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노인 흉내…'청주 노래방 여주인 살해사건' 계획범죄였다

범행 대상 물색 후 2시간 동안 인적 뜸하길 기다려
잔혹 살해 후 범행 흔적 지운 뒤 CCTV 피해 떠나
검거 당시 치매 노인 흉내…"기억 안나" 진술 거부
집에서 '무협지' 시청…일본도 등 흉기 수십자루 소지

청주 노래방 여주인 강도살인 사건의 50대 피의자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최범규 기자

충북 청주에서 노래방 여주인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금품을 빼앗아 달아난 50대가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피의자는 검거 당시 치매 노인 흉내를 내거나, 경찰 수사 과정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혐의를 부인하는 등 뻔뻔한 태도를 보였다.
 
청주청원경찰서는 18일 A(55)씨를 강도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지난 15일 새벽 2시 40분쯤 청주시 청원구 율량동의 한 노래방에서 업주 B(65·여)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하고 금품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숨진 B씨는 연락이 닿지 않아 현장을 찾은 가족에 의해 9시간여 만에 발견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타살 혐의점을 토대로 인근 CCTV 등을 분석해 A씨를 강도살인 용의자로 특정한 뒤 추적에 나섰다.
 
A씨는 범행 40여시간 만인 이튿날 오후 9시 10분쯤 청주시 청원구 내덕동에서 탐문수사 중이던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A씨의 범행은 계획적이고 잔혹했다.
 
A씨는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가방을 멘 채 범행 2시간 전부터 해당 노래방 주변에서 망을 보며 인적이 뜸할 때를 기다렸다.
 
그러다 B씨가 혼자 남았을 때 노래방에 침입해 둔기로 때려 위협한 뒤 현금 40만 원과 신용카드 등을 빼앗았다.
 
그러고는 B씨를 노래방 한 호실로 끌고 가 잔인하게 살해했다.
 
A씨는 수건으로 한동안 범행 흔적까지 지우고 떠났다. 범행에 사용한 흉기와 수건 등은 버렸다.
 
도주 경로는 CCTV가 없는 곳만 골라 다녔다.
 
추적에 나선 경찰에 혼선을 주려고도 했다.
 
A씨를 탐문수사 중인 경찰관이 찾아오자 치매 노인 흉내를 내거나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청주 노래방 여주인 살해 혐의를 받는 50대 피의자가 집 안에 불법 소지하고 있었던 각종 흉기들. 최범규 기자

A씨의 방 곳곳에서는 일본도를 비롯해 칼과 도끼, 화살 등 수십 자루의 흉기가 발견됐다. 이에 대해 A씨는 칼을 수집하는 게 취미라고 둘러댔다.
 
하지만 경찰은 방에서 범행 당시 쓰고 있었던 모자를 확인한 뒤 A씨를 긴급체포했다. 모자는 이미 세탁이 돼 있는 상태였다.
 
A씨는 검거 당시 컴퓨터로 무협지를 보고 있었다. 방 안에는 정체 모를 제단도 차려놨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다가 CCTV 영상 등 증거 자료를 제시하자 범행을 시인했다.
 
여전히 범행 동기 등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
 
A씨는 과거 한 회사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다 코인 투자 등에 실패한 뒤 친구에게 용돈 등을 받으며 생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다 최근 1년여 동안 월세가 밀려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가 생활비를 구하기 위해 범행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범행 동기와 여죄 등을 수사하는 한편, A씨가 버린 흉기와 수건 등 직접적 증거를 찾고 있다.
 
또 A씨가 불법 소지한 흉기에 대해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 위반 혐의로 추가 입건해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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