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원내외 인사들을 소집한 연석회의에서 비상대책위원회 인선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여당의 구원투수로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유력하게 부상하며 '대세론'을 형성했지만 반대전선도 뚜렷하다. 친윤계가 한 장관에 대한 옹립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예정된 수순으로 보였던 '한동훈 비대위'가 일단은 속도조절에 들어간 모양새다.
18일 국민의힘은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 연석회의를 열고 200여명이 모여 비대위원장 인선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였지만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윤재옥 당 대표 권한대행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필요한 절차가 조금 남아있기 때문에 그 과정을 거친 후 제가 판단하겠다"며 "시간을 많이 끌지 않겠다"고 말했다.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회의에서 발언한 30여명의 참가자들은 한 장관이 총선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총론에는 이견이 없었다. 다만 비대위원장이냐 선대위원장이냐의 방식에 의견대립이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참석자가 비대위원장으로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등을 거론했지만, 논의의 큰 줄기는 한동훈 비대위에 대한 찬반으로 쏠렸다.
회의에서는 수도권 당협위원장들을 중심으로 "중도층에 인지도가 있는 한 장관으로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 이어졌다고 한다. 다만 "비대위원장이 아닌 선대위원장으로 기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여럿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5일 의원총회에서 초반부터 일부 의원들이 한 장관을 추대하는 분위기를 형성하면서 '전당대회 시즌2 세몰이' 논란이 나온 것을 의식한 듯 친윤 의원들은 대부분 말을 아꼈다고 한다. 특히 연석회의를 앞두고 친윤계가 원외 당협위원장들에게 한 장관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전화를 돌린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주말 사이 한동훈 비대위 '굳히기'가 형성되는 듯 했지만 연석회의에서 합의에 다다르지 못하면서 공은 비대위원장 임명 권한을 가지고 있는 윤 권한대행에게로 넘어가게 됐다. 한편 한 장관은 이날 오후 예정된 법무부 공식 일정의 참석을 돌연 취소했는데, 여권에서는 한 장관의 결단도 임박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국민의힘은 성탄절을 전후로 비대위원장 인선을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한 장관의 비대위원장 기용에 반대 입장을 낸 이들은 △정치경험 전무 △검찰당 이미지 공고화 △차기 대권주자 카드의 조기소진 등의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끝내 여권이 한 장관 조기등판을 결단할 경우, '최후의 카드'를 선보임으로서 내년 총선의 절박함을 보여주려 한다는 의미가 강하다. 대중적 인지도와 보수 지지층 결집, 대권주자로서 당을 이끌 리더십 측면에서 대체재가 없다는 기류가 작용하는 분위기다. 한 지도부 인사는 "관리형 비대위로는 무난하게 선거에서 진다. 지금은 자원을 아껴 쓸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동시에 한 장관의 여당 수장 기용은 내년 총선에서의 대통령의 주도권이 더 강화된다는 시그널로도 읽힌다. 장제원 의원과 김기현 전 대표의 후퇴로 입지에 혼란을 겪던 친윤 의원들도 공천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한 장관 추대 목소리에 힘을 싣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