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박은빈 "'우영우' 인생작이지만…과부담은 독"

tvN 토일드라마 '무인도의 디바'에서 가수 지망생 서목하 역을 연기한 배우 박은빈. 나무엑터스 제공
최근 3년 간 박은빈은 2030 여배우 중 누구보다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다. 쉽게 도전하기 힘든 캐릭터들에서 그 동안 쌓아왔던 연기 내공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눈부신 전성기를 열었다.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박은빈의 가장 큰 히트작이지만 이미 그 전에도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연모' 등으로 꾸준히 작품의 입소문에 기여했다.

박은빈의 선택이면 '믿고 본다'는 것은 그만큼 작품 보는 안목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배우로서의 욕심과 대중의 '니즈'(욕구) 사이 영리한 선택을 해왔다는 이야기다. '우영우'를 통해 박은빈이 스타가 되기 전까지, 그가 선택한 작품들은 화려한 기대작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박은빈은 강렬한 장르물이 대세가 된 요즘 시대에 설레는 로맨스 혹은 휴먼 드라마로 성공 사례를 만들어냈다.  

tvN 토일드라마 '무인도의 디바' 역시 마찬가지다. 박은빈은 '우영우'가 성공하기 전부터 이 작품에 출연을 결정했다. 당시 그가 작품을 보는 관점에 '무인도의 디바'가 부합했다. 무인도에 표류됐던 소녀 목하가 가수의 꿈을 이루는 이야기가 자신에게 새로운 에너지를 줄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다. 스스로 노래를 소화하기로 결심한 이후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129시간에 달하는 노래 연습에 매진했다. 그 노력이 딱히 알려지지 않더라도 박은빈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믿는다.

'우영우'의 성공은 분명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박은빈은 영원히 그것만 반추할 생각이 없다. '무인도의 디바'와 '우영우'의 시청률 성과를 나란히 비교하며 스스로 낙담하게 할 마음도 없다. 5살부터 시작된 연기 인생 속에서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단 것을 깨달아왔기 때문이다. 앞으로 나아갈 길이 한참 남아 있는데 언제까지나 과거에 붙잡혀 있기보다 현재 자신을 채워나가야 한다. 필모그래피만큼이나 탄탄한 박은빈의 심지가 그를 지탱해왔으리라 짐작해 볼 만하다. 다음은 박은빈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tvN 토일드라마 '무인도의 디바'에서 가수 지망생 서목하 역을 연기한 배우 박은빈. 나무엑터스 제공
Q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 이후 차기작이라 더 많은 관심이 쏠렸던 것 같다. 목하를 통해 원하던 바를 이뤘는지 궁금하다


A 지난해는 정말 제 인생에 있어서 가장 스펙터클한 한 해가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든다. 많이 주목해 주시게 된 만큼 그런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부담을 스스로 짊어지기보다는 오히려 좀 비워내고 싶었던 것 같다. 가벼워지고 싶었던 마음과 목하한테 힘을 얻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 박은빈이 할 수 없고, 어려워하는 것들을 목하라면 좋은 에너지로 타파해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하의 지혜들을 저도 좀 얻고 싶었던 거 같다.

A 가장 화제가 된 건 역시 직접 부른 노래들이었다. 매 화마다 OST가 나오면서 사실 본격 음악 드라마나 다름없었는데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을 듯 하다

A 음악 드라마라고 소개를 하면 진입 장벽이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해 감췄지만 그만큼 노래가 중요했다. 제가 제 목소리를 들려 드릴 거라고 결심한 순간부터는 시청자들의 몰입을 깨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이 있었다. 제가 뭐든지 빠르게 습득하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음악이라는 건 단기간에 좋아지기가 참 어려운 과정이었다. 정확한 수치를 따져 보니 1월 중순부터 레슨을 하루에 3시간씩, 약 6개월 동안 총 43번을 받았다. (웃음) 연습한 노래와 작곡가님들이 원하는 노래의 질감이 전혀 달라서 그 때부터는 마치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듯이 빠르게 지름길을 찾는 특훈을 받으면서 세공하는 시간을 거쳤다. 모든 음악팀들이 정말 영혼을 갈았다.

Q 드라마 속 목하는 우상이었던 가수 란주(김효진 분)를 정말 대가 없이 좋아하고, 진심으로 그 행복을 바란다. 팬들의 마음이 다 그럴텐데, 본인도 그런 마음을 이해하게 됐는지

A 굉장한 사랑이다. 이걸 저도 팬분들에게서 느끼고 있다. 그래서 처음 이 작품 이야기를 할 때 팬분들 생각이 많이 났다고 한 적도 있다. 지난해 아시아 투어를 하면서 정말 언어와 국적이 달라도 보내주셨던 눈빛과 마음에서 숭고함을 느낄 때가 있었다. 그런 마음을 제가 배운 만큼 목하라는 캐릭터에 잘 넣고 싶었다. 목하가 란주에게 '언니는 15년 전 최전성기였던 그 모습 그대로인데 왜 세상이 몰라줄까요?'라고 하는 대사를 보면서 오래된 팬들도 지금의 나를 자랑스러워 해줄까 그런 생각을 했다. 또 '나 아닌 누군가를 온전히 응원하는 건 정말 어렵다'는 란주의 내레이션에서 대가나 질투 없이 남의 행복을 기뻐해주는 팬의 사랑이 가장 숭고하고 대단한 사랑이 아닐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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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남장 세자였던 '연모'나 자폐 스펙트럼을 그린 '우영우'도 그랬지만 도전적인 역할을 많이 해왔고, 또 그 결과물이 항상 좋았던 거 같다


A 도전의 아이콘이 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웃음) 다만 피로감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지 않다. 최근 그렇게 도전을 한 작품들의 결과로 '열심히 노력했다'는 걸 알아주셔서 감사하기도 한데 사실 꼭 알아주시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저는 그냥 배우로서 맡은 바 소임을 잘하고 싶을 뿐이고, 대중들은 완성된 작품을 재미있게 소비해주시면 그게 가장 자연스러운 보상이다. 그런데 그 너머에 있는 제 노력까지 알아봐 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성격은 오히려 안정적인 걸 좋아한다. 불가능해 보이는 것에 도전하지는 않았고, 해볼 만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출사표를 던져왔다.

Q '우영우'가 박은빈 작품 흥행의 기준처럼 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그런 부분이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A '우영우'처럼 배우 인생에 있어 '신드롬'이라고 불릴 수 있는 기회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싶다. 그래서 그 기준으로 앞으로의 작품을 비교하고 싶지는 않다. '우영우'만큼 흥행이 될까, 이런 생각은 하지 않을 것 같다. 과도한 부담감이 독이 됐으면 됐지 저를 결코 더 나아지는 방향으로 이끌지는 않더라. 제 책임감을 고취시키는 정도로는 부담감을 가질 수 있지만 그 이상은 제가 버텨내기 힘들다. 인생작으로 평가해주시는 것은 기쁘다. 하지만 제 인생은 앞으로 계속 나아갈 예정이다.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옳은 방향으로 가다 보면 언젠가 이루어질 날이 오지 않을까. 이런 것을 목하를 통해 배웠다. 사실 첫 방송에 3%대 시청률이 나올 것도 저는 예상을 했고, 괜찮지 않나 싶었는데 기사가 다들 심각하게 나더라. (웃음)

Q 이미 이루고 쌓아 올린 성과들도 많지만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 싶은지 

A 27년 동안 매번 다른 작품과 캐릭터를 만나면서 성장하고, 그렇게 완성되고 있는 인생인 것 같다. 이번에 목하를 만났을 때도 그렇고, 그 전에 수많은 작품들을 만나면서 계속 채워지고 있는 느낌이다. 앞으로 또 수많은 역할을 만나면서 어떤 부분이 채워질 것인지가 제가 갖고 있는 기대감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또 새로운 부분들을 발견하며 채워나가고 싶다. 인간 군상은 다양하니까. 배우라는 일을 계속할 거라면 스스로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흥미롭고 재미있는 길을 찾아나갈 거 같다.

tvN 토일드라마 '무인도의 디바'에서 가수 지망생 서목하 역을 연기한 배우 박은빈. 나무엑터스 제공
Q 당연히 너무 어린 시절이었지만 아역부터 연기 경력을 쌓아 가면서 분명히 달라진 내면의 성장과 변화가 있었을 것 같다


A 하기 싫은 것도 해본 적이 있다. 의리를 지키기 위해 가끔 출연하는 경우들도 있지 않나. 그런데 결국 내가 마음에 끌리지 않았던 것은 스스로 되돌아봤을 때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시간이 있었다. 그 때부터 내 삶의 가치에 있어 의미를 찾는 것을 좀 더 중점적으로 생각하게 됐다. 보통은 결과를 보고 판단하니까 그 과정은 모르는 시간들이 된다. 그럼에도 나에게 의미가 있었으면 그 선택이 결코 후회되지 않을 거 같았다. 개인적이고, 조그마한 목표들을 실현해 보자, 그렇게 작은 의미를 찾는 것부터 시작한 게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과정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Q 5살부터 쉬지 않고 달려왔는데 박은빈을 그렇게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있다면

A 좋아하는 일을 잘 하고 싶은 마음이 가장 밑바탕이 되는 것 같다. 연기도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이왕 도전을 해보게 되는 건데 제 성향이 한 자리에 머물기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설령 실패하더라도 그냥 나아가 보는 쪽을 현 상황을 유지하는 것보다 좋아한다. 그렇게 하면서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도 있고, 좋아하니까 앞으로 또 향할 용기가 생긴다. 이게 저를 나아가게 하는 능력이 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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