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첫 학생인권조례 폐지…충남교육청 재의 요구 절차 착수

김지철 교육감 "재의 요구 절차 준비해 달라" 주문
시민사회 중심 폐지 반발 확산

15일 충남도의회 제348회 정례회 제4차 본회의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도의원들이 '역사 앞에 부끄러울 학생인권조례 폐지 반대'라는 손팻말을 들고 서 있다. 고형석 기자

충남학생인권 조례안이 3년여 만에 전국에서 처음으로 폐지 수순을 밟게 된 가운데 충남교육청이 충남도의회에 이를 다시 논의해달라고 요청하는 재의 요구 절차에 착수했다.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반발이 확산하면서 폐지안 통과에 따른 여진도 이어지고 있다.

김지철 충남교육감은 19일 주간 업무보고 회의에서 "관련 부서는 법령이 정한 바에 따라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에 대한 재의 요구 절차를 준비해 달라"고 주문했다. 김지철 교육감은 그동안 공개적으로 학생인권조례 존치를 주장해 왔다.

김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 폐지는 차별과 폭력이 없는 인권 친화적 학교 문화를 조성하고자 하는 교육적 가치를 후퇴시키는 것"이라며 "제정된 지 3년밖에 되지 않은 조례를 당사자인 학생을 비롯한 교육공동체의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폐지한 것은 민주적 절차의 정당성 훼손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례에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교육공동체의 의견을 수렴해 보완·개정하는 게 바른 해법"이라며 "교육청 교직원들은 도의회 재의 표결 전까지 도의원과 도민들에게 진심으로 학생인권조례 필요성을 다시 한번 설명하고 설득해 달라"고 강조했다.

지난 15일 충남도의회는 제348회 정례회 제4차 본회의를 열어 국민의힘 박정식(아산3)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재석의원 44명 중 찬성 31명, 반대 13명으로 가결했다.

조례안이 지방의회를 통과하면 의장은 의결된 날부터 5일 이내에 교육감에게 전달해야 한다. 교육감은 20일 이내에 이를 공포해야 한다.

하지만 의결이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현저히 저해한다고 판단하면 교육감은 20일 이내에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재의를 요구받은 도의회는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전과 같이 의결하면 해당 사항은 확정된다. 다만 재의결된 사항이 법령에 위반된다고 판단되면 교육감은 재의결된 날부터 20일 이내에 대법원에 제소할 수 있다.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폐지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이어지며 충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멀쩡한 조례를 비상식적인 이유로 폐지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고 학생 인권의 성과를 무너뜨리는 폭력"이라고 강조했다.

대전 지역 60여 개 단체가 모여 꾸린 대전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본부도 "막가파식으로 폐지를 추진한 충남도의회 국민의힘 의원을 비판한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 충남도당은 "다수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과도한 학생인권 의식으로 인한 교권 침해, 학습권 피해 등을 사유로 폐지안을 통과시켰다"며 "대전지방법원이 내년 1월 18일까지 보수단체가 주민 청구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에 대해 수리·발의 처분 효력을 정지한 상태에서 무엇이 급해 통과시킨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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