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이자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은행권이 내년 초까지 개인사업자 187만명에게 1조6천억원의 이자환급(캐시백)을 실시한다.
취약계층을 위해 이자환급 외에도 4천억원을 전기료나 임대료 대납, 또는 보증기관, 서민금융진흥원 출연 등을 통해 지원한다.
앞서 금융당국은 은행권과 함께 코로나19와 고금리, 고물가 충격에 노출된 자영업자ㆍ소상공인들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내용의 '은행권 민생금융지원방안'을 논의해왔다.
'2조원+α' 규모의 은행권 민생금융 지원방안 발표
조용병 은행연합회장과 시중은행장들은 21일 오전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간담회를 열고 '2조원+α' 규모의 은행권 민생금융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앞서 금융위와 금감원은 지난달 금융지주회사 간담회, 은행장 간담회를 잇달아 개최해 자영업자·소상공인 이자부담 경감을 위한 공동의 사회적 역할을 확대하기로 뜻을 모았다.
코로나19로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대출에 의존해 생계를 겨우 꾸려갈 때, 은행권은 천문학적인 예대마진으로 일명 '돈잔치'를 벌여 사회적 역할을 외면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된 것이 배경이 됐다.
일각에서 국회 입법을 통한 '횡재세' 도입으로 은행권의 사회적 분담을 법적으로 강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었다.
하지만 특정 민간 영역의 영업활동을 법으로 강제해 추가 과세하는 것은 과세 형평을 저해한다는 반론도 만만찮았다.
이에 따라 횡재세 도입보다는 은행권이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는 영세 소상공인 등을 위해 횡재세 과세 규모인 2조원 안팎의 상생 금액을 자율적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앞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도 지난 18일 "횡재세는 특정 업종만을 구분해 차별적으로 추가 과세하는 것으로 과세형평을 저해하고 가격 인상 등을 통해 세부담이 전가되는 등 여러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은행권이 자율적으로 금융부담을 완화하고 사회적 기여를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지난 1년간 낸 이자 최대 300만원 환급, 평균 85만원 수준
금융당국과 은행연합회는 이날 '2조원+α' 규모의 은행권 민생금융 지원방안에 대해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최대한의 범위'에서 코로나19 종료 이후 높아진 금리부담의 일정수준을 '직접적으로 낮춰줄 수 있는, 체감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평가했다.
국책은행인 산업·수출입은행을 제외한 18개 은행이 각각 자사 당기순이익 10% 수준을 분담해 모이는 2조원이 재원이 된다. 산업·수출입은행은 정책금융 프로그램을 통해 추가적 지원(+α)을 하게 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조원+α의 지원액은 자영업자·소상공인 등 취약계층과 취약계층 지원기관 등에 대한 지원비용으로 활용될 예정"이라며 "이러한 방식으로 진행된 은행권 상생금융 활동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라고 말했다.
이번 은행권 민생금융 지원방안은 '공통 프로그램'과 '자율 프로그램' 두 가지 방식으로 추진된다.
은행권은 공통 프로그램으로 올해 12월20일 기준(발표전일 마감 기준) 개인사업자대출을 보유한 차주를 대상으로 이자환급을 시행한다.
이자환급 금액은 대출금 2억원을 한도로 1년간 4% 초과 금리 이자납부액의 90%(감면율)다. 다만 차주당 300만원을 총 환급 한도로 정했다.
예를 들어 지난 1년간 대출금이 3억원에 대출금리가 5%였다면 이자환급액은 2억원×(5%-4%)×90%로 180만원이 된다. 대출금리가 6%였다면 환급액은 그만큼 더 커지지만 300만원이 한도다.
최근까지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이자환급 금리 기준을 5% 초과, 대출금 한도 기준을 1억원으로 환급 대상을 논의했지만, 올해 취급된 개인사업자대출의 금리대별 고객 분포와 대출금액 등을 고려해 기준을 크게 완화해 최대한 많은 소상공인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 설계했다.
개인사업자대출의 금리대별 고객 분포에 따르면 금리 5%대에 집중된 대출액 비율이 75%에 달하고, 차주수도 60% 이상이다.
다만 은행별로 건전성과 부담 여력이 다른 만큼 지원금액 한도와 감면율을 일부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 열어놨다. 부동산임대업 대출 차주는 이번 지원대상에서 제외된다.
은행권은 이번 공통 프로그램을 통해 약 187만명의 개인사업자에게 총재원 2조원의 약 80%인 1조6천억원이 지원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출자 1인 평균 지원액은 85만원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전기료 임대료 포함 취약계증에 4천억원 추가 지원
은행권은 1조6천억원의 이자환급을 시행하고 남은 4천억원을 활용해 자영업자·소상공인을 비롯한 취약계층을 폭넓게 지원할 계획이다.
이자환급 외 방식(전기료, 임대료 등 지원)의 소상공인 지원, 자영업자·소상공인 이외의 취약계층 지원, 보증기관 또는 서민금융진흥원 출연 등 다양한 방식을 활용해 효과적인 지원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날 발표된 지원방안의 신속한 집행을 위해 당장 내년 1월 중순까지 은행별 집행계획 수립을 완료하고, 2월부터 이자환급 지원을 개시할 예정이다.
또 3월까지 이자환급을 최대한 집행해 지원 체감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향후 분기별로 금번 민생금융지원방안에 따른 은행별 집행실적을 취합ㆍ점검해 발표함으로써 이번 방안이 신속하고 실효성 있게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내년 3월까지 이자환급액 50% 집행…별도 신청 필요 없어
이번 민생금융지원의 재원은 각 은행 당기순이익의 10% 수준이다.
금융당국과 은행연합회는 은행의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은행권에 대한 국민적 기대에 최대한 부합할 수 있는 수준을 당기순이익의 10%로 판단했다.
최근 서민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은행의 당기순이익이 크게 증가하면서 은행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행 요구가 증대되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당기순이익을 배분기준으로 사용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NH농협, 신한, 우리, 하나, 국민은행 등 5대 은행 기준으로 각각 2천~3천억원의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민생금융지원을 공통 프로그램인 이자환급과 취약계층 지원이라는 자율 프로그램으로 나눈 배경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영업부진에 이어 고금리·고물가 충격에 직면한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을 집중적·우선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판단이 깔렸다.
모든 은행이 참여하는 공통 프로그램으로 자영업자·소상공인을 두텁게 지원하고, 이후 남는 재원으로 위기에 처한 취약계층을 은행 자율적으로 다양하게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민생금융지원에 별다른 차질이 없다면 내년 3월까지 50% 수준이 집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생금융 지원방안에 따른 이자 캐시백은 별도의 신청절차 없이 각 은행이 자체적으로 지원대상과 지원금액을 산정해 대상 차주에 대한 캐시백 등을 지원한다.
특히 캐시백을 받기 위한 조건으로 일정 기간 내에 신청을 하거나, 추가로 대출을 받을 필요는 없기에 이를 악용한 '보이스피싱' 등의 금융사기에 유의해달라고 금융당국은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