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야구 메이저 리그(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초대형 계약을 맺고 빅 리그 무대를 밟게 된 이정후(25)가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정후는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했다. 이정후는 "(빅 리그 진출이라는) 1차 목표를 이룬 것 같다. 이제 가서 잘하는 게 2번째 목표"라고 당찬 소감을 밝혔다.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지난 15일(한국 시각) "자이언츠는 외야수 이정후와 MLB 6년 계약에 합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정후와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474억 원)에 합의했다"며 "2027년 시즌 후 옵트아웃 신청 가능 조항을 포함했다"는 소식도 덧붙였다.
예상한 수준을 넘어선 대형 계약이었다. 포스팅이 시작되기 전만 해도 현지에선 이정후가 계약 기간 4~6년, 6000만~9000만 달러 수준으로 빅 리그 구단과 계약할 것이라고 예측했기 때문이다.
이정후는 이를 예상했을까. 이정후는 "사실 그 제안이 구단의 첫 제안이었다"며 "제안을 받는 순간 발이 풀렸다"고 계약 당시를 돌이켰다. 이어 "당시 에이전트가 '지금까지 어렸을 때부터 야구를 해온 것에 대한 보상을 받은 거다'라고 말해줬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협상 내용을 자세하게 밝힐 수는 없어도 샌프란시스코라는 명문 구단 팀에 가게 돼서 영광"이라면서 "저한테 이렇게 투자해 주신 만큼 준비를 잘해서 구단 기대에 걸맞은 플레이로 보답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이정후는 포스팅을 통해 MLB에 진출한 한국 선수 중 최고 금액 계약 기록을 남기게 됐다. 앞선 기록은 지난 2013년 한화 이글스에서 뛰던 류현진이 LA 다저스와 맺은 6년 3600만 달러 계약이다. 야수 중에선 2021시즌을 앞두고 키움 히어로즈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이적한 김하성이 당시 맺은 4년 2800만 달러 계약이 최대 규모였다.
MLB 포스팅을 거치지 않은 선수까지 포함하면 이정후의 계약 규모는 역대 총액 2위가 된다. 1위 기록은 추신수(SSG 랜더스)가 보유하고 있다. KBO 리그를 거치지 않고 미국으로 직행한 추신수는 2014년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 1억 3천만 달러 금액으로 계약한 바 있다.
아시아 출신 야수로도 최고액 역사를 썼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일본인 외야수 요시다 마사타카(30)가 보스턴 레드삭스와 계약한 5년 9000만 달러가 종전 최고 기록이었다.
그럼에도 이정후는 "제가 이런 계약을 따내서 제 동기들이나, 후배 선수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보다 훨씬 더 재능이 좋고 뛰어난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지금에 안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이정후는 단지 금액 외에도 만족스러운 계약 조항이 따로 있다고 했다. 바로 자선 기부 조항이다.
이정후는 "제가 지역 사회에 기부할 수 있는 내용을 넣은 게 만족스럽다"며 "미국은 연고제 선수가 잘 되면 지역에 기부하는 방식이 있다해서 그 조항을 넣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샌프란시스코 구단이 밝힌 계약 내용 중엔 이정후가 내년엔 6만 달러, 2025년엔 8만 달러, 2026년과 2027년에 각각 11만 달러, 2029년부터 2029년까지는 매년 10만 2500달러를 기부하기로 한 조항이 있다.
이정후의 눈은 벌써 빅 리그를 향해있다. 이정후는 목표에 대해 "제가 우승을 한 번도 아직 못 해봐서 우승을 가장 하고 싶다"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그러면서 "팀이 이기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첨언했다.
그러면서 이정후는 야구팬들에겐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며 "멋진 플레이로 팬분들께 잘 보답해 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당부했다. KBO 리그 친정팀 키움 팬들에겐 "응원과 함성 항상 잊지 않고 가슴 속에 잘 새기면서 미국에서도 열심히 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