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 차기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을 수 있다는 여론이 점점 힘을 받는 모양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공식적으로는 '윤석열 대통령의 아바타'라며 한 장관을 비판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내심 반기는 분위기도 관측된다.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19일 국회 브리핑에서 "선장을 잃고 난파선이 된 국민의힘이 비대위원장 인선으로 국민께 또다시 꼴불견을 연출하고 있다"라며 "국민의힘은 배알도 없이 윤석열 대통령의 아바타를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하려고 하나"라고 정부·여당을 비판했다.
한 대변인은 이어 "한동훈 장관의 비대위원장 등극은 국민의힘이 운명을 다했다는 사망선고에 다름 아니다. 살아있는 권력 앞에 철저히 굴종하는 국민의힘에 국민께서 무엇을 더 기대할 수 있겠느냐"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 역시 전날 국회 브리핑에서 "윤석열 아바타에게 당을 넘기겠다니, 국민의힘을 대통령실에 흡수합병하려고 하나"라며 한 장관과 국민의힘을 싸잡아 비판했다.
민주당이 공식적으로는 '한동훈 비대위' 체제 가능성에 날을 세우고 있지만 대권주자로 급부상한 검찰 출신 인사가 여당 비대위로 오는 게 꼭 싫은 눈치만은 아니다.
민주당 지도부에 소속된 한 중진 의원은 "한동훈 카드를 쓰겠다는 건 결국 총선에서 보수층만 확실하게 끌어안고 가겠다는 뜻으로 읽히는데, 그러면 민주당 입장에선 비판 노선을 한 가지에 확실하게 집중할 수 있다"라며 '검사 한동훈'이 오는 게 민주당의 대여(對與) 공세에 효율적일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 역시 "한 장관을 보면 사람들은 윤 대통령을 떠올린 수밖에 없을 텐데, 정권 심판 성격을 지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당이 한동훈 얼굴을 내세우는 건 상상도 못한 그림이다"라고 말했다. 이른바 '친윤 한동훈' 비대위 체제가 본선에서 민주당에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다만, 한 장관이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 상정될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관련해 향후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한다면 민주당 입장에서도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한 장관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김 여사 특검법과 관련해 "법 앞에 예외는 없다. 국민들이 보고 느끼기에도 그래야 한다"라면서도 "(이번 특검법은) 다음 총선에서 민주당이 원하는 선전·선동을 하기 좋게 시점을 특정해서 만들어진 악법"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