휘했고, 동원도 김남정 부회장이 전반적인 상황을 주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 모두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되긴 했지만 2세 경영 체제로 본격 전환을 위해서는 상징적인 업적이 필요했는데 김준영 이사는 HMM 인수전이 마무리될 경우 그룹 재계 순위를 14계단 뛰어오른 13위로 올리며 경영 능력을 대외적으로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김남정 부회장의 경우 경영 능력에 대한 시장의 물음표가 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초부터 공격적으로 진행됐던 M&A가 줄줄이 불발된 가운데 동원그룹이 HMM 인수전 참여를 공식화한 뒤에도 시장에서는 '완주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앞서 동원은 지난 1월 외식사업 확대를 위해 한국맥도날드 인수 예비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하고 실사를 진행했지만 미국 본사와 사업 운영방식 및 인수가격 등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절차를 중단했다. 지난 2월에는 보령바이오파마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단독으로 실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배타적 우선협상권을 받기로 했지만 한 달여 만에 보령바이오파마에서 동원산업에 부여했던 단독 실사권을 철회하면서 인수를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
세간의 의심의 눈초리에도 불구하고 동원은 완주 의지를 불태웠지만 결과는 동원의 참패였다. 동원이 하림보다 근소하게 낮은 가격이긴 하지만 채권단의 예정 가격을 밑도는 가격을 적어내 우선협상자로 선정될 자격 요건 자체를 갖추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자 '동원이 그럴 줄 알았다'는 시장의 평가가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HMM 인수전에 참가한 두 그룹이 제시한 청사진은 달랐지만 2세 경영 능력 입증과 그룹 몸집 키우기 등 경영권을 기준으로 한 목적은 비슷했다고 본다"며 "동원이 의도적으로 예가 이하로 인수가를 적어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매번 그룹차원에서 야심차게 추진한다고 했던 M&A가 계속 불발되는 모습이 시장에서 좋게 평가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