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피드'(Cupid)라는 곡의 성공으로 데뷔 4개월 만에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 든 피프티 피프티(FIFTY FIFTY)의 활약도 대단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가수 빼돌리기(템퍼링) 이슈, 정산 불만 등의 이유로 소속사, 외주 용역 업체, 멤버 간 잡음이 거세져 가처분까지 대립각을 세웠다.
K팝 역사에 전무후무한 각종 기록을 남긴 그룹 방탄소년단(BTS)은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솔로 활동은 올해도 이어져 지민, 슈가, 정국, 뷔가 차례로 솔로 앨범을 내고 활동했다. 또한 멤버 전원이 입대해 국방의 의무를 수행함으로써, 본격적인 '군백기'가 시작됐다.
대형 기획사 소속 걸그룹이 시장을 주도하는 흐름은 올해도 같았다. 발표하는 음악을 족족 성공시키며 신드롬적인 인기를 끈 뉴진스(NewJeans)를 중심으로 첫 정규앨범으로 좋은 성적을 거둔 아이브(IVE), '광야'(KWANGYA) 세계관에서 조금 떨어져 숨 고르기에 나선 에스파(aespa), 영어 곡으로도 국내외 음원 차트에서 선전한 르세라핌(LE SSERAFIM)이 강세였다.
'보이즈 플래닛'을 통해 결성한 제로베이스원(ZB1), 하이브 산하 레이블 케이오지(KOZ)엔터테인먼트에서 지코가 제작한 보이넥스트도어(BOYNEXTDOOR), NCT 이후 7년 만에 나온 SM 소속 새 보이그룹 라이즈(RIIZE) 등 보이그룹 데뷔도 화제였다. 걸그룹 가운데서는 블랙핑크(BLACKPINK) 이후 YG엔터테인먼트에서 7년 만에 선보이는 베이비몬스터(BABYMONSTER)가 눈에 띄었다.
업계 지각변동 일으킨 SM 인수전
이 전 총괄 단일 체제에서 벗어나 멀티 프로듀싱 시스템을 도입하고 나아가 '팬과 주주 중심의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카카오에 손을 내민 SM 측은 난처해졌다. 방탄소년단 소속사인 빅히트 뮤직을 비롯해 다양한 산하 레이블을 거느린 하이브가 뛰어들면서 인수전은 새 국면에 들어섰다. 이 전 총괄이 본인 지분 14.8%를 하이브에 인수해 최대 주주가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하이브의 SM 인수전 합류는 빌보드·로이터·블룸버그 등 외신에서도 비중 있게 다룰 만큼 중대한 뉴스였다.
결과적으로 이 전 총괄을 등에 업은 하이브와 카카오+SM이 대립하게 됐다. 유영진 프로듀서나 소속 가수 김민종 등이 당시 이성수-탁영준 대표이사의 결정을 비난하며 이 전 총괄을 공개 지지하는 움직임이 있었으나, SM 내부에서는 '하이브의 적대적 M&A에 반대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려, 센터장 이상 상위 직책자 25인이 공동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후 카카오, SM, 하이브는 거의 매일 입장을 내고 반박하며 여론전을 이어 갔다. 3월 초, 법원이 신주·전환사채 발행 금지를 요청한 이 전 총괄의 손을 들어줘 하이브가 웃는 듯했으나 하이브뿐 아니라 카카오가 SM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다시 한번 상황이 반전됐다. 양사 모두 공개매수를 활용해 압도적인 최대 주주가 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1주당 가격 12만 원을 제시한 하이브가 15만 원을 제시한 카카오에 밀려 공개매수를 포기했다.
카카오는 공개 매수에 성공해 약 40.2%의 지분을 확보해 올해 3월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구체적으로 카카오 20.76%, 카카오엔터 19.11%를 차지하고 있다. 하이브는 8.81%를 보유했다. SM이 공표한 대로 카카오와 손잡고 'SM 3.0'을 실현할 것인지, 엔터계 공룡인 하이브가 SM까지 품에 안으면서 독주 체제를 가속할지 관심이 쏠렸으나 일단 먼저 웃은 건 SM-카카오 연합이었다.
하지만 검찰이 지난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를 구속기소, 카카오 법인을 불구속기소 해 이 사안은 현재 진행형이다. SM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고자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 원보다 높게 설정·고정할 목적으로 시세 조종을 벌인 혐의를 받는다.
'중소의 기적' 피프티 피프티에게 일어난 일
피프티 피프티는 사람들에게 통하는 좋은 노래가 있다면 대중적 인지도나 팬덤 형성이 아직 충분히 되지 않은 신인이라도 국내외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보여줬다. '큐피드'로 널리 사랑받은 덕에 피프티 피프티는 외화 '바비'(BARBIE) 공식 OST에 참여했고, 빌보드 뮤직 어워드 등 다양한 시상식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하지만 올해 6월 소속사 어트랙트와, 어트랙트가 피프티 피프티의 기획 및 제작 용역을 맡긴 외주 업체 더기버스의 분쟁이 수면 위에 드러나며 기세가 한풀 꺾였다. 어트랙트는 더기버스가 전속계약 상태인 멤버들을 꼬드겨 '멤버 강탈'을 시도했다며 △업무방해 △전자기록 등 손괴 △사기 및 업무상 배임 행위 혐의로 안성일(시안) 대표 외 3인을 경찰에 고소했다. 그러자 더기버스는 외부 세력이 아니고 오히려 어트랙트가 허위 사실을 유포한다며 법적 대응하겠다고 알렸다.
멤버들(키나·새나·시오·아란)도 가세했다. 투명하지 않은 정산,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음에도 활동을 강행하려고 했다는 이유로 어트랙트에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을 제기한 것. 그러나 법원은 △수입 항목 누락 등 정산자료 제공 의무 위반 △신체적·정신적 건강 관리 의무 위반 △연예 활동에 필요한 인적·물적 자원을 보유하거나 지원할 능력 부족 등 멤버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전부 기각했다.
이후 어트랙트는 더기버스 안성일 대표가 용역 업무 진행 과정에서 회사 자금 횡령 사실을 발견했다며 저작권료 가압류를 신청해 법원의 승인을 받았고, 안 대표 외 1인에게 10억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했다. 어트랙트와 대립했던 멤버 4인은 법원 결정에 불복해 항고하겠다고 맞섰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주장을 이어 나갔다. 이때 키나가 항고를 포기하고 소속사에 돌아왔고, 피프티 피프티는 현재 키나 1인 체제로 활동 중이다. 또한 어트랙트는 내년 데뷔를 목표로 새 걸그룹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알린 바 있다.
양사 합의로 마무리되긴 했으나, 데뷔 11년을 맞은 그룹 엑소(EXO)의 일부 멤버도 소속사 SM과 전속계약 분쟁을 겪었다. 첸·백현·시우민은 SM이 아티스트의 정당한 권리인 '정산자료 사본 제공'을 여러 차례 거부했고 지나치게 긴 계약기간이 포함된 계약을 종용했다며 올해 6월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계약과 관련해 공정위로부터 받은 시정명령을 무시하고 있다며 공정위에 SM을 제소하기도 했다.
반면 SM은 카카오-하이브가 맞붙었던 인수전 당시 회사가 혼란한 틈을 타 전속계약을 위반하거나 이중계약을 체결하도록 불법행위를 종용한 외부 세력이 있다는 입장이었다. 첸·백현·시우민과 SM은 6월 19일 공동 입장문을 내어 입장차를 해소하고 상호 원만한 합의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양쪽은 아티스트 계약 관계 인정·유지하되 일부 협의 및 수정을 통해 엑소 활동을 활발히, 지속할 것 △제3의 외부세력 개입은 SM이 오해했다는 것이 골자였다.
'10주년' 방탄소년단, 전원 군 복무 시작
지민은 '페이스'(FACE)를 발매해 타이틀곡 '라이크 크레이지'(Like Crazy)로 빌보드 '핫 100'에 1위로 진입했다. 슈가는 믹스테이프 발매 시 썼던 어거스트 디(Agust D)라는 이름으로 정규앨범 '디데이'(D-DAY)를 낸 후 서울과 북미 등 총 10개 도시에서 투어를 진행했다. 뷔는 뉴진스를 제작한 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 민희진 대표와 협업해 '레이오버'(Layover)라는 앨범을 내 첫날부터 100만 장 이상을 팔아치웠다.
첫 솔로 싱글 '세븐'(Seven)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정국은 이 곡으로 '핫 100' 1위에 올랐다. '세븐'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았고, 발매 108일 만에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 10억 스트리밍을 돌파했다. 타이틀곡 '스탠딩 넥스트 투 유'(Standing Next to You)를 포함해 총 11곡이 담긴 정규앨범 '골든'(GOLDEN)으로는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 2위에 올랐다. '스탠딩 넥스트 유'는 '핫 100' 5위로 데뷔해 5주째 진입했다. 정국은 지난달 미국 뉴욕 타임스 스퀘어에서 연 게릴라 공연도 큰 화제를 모았다.
각자 솔로 가수로서 입지를 다지는 가운데, 방탄소년단은 '제2막'을 위해 전원 군 복무를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육군 현역으로 입대해 현재 조교로 복무 중인 진을 시작으로 제이홉, 슈가, RM과 뷔, 지민과 정국이 입대했다. 뷔는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특수임무대에 지원해, 지민과 정국은 동반 입대해 눈길을 끌었다. 슈가는 멤버 중 유일하게 사회복무요원으로 대체 복무 중이다.
방탄소년단은 2025년 7인 완전체 활동 재개를 목표로 입대 시기를 조절했다. 그에 앞서 올해 9월 현 소속사 빅히트 뮤직과 재계약에 성공했다. "재계약 체결을 계기로 2025년으로 희망하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완전체 활동을 함께할 수 있게 됐다"라며 "하이브와 빅히트 뮤직은 방탄소년단의 위상이 더욱 강화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지원을 다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뉴진스 등 걸그룹 강세는 계속…대형 기획사 보이그룹 줄데뷔
아이브는 올해 선공개곡 '키치'(Kitsch)와 첫 정규앨범 '아이 해브 아이브'(I've IVE) 타이틀곡 '아이엠'(I AM)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저력을 발휘했다. '이더 웨이'(Either way) '오프 더 레코드'(Off the Record) '배디'(BADDIE)를 통해 트리플 타이틀곡에 도전했고, 역시나 좋은 반응을 얻었다. 첫 월드 투어로는 19개국 27개 도시에서 각국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에스파는 이수만 체제 시절 SM이 강조해 온 '광야' 세계관에서 잠시 벗어난 '마이 월드'(MY WORLD) 앨범 타이틀곡 '스파이시'(Spicy)는 물론, 지난달 낸 신곡 '드라마'(Drama)로도 음원 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에스파는 첫 월드 투어를 개최해, 일본 도쿄돔에 입성했으며 북미·유럽 등지에서 공연했다.
르세라핌은 첫 정규앨범 '언포기븐'(UNFORGIVEN)과 동명의 타이틀곡으로 인기를 끌었으며, 역시 첫 월드 투어를 열었다. 일본에서 총 6만 석 규모 공연을 매진시킨 것이 특징이다. 첫 번째 영어 싱글 '퍼펙트 나이트'(Perfect Night)로는 음원 차트 멜론에서 24일 연속 일간 차트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올해는 대형 기획사 소속 신인 보이그룹이 데뷔한 해이기도 하다. 지코가 이끄는 KOZ엔터테인먼트에서 보이넥스트도어가,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보이즈 플래닛'을 통해 제로베이스원이, SM엔터테인먼트에서 라이즈가 각각 데뷔했다. 보이넥스트도어는 '뭣 같아'라는 노래로 주목받았고, 제로베이스원은 데뷔 앨범부터 미니 2집까지 연속으로 밀리언셀러를 기록했으며, 라이즈 역시 데뷔 싱글로 밀리언셀러의 주인공이 됐다. 걸그룹 중에선 블랙핑크 이후 YG엔터테인먼트에서 7년 만에 데뷔한 베이비몬스터가 데뷔곡 '배러업'(BATTER UP)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밖에도 올해까지 왕성하게 활동했던 아스트로(ASTRO) 문빈의 갑작스러운 사망, 신혜성·이루의 음주운전, 라비·나플라의 병역 면탈 비리, 돈스파이크·남태현 등의 마약 사건 등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