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기획 1] 구청과 조합의 늑장으로 애태우는 은광교회


은광교회 교인들은 은평구청 앞에서 촛불 기도회를 하고 있다.
[앵커]

재개발 사업을 시행 할 때 재개발 조합과 교회가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알박기 논란으로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는 사례도 있지만, 재개발 지역에 속한 다수의 교회들이 억울한 일을 당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CBS는 재개발로 인해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 교회들의 상황과 대응 방안 등을 짚어보는 연속 보도를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먼저 재개발 과정에서 억울하게 쫓겨날 위기에 처한 교회를 찾아가 봤습니다.

이승규 기자의 보돕니다.

[기자]

은광교회 교인들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서울 은평구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펼칩니다. 지난달부터는 수요일과 금요일 저녁 촛불예배도 병행합니다. 이들은 왜 은평구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촛불예배를 드리고 있을까.

은광교회가 위치한 불광5구역은 지난 2008년 재개발을 확정했습니다. 불광 5구역 재개발 사업은 11만 5947제곱미터 부지에 지하 3층 지상 24층 규모로 약 2천 3백 세대를 목표로 추진 중입니다. 하지만 재개발 사업이 10년 이상 장기화 되면서 은광교회는 정비 구역에서 교회를 제외해 달라는 뜻의 제척을 조합에 요구했습니다.

은광교회가 제척을 요구한 이유는 알박기 논란 등을 일으킨 일부 교회를 보며, 교회도 불필요한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재개발 조합 역시 교회 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2021년 총회를 개최하고, 교회를 제척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조합이 총회를 개최해 교회 제척을 결정했음에도 교인들은 왜 은평구청 앞에서 기도회를 하는 것일까. 교인들이 애가 타는 이유는 법적으로 교회 제척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법적으로 교회 제척이 완성되려면 조합 총회를 열어 3분의 2 동의를 받아야 하고, 이후 정비 계획과 정비 구역 변경안을 은평구청에 신청해야 합니다. 이후 은평구청은 조합의 정비 구역 변경안을 서울시에 심의 요청하고, 서울시는 정비 계획 및 정비 구역 변경안을 확정 고시 해야 합니다. 조합이 총회를 통해 은광교회 제척을 결정했지만, 위의 과정을 거쳐야 법적으로 제척이 완성되는 겁니다.

하지만 조합이 교회 제척을 법적으로 완성하지 않은 상황에서 관리 처분 인가를 추진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교인들의 속을 타게 만들고 있습니다. 은광교회 교인들은 법적으로 은광교회 제척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관리 처분 인가가 날 경우 교회가 현금 청산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교인들이 마음 졸이는 상황에 놓인 건 재개발 조합이 총회 이후 정비 계획과 정비 구역 변경안을 은평구청에 1년 동안 신청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교인들은 재개발 구역에서 은광교회가 제척될 경우 수익성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조합 측이 변경안 제출을 미루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은평구청은 정비 계획과 정비 구역 변경안을 조합이 제출한 뒤에야 서울시에 지정 요청을 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은평구청 관계자
"(기본적으로) 정비 계획 변경은 (교회) 제척을 기본적으로 변경 계획을 하고 있는 거고요, (1년 정도 지났는데) 조합이 정비 계획 변경을 제출을 하지 않은 상태거든요. 제출이 안 된 상태에서 저희가 임의로 서울시에 지정 요청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은광교회는 조합이 정비 구역 변경안을 조합이 제출할 수 있도록 은평구청이 적극적으로 행정 지도를 해 달라는 입장입니다.

성백용 목사 / 은광교회
"최근에 조합과 구청의 태도를 보면서 교회의 선의를 완전히 무시하고 어쩌면 교회를 강제수용해서 현금 청산자로 몰아서 교회를 이곳에서 내쫓으려고 하는 것처럼 보이고 있거든요. 그런 절박함 때문에 교회가 마지막으로 교회 이미지에 도움이 되지 않지만 (거리로 나가고 있습니다.)"

CBS는 조합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와 문자를 수차례 보냈지만, 조합장은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조합과 구청이 서로 책임을 미루는 사이 교회와 교인의 속만 타들어 가고 있습니다.

CBS 뉴스 이승규입니다.
영상 기자 정선택 영상 편집 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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