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
① 강원도형 농어촌유학 현주소 ② 강원도 농어촌유학 선도 학교 1 -'자구책'으로 전국에 입소문 탄 양양 현북초 ③ 강원도 농어촌유학 선도 학교 2 -강원도내서 '가장 많은' 유학생 유치한 영월 옥동초 ④강원도 농어촌유학 선도 학교 3 -"졸업까지 하고 싶어요" 학생들의 꿈 된 농어촌유학 ⑤ 기적을 일궈낸 해남 땅끝마을 '북일초등학교' ⑥ 도시 아이들에게 제2의고향 만들어줄 '농어촌유학' 성공의 길 |
'산으로 강으로' 마음껏 뛰노는 유학생활 '홍천 삼생초'
"전교생의 얼굴과 이름을 다 알 수 있어서 좋아요".
5개 학급, 스무명이 조금 넘는 학생들이 재학중인 강원 홍천군 서석면의 작은 산골마을에 위치한 삼생초.
이 학교는 올해 2학기부터 강원도교육청의 농·어촌유학 프로그램 시범학교에 선정돼 새로운 학생들을 맞게 됐다.
주인공은 정아인(2학년), 정재영(1학년) 남매와 이현동(4학년), 이윤슬(1학년) 남매. 가족체류형 유학을 통해 온 이 학생들은 부모와 함께 학교 주변의 농가 주택과 펜션 형태의 휴양관에서 살고 있다.
북적북적했던 서울 학교를 떠나 작은 학교로 전학을 오게 된 아이들은 처음 걱정과 달리 전교생 모두와 친분을 빠르게 다지고 농촌 생활을 즐기면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지난 21일 찾은 삼생초는 학생들이 꾸민 무대들로 한 해를 장식하는 '삼생축제의 날' 학예회가 열렸다. 첫 무대는 '아름다운 대한민국'을 주제로 난타 퍼포먼스를 선보인 1~4학년 학생들이 장식했고 전통춤과 율동, 댄스, 사물놀이까지 다양한 무대를 선보였다. 학부모들도 자녀들의 무대에 호응해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지난 8월 제21회 전국 리코더 콩쿠르에서 합주부문 대상을 차지한 실력답게 마지막 무대는 리코더 합주로 막을 내렸다.
행사가 끝난 뒤 만난 이현동 군은 "서울에서 전학을 간다고 할 때 친구들하고 헤어지는게 걱정이 됐었는데 지금은 너무 행복하다. 자율활동 시간이 너무 좋고 친구들하고 리코더 연습하면서 장난 칠 때가 제일 재밌다"고 말했다. 이윤슬 양은 "언니 오빠들이 잘 놀아줘서 너무 재밌다"며 해맑은 웃음을 지었다.
정아인 양은 "전교생의 얼굴과 이름을 다 알 수 있어서 너무 좋고 특히 국어시간에 이야기 만들기가 가장 재밌고 밤에는 별도 잘 보이고 조용하다"고 말했다.
농어촌유학을 마음먹으면서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던 학부모들은 자연친화적인 학교 프로그램들과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에 시름을 덜었다. 두 남매의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최근 6개월 연장 신청서를 내고 내년 1학기도 이 곳에서 지내기로 결정했다.
정아인·재영 학생의 엄마 김은실씨는 "처음엔 연장을 생각하지 않고 와서 정말 딱 한 학기만 하고 가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우선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고 학교 프로그램들도 너무 좋았다. 체험학습도 많고 자연하고 느끼는 프로그램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공부를 등한시하는 것도 아니고 소수 정예로 담임선생님께 수업을 받는데 어디가서 이런 수업을 받을 수 있을지 굉장히 만족했다"며 "농촌 유학을 오게 됐다고 하니 마을 주민분들도 신경도 많이 써주시고 배려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오원지(이현동·윤슬 남매 엄마)씨는 "이 학교가 아이들을 정말 위한다는 느낌을 받아 결정했는데 6개월이 금방 지나간 것 같다. 현동이는 여기서 졸업까지 하겠다고 하는 상황인데 사계절을 다 느껴보자고 가족들과 이야기가 돼 망설임 없이 연장하기로 했다.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꽤 오랜기간까지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런 제도가 더 연장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3~4학년이 복수학급으로 운영중인 만큼 삼생초는 내년부터 전 학년이 골고루 편성될 수 있도록 농촌 유학생 모집을 위한 신청서를 교육청에 제출했다.
노현수 홍천 삼생초 교장은 "11명을 신청했는데 최대한 많이 배정됐으면 좋겠다"며 "마을 주민분들께서 많이 도와주고 있는만큼 주민과 학교가 노력한다면 굉장히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이들끼리 어울리며 생활하는 '춘천 별빛농촌유학센터'
지난 17일 춘천 사북면 고탄리에 위치한 춘천별빛농촌유학센터. 센터 마당 앞에 옹기종기 모인 송화초 학생들과 지역 주민들은 내년 먹을 김치를 담그는 '김장'에 한창이었다.
아이들은 고사리같은 손으로 절인 배추에 양념을 발라 김장 통에 김치를 차곡차곡 쌓았다. 자신들이 담근 김치를 맛보다 맵다며 이리저리 뛰는 아이들부터 3~4명이 모여 묵묵히 김치를 담그는 아이들까지 추운 날씨에도 학생들은 웃음을 멈추지 않으며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설립된 이 센터는 지역 학교 살리기를 목표로 일본 농촌 유학센터에 영감을 받아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했다.
올해 강원도교육청이 선정한 농·어촌유학 프로그램 시행 학교인 송화초등학교와 연계해 유일하게 방과 후 아이들만 모여 생활하는 곳이다.
현재 14명의 학생들이 기숙 형태로 거주중이며 이 중 7명이 농촌유학 프로그램을 신청해 온 아이들이다.
학교는 아카펠라 동아리 등 문화예술공연 체험과 아이들이 운영하는 학교 텃밭 가꾸기, 검도교실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센터는 방과 후 농촌마을과 연계한 프로그램들을 제공한다.
가장 이색적인 활동은 아이들끼리 한 공간에 모여 생활하는 점이다. 한 방에 최대 3명씩 거주하는 공간에 거실과 주방을 공유하며 공동체 생활을 배운다.
아이들은 학교와 센터 내에서 일절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고 2주에 한 번씩 집으로 돌아갈 때만 맡겼던 휴대폰을 가져간다. 처음엔 모든 게 익숙하지 않고 불편하게 여겼던 학생들은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소통하고 대화하는 시간에 집중하게 됐다.
노원균(4학년·서울 서초구 거주) 군은 "(센터에서 하는)여름 캠프에 엄마가 와보라고 해서 가봤는데 재밌어서 유학오게 됐다. 학원 안다니고 노는거, 공부하는게 제일 재밌다"며 "친구들하고 같이 있어서 센터에서 자는 것도 무섭지 않다"고 말했다.
새로운 학생들이 오게 되면서 기존에 학교를 다니던 학생들도 웃음꽃을 되찾았다. 춘천에 거주하는 조강훈(5학년) 군은 "학교에 오는 게 멀어도 친구들이랑 놀면서 배울 수 있는게 좋다"며 "센터에서 활동도 많이 하고 친구들하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게 좋다"고 했다.
13년이 넘는 운영 기간 동안 수료한 학생들이 100명이 넘는 이 센터는 수 차례 운영난을 겪어오다 이번 교육청 프로그램으로 인한 홍보 효과로 학부모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 학기만 왔던 7명의 학생들 중 어쩔 수 없이 돌아가게 된 1명의 학생을 제외한 6명은 모두 내년 1학기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걱정도 있다. 센터가 농림축산식품부와 지자체 매칭 사업으로 받았던 인건비 등 운영비 지원이 내년부터 없어지기 때문이다.
강원도비 매칭 사업도 꾸준히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춘천시가 내년까지라도 인건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나섰으나 고정적인 지원책이 없다면 앞으로의 운영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센터장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기숙사 사감까지 맡아 업무 부담도 늘고 있다.
이순미 춘천별빛농촌유학센터장은 "유학비를 받지만 아이들에 의해 다 쓰여지는 것이고 나머지는 전기 요금과 주말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비용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수익사업을 하는게 아니"라며 "당장은 운영할 수 있겠지만 앞으로 인건비 확보가 가장 큰 문제"라고 호소했다.
농어촌유학이 폐교 위기에 놓인 학교를 살리고 소멸 위기를 겪는 지역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는 점에 주목해보면 제도 활성화에 학교와 지역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행정이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