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1일부터 소주에 붙는 세금이 내려가면서 소주 제품의 공장 출고가격이 약 10%가량 내려간다. 다만, 주류 업체들이 비용 부담 상승을 이유로 올해 7% 안팎의 공장 출고가를 인상한 상황이라 실제 인하 폭은 몇 십원 수준에 불과하고, 자영업자들의 상황도 녹록지 않아 소비자들이 체감할만한 가격 인하는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이트진로는 18일 정부의 기준판매비율 도입에 따라 내년 1월 1일부터 소주 제품의 출고가격을 인하한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 17일 국산 소주의 기준판매비율을 22%로 결정했다. 기준판매비율은 주세를 계산할 때 세금부과 기준인 과세표준을 줄여주는 일종의 세금 할인율 개념이다. 세금이 깎인 만큼 공장 출고가가 내려가는 것이다.
이번 인하 결정에 따라 희석식 소주인 참이슬, 진로는 기존 출고가에서 10.6% 낮아진다. 과일리큐르는 10.1%, 증류식 소주인 일품진로 등은 10.6% 낮아진다.
하지만 서민들이 즐겨 찾는 희석식 소주 제품군은 이미 지난 10월 인상됐다. 참이슬 출고가는 6.95%, 진로는 9.3%가 올랐다. 당시 하이트진로는 소주의 주원료인 주정 가격이 10%, 신병 가격은 21.6% 인상되는 등 전방위적 원가 상승 요인에 인상폭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소주류 제품 인상을 미뤄왔던 롯데칠성음료도 같은날 1월 1일자 반출가 인상을 공지하며, 기준판매비율을 고려한 최종 출고가는 이전 대비 처음처럼 4.5%, 새로 2.7% 인하된다고 밝혔다.
롯데칠성음료도 주정 등 원재료, 공병 등 부자재, 물류비·인건비 등 비용 증가에 따른 원가 상승 부담을 언급하며 처음처럼은 6.8%, 새로는 8.9%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세금이 깎인 만큼 새해부터 소주 제품의 출고가가 내려가게 됐지만, 구체적인 수치로 따졌을 때, 인하 폭은 체감하기 힘든 수준이다.
참이슬 제품 기준, 지난 10월 공장 출고가 6.95% 인상은 병당 80원이 오른 것이다. 이번 기준판매비율 22% 적용으로 출고가가 낮아지는 수준은 약 130원이다. 실제 낮아지는 출고가는 몇 십원 꼴인 셈이다.
여기에 공장에서 나온 주류는 현행법상 지역별로 허가를 받은 도매업자를 거쳐 마트·편의점·식당 등에 납품되는데, 이 과정에 드는 운송·보관비, 인건비 등도 안 오른 것이 없는 상황이다. 소비자들이 직접 구매하는 채널인 유통업체와 자영업자들도 마찬가지 고민을 안고 있다.
따라서 통상적으로 소주 공장 출고가가 100원가량 오르면, 대형 유통 채널인 마트·편의점에서는 100~150원가량이 추가로 인상되고, 전기세·임대료 등 제반비용 상승분을 감내하다가 주류에 반영해 온 식당에서는 500원~1천원이 인상되는 관행이 반복돼왔다.
이번 세금 인하 조치로 출고가 인상분은 상쇄했고, 박리다매가 가능한 편의점·대형마트 등에서는 소폭 인하를 예상할 수 있지만, 실제 식당에서의 가격 조정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공장에서 나가는 제품 가격은 떨어졌지만, 정말 인기 있는 식당을 제외하고는 다들 어려운 것이 사실이기에 소주 값이 떨어질 가능성은 희박하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