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태민의 솔로 콘서트 '메타모프' 마지막 날 공연이 열렸다. 이날 공연은 비욘드 라이브와 위버스를 통해서도 유료 공개됐다. 콘서트 시작에 앞서 '게스 후'(Guess Who)라는 노래가 공연장을 채웠다. 약속된 공연 시각이 되자, 가로 6m, 세로 6m의 360도 상하 반전 회전 상부 구조물 위에서 태민이 모습을 드러냈다.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됐다는 이번 구조물을 통해 태민은, 똑바로 서 있는 모습부터 완전히 거꾸로 매달린 모습까지 '360도'를 다 보여줬다. 몸을 구조물에 단단히 고정한 탓에 춤을 출 순 없었지만, 파격적인 등장만으로 첫 곡 '더 리즈니스'(The Rizzness)는 제 역할을 다했다. '누구인지 맞혀 봐'라는 도발에 내놓은 태민의 즉답으로 읽혔다. '이게 태민의 공연'이라고 알리는 신호 같았다.
'일식'(Black Rose) 때는 일렬로 선 태민과 댄서들이 유려한 곡선을 그리는 팔 안무와 시간차 조명 조절로 장면을 잘게 분절한 듯한 효과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마치 드론의 시점인 듯 공중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시점의 카메라 워크는 전체적인 안무와 대형(포메이션)을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이날 콘서트에서는 즉석에서 다양한 효과를 넣어 양옆에 세워진 전광판에 담아낼 수 있었다. 실제 무대 위 태민에게선 볼 수 없지만, 전광판에는 효과가 더해져 새롭게 연출되는 방식이었다. 벗어날 수 없는 상대의 치명적인 매력을 스톡홀름 신드롬이란 소재로 풀어낸 '크리미널'(Criminal) 무대에서는 벗어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상대의 포로가 된 화자의 위치를 그리듯 흰 그물이 펼쳐지도록 했다. '크리미널'은 재킷 지퍼를 풀러 맨몸의 상체를 드러내는 것으로 마침표를 찍었고, 공연장을 뒤집을 만큼 큰 환호성이 뒤따랐다.
태민은 '메타모프'라는 콘서트명을 두고 "어떤 성장 과정, 진화 과정을 독일어로 했는데 뭔가 발생하는 의미라고 하더라. 이번 콘서트는 또 이제 (제가) 성장하고 진화하는 과정을 내포한 이름에서 따와서 '메타모프'다"라고 설명했다. 태민은 팬들에게 이번 콘서트의 별칭을 같이 지어보자고 제안했는데, 팬들이 '메타모프'의 뜻인 변태(變態)에서 비롯한 '변태콘'을 외치자 애써 외면해 웃음을 유발했다.
"여러분을 플러팅하는 곡"이라고 직접 소개한 '유인'(Impressionable)은 '메타모프'에서 최초 공개하는 무대였다. 역시나 천장캠을 단 듯 위에서 아래를 바라보는 구도가 등장해 퍼포먼스를 더 꼼꼼하게 훑어볼 수 있었다. '헤븐' 무대는 가로 14m, 세로 9m의 초대형 슬로프 리프트를 분할하고 업그레이드한 세트, "지옥 같은 세상 속에"라는 가사에 맞춰 댄서들이 태민을 붙잡으려고 쫓아 올라가는 듯한 안무가 돋보였다.
옷 속에 손을 집어넣어 배를 노출하는 댄스 챌린지 안무로 폭발적인 관심을 받은 신보 타이틀곡 '길티'(Guilty)에서도 카메라의 움직임은 직접적이었다. 배 아래부터 올라가 얼굴까지 차례로 훑는 구도여서, 제목 그대로 보는 이에게 죄책감을 느끼도록 유도하고자 한 의도가 엿보였다. 태민은 평소와 달리 '길티' 1절 전체를 댄서 없이 홀로 소화했는데, 오로지 본인의 존재감만으로 허전함 없이 무대를 채우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일본 곡을 한국어로 번안한 '도어'(DOOR)는 상의를 입지 않은 맨몸의 무대로 유명한데, 이번 콘서트에서는 노출보다는 안대를 한 채 무대를 꾸미는 데에 초점을 맞춰 퍼포먼스에 더 눈이 가도록 했다. '더 리즈니스' 때처럼 360도 회전한 태민은 안대를 쓴 채로 안무를 선보였다. '얼마나 많은 연습이 필요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안대를 벗은 무대 후반부에는 훨씬 더 주저 없이 춤을 추며 댄서들과 호흡을 맞췄다.
보컬이 강조된 '오늘 밤'(Night Away)과 '블루'(Blue)는 모두 미니 4집 수록곡이었다. 태민은 "잔잔한 노래를 들려드리겠다"라고만 해서 이게 본무대의 마지막 곡이라는 것은 세트 리스트를 보고 나서야 알았다. 관객석의 '사랑인 것 같아'(I Think It's Love) 떼창 이벤트 후 시작된 첫 앙코르곡은 인트로가 추가된 '이데아'(IDEA:理想)였다.
반짝거리는 연회색 수트를 입고 나온 태민은 "새로운 눈을 뜬 나"라며 하늘을 보며 무대를 마쳤다. 이미 1시간 40여 분을 달렸는데, '이데아' 인트로가 나올 때 오히려 공연이 다시 시작된 느낌이었다. 실제로 꽃잎이 떨어져 낭만적이었던 '팬지'(Pansy)와 팬들의 이벤트 답가 같았던 '사랑인 것 같아'의 '잔잔 모드'를 지나 마지막으로 '아이덴티티'(Identity)가 등장했다. 화면에 띄운 태민의 형상이 흰 빛으로 변하고 끝내 문이 닫히는 연출로 '공연 종료'를 알렸다.
샤이니 키와 민호가 응원 방문을 오기도 했던 '메타모프' 마지막 날 공연은 약 2시간 만에 종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