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자인 이명현 박사와 진화과학자인 장대익 가천대 석좌교수는 최근 서점가에 자기계발서가 베스트셀러 목록을 차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 팬데믹 이후 전쟁과 국제 정치의 양극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챗GPT 같은 대화형 인공 지능의 대두 같은 노동 시장의 변화, 혹은 은밀히 퍼지고 있는 실존적 공포감이 커지며 미래에 대한 불안이 재테크 서적의 퇴조를 가져왔다고 진단한다.
전통적으로 실존적 공포를 달래줬던 종교 역시 신뢰도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 때 1천만 신도를 자랑했던 개신교에 대한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신뢰한다'는 응답은 2020년 31.8%에서 2022년 18.1%로 급락하며 그 역할 역시 줄어들었다고 본다.
두 저자는 책 '별먼지와 잔가지의 과학 인생 학교: 과학 공부한다고 인생이 바뀌겠어?'에서 우리의 실존적 위기를 달래줄 그 역할을 이제는 과학이 떠맡을 때가 됐다고 주장한다.
저자들은 과학이 1차적으로 맡아 온 임무는 '설명'(explanation)이었다고 말한다. 현재 상태를 보고 과거와 현재를 예측하고 실험으로 그 예측을 검증함으로써 자연에 대한 포괄적이고 정량적인 설명을 완성하는 일이었다. 그랬기에 삶을 '이해'(understanding)하고 해석하며 변혁하는 힘을 과학에 기대한 적이 없다면서 개인의 삶과 밀접한 위안, 행복 같은 단어가 매칭된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저자들은 이 같은 통속적인 과학 이해에 반기를 든다. 과학은 '위안'을 주고 '행복'을 가능케하며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강조한다.
두 과학자는 태양 같은 별이 만들어 내는 수소-수소 핵융합 반응에서 나오는 헬륨부터 철까지의 원소들과 그 원소들이 결합해서 만들어지는 온갖 유·무기 분자를 아우르는 천문학 용어(stardust 혹은 star-stuff)에 해당하는 우리말 '별먼지', 초신성 폭발을 기원으로 둔 티끌 같은 존재가 별 헤는 존재가 될 수 있었던 이유를 거대한 생명의 나무 끝에 달린 '생명의 잔가지'로 정의한다.
'별먼지'와 '잔가지'는 과학이 규정하는 인간의 정체성이다.
이 책은 이 별먼지와 잔가지를 인간의 본질로 규정할 경우, 그러니까 현대 과학이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내린 정의를 온전하게 받아들이고, 그것을 바탕으로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이해하고 해석하고 바꾸고자 할 때, 어떠한 일들이 벌어질지 천문학자와 진화학자가 함께 통섭적으로 탐구한 책이다. 그래서 부제 역시 "과학 공부한다고 인생이 바뀌겠어?"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은 그 중심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에서부터 '과학하면 행복해지나?'까지 5개의 보조 질문을 탐구해 간다. 책은 두 저자의 연속 강연 형식으로 번갈아가며 이 질문들에 대한 자신의 탐구를 풀어 들려준다.
때로는 최근의 뇌과학, 심리학, 물리학 논문의 따끈따끈한 연구를 소개하고, 때로는 과학적 태도를 잃은 통속적 삶의 태도를 질타하고, 때로는 저자들 개인적 삶의 아픈 경험을 과학적 의미와 가치로 풀어낸다.
이명현·장대익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7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