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최창민 기자 ■ 제작 : 전남CBS 보도제작국, 정혜운 작가
■ 대담 : 한진희 작가
◇ 최창민> 순천의 한 동네 작가가 귀농을 한 후에 마주한 농촌의 쓰레기 문제를 알리기 위해서 전시회를 기획했습니다. 한진희 작가인데요. 직접 전화 연결돼 있습니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 한진희>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최창민> 제목이 독특해요. 출세한 쓰레기들 어떤 전시회인지 소개해 주시겠어요.
◆ 한진희> 출세한 쓰레기들 앞에 부제처럼 붙는 제목이 있어요. '농촌 쓰레기 예술이 되다'라는 제목인데요. 제가 이주하고 농사지으면서 마주하게 된 쓰레기들을 가지고 여러 창작 활동하면서 전시를 기획 해봤고요. '출세한 쓰레기들'이라고 이름을 붙인 거는 출세 한자 그대로 세상에 이 쓰레기들의 존재를 좀 보여야겠다고 생각을 해서 기획을 하게 됐고요.
◇ 최창민> 전시회가 언제부터 어디서 열리죠?
◆ 한진희> 17일 일요일까지 순천 문화의 거리에 있는 기억의 집이라는 공간에서 전시를 합니다.
◇ 최창민> 어떤 작품들을 볼 수 있는지 지금 전남CBS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 작품 사진들이 나가고 있거든요. 몇 작품 설명 한번 해주시겠어요.
◆ 한진희> 가장 먼저 검정 비닐로 만든 작품인데요. 제목은 '비닐과의 결혼'이고요. 농사를 지을 때 풀이 나지 말라고 혹은 흙이 유실되거나 보습의 문제 때문에 멀칭을 많이 하는데 1회용으로 쓰고 버려지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게 버려지고 제때 수거되지 않고 그대로 밭에 파묻히게 되는 경우도 많은데 그런 쓰레기를 수집해서 비닐 드레스를 한번 만들어 봤어요. 그래서 비닐과의 결혼식을 한번 치러봤고요.
◇ 최창민> 혼자서 작업하신 건가요?
◆ 한진희> 사진작가 두 분이랑 같이. 의상으로 딱 만들어진 게 아니다 보니까, 그냥 몸에다가 이렇게 둘둘 감아 가면서 드레스의 모양을 만들었었습니다.
◇ 최창민> 머리에 쓴 면사포도 영농 쓰레기인가요?
◆ 한진희> 아니요. 실제로 사용하는 면사포이고요. 웨딩드레스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 면사포는 기성 제품을 사용했고요. 그다음에 작품은 포대의 일생이라고 해서, 논밭에 굴러다니는 포대를 주워다가 어떻게 해볼까 하다가 옷으로 입어봤죠.
◇ 최창민> 포대를 드레스로 이렇게 만든 거네요.
◆ 한진희> 사실 처음에는 큰 쓰레기봉투를 사다가 쓰레기들을 치우기도 하고, 아이구 왜 썼으면 제대로 버리지 않지 화도 나고 그러다가 저 역시도 굉장히 무뎌지는 거예요, 이 쓰레기들 앞에서. 그러다가 저 스스로 지칠 수도 있는데, 뭔가 좀 재미나게 해볼 수 있는 거 없을까 고민하면서 그럼 내가 한번 입어보면 어떠지라는 생각을 해서 시도해 봤습니다.
◇ 최창민> 굉장히 예쁘게 잘 만드신 것 같은데요. 다음 작품도 하나 소개해 주시죠.
◆ 한진희> 다음은 '새싹의 툇자리 – 고향'이라는 작품이고요. 저도 농사짓다 보면 포트를 많이 사용을 하는데 이게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어서 굉장히 쉽게 부스러지고 밭에 많이 버려지는 경우가 있는데, 왜 이 포트는 플라스틱으로 돼 있을까? 왜 검정색이지 왜 이렇게 쉽게 바스라지지 이런 것들을 고민을 하다가 한번 포트의 마음이 되어보자 해서 실제로 포토샵 이런 거 없이 진짜 자라고 있는 새싹을 입에다가 넣고 한번 포트로 이렇게 한번
◇ 최창민> 입에 물고 계신 게 지금 새싹인가요?
◆ 한진희> 네
◇ 최창민> 화면이 검은색이어서 괴기스럽고 음산한 분위기가 나는데
◆ 한진희> 맞아요. 그거 보고 놀라신 분들이 계시죠.
◇ 최창민> 좀 충격적이기도 합니다.
◆ 한진희> 그런 충격을 어떤 면으로는 신선하게 어떤 면으로는 충격적으로 전달하고 싶었어요. 농촌의 쓰레기 문제들을
◇ 최창민> 지금 얼굴만 나와 있는데, 어디에 몸을 파묻은 것 같은 그런 모습이거든요.
◆ 한진희> 사방이 다 포트 버려졌던 포트들로 감싸가지고 포트 안에 저 역시 포트가 돼서 이렇게 표현을 해 봤습니다.
◇ 최창민> 아주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그런 사진이었고요. 또 하나 더 볼까요?
◆ 한진희> 그다음은 농약병을 들고 하천에 들어간 작품인데 제목은 '병이 병이 되고'예요. 우리가 쓰는 병 음료병이 몸을 아프게 하는 병이 된다는 의미를 담았는데요. 실제로 농사지으면서 여러 농약들이 사용되고 농약병들도 채 수거되지 않은 채 논밭을 나뒹구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것들을 가지고 잘 씻고 뚜껑을 잘 닫아서 손에 들고 들어가 봤어요. 그런데 작업을 할 때 주변에서 농약이 물에 들어가면 아무래도 네 호흡기로도 들어가고 피부에도 닿고 좋지 않을 텐데 괜찮겠느냐 걱정을 많이 해주셨는데 저는 오히려 제가 이렇게 물에 들어가서 표현하는 거는 한 시간 남짓인데 우리가 보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사이에 밭으로 강으로 들어가는 그런 농약들을 생각하면서 내가 느끼는 고통은 굉장히 작은 부분이겠구나 그리고 자연과 흙과 이런 농사와 사람이 다 연결되어 있구나 그런 연결감들을 많이 느꼈던 작업이었어요.
◇ 최창민> 언제부터 이렇게 쓰레기로 작품을 만드셨어요?
◆ 한진희> 저는 예술을 전공하거나 뭐 창작 활동을 해왔다거나 한 건 아니고요. 귀농한 지 이제 한 3~4년 돼가는데 실제로 작품 활동을 한 건 작년서부터 올해까지 2년 됐고요. 조금 쑥스럽기도 하지만 자연을 곁에 두면서 제 안에 있던 창조성 같은 것들을 많이 발견하게 된 거 같아요. 그래서 그런 창조성을 안고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 최창민> 직접 농사를 짓는다고 들었는데요. 어떤 작목 키우고 계신가요?
◆ 한진희> 쌀농사 밭농사 다 하고 있고요. 쌀 감자 옥수수 콩 이렇게 재배하고 있습니다.
◇ 최창민> 영농 자재 포장들이 친환경적인 재질이 많지 않다고요.
◆ 한진희> 아무래도 저렴하게 쓰기 위해서 그냥 플라스틱이나 이런 재질로 된 것들이 많고 그럼에도 최근에는 종이나 아니면 바다 부산물을 활용한 멀칭제나 이런 것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비용이 높다 보니까, 쉽게 사용되지 않고 있고 그리고 의례적으로 관행적으로 사용했던 것들을 하다 보니까, 실제 농촌에는 굉장히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상황이고요.
◇ 최창민> 농사 외에 다른 일도 하시나요?
◆ 한진희> 제가 지구에 덜 해로운 농사를 고집해서 하다 보니까, 양이 많지는 않고 소농 하다 보니 생계가 조금 불안정한 것도 있고 그래서 여러 사무 아르바이트도 하고요. 과거에는 어르신들 찾아가서 말벗하는 일도 했었고요. 다양한 일들을 겸하고 있습니다.
◇ 최창민> 폐기물을 가지고 이렇게 전시회를 하고 계신데, 이 전시회를 통해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까요?
◆ 한진희> 이 쓰레기들이 사실 도시에 살거나 할 때는 잘 보이지 않아요. 우리가 먹는 감자 이런 채소로만 다가오는데 사실 채소가 길러지기 뒤에 이면에는 굉장히 많은 쓰레기들이 나오고 또 쉽게 버려지고 처리되지 못하는 것들이 있고 그래서 우리가 단순히 먹고 끝내는 게 아니라, 이면에 어떤 과정들로 이런 농산물들이 나오는지를 조금 더 관심 있게 봐주시면 좋겠다. 이를테면, 바다 쓰레기 문제는 시각적으로 많이 보이다 보니까 그걸 치워야겠다라는 그런 움직임도 있듯이 농촌의 쓰레기들도 먼저 존재를 알아봐 주시고 기억해 주십사 하는 마음입니다.
◇ 최창민> 끝으로 한 말씀해주시죠.
◆ 한진희> 처음 쓰레기 문제를 인식하고 나서 이게 개인이 무언가를 한다고 해서 쉽게 바뀌지 않겠구나 이건 정말 오래갈 싸움이자 활동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많이 부족하고 어설픈 면도 있죠. 하지만 전문 작가가 아니기 때문에 그럼에도 뭔가 대단한 작가가 되기보다 끝까지 이 문제를 놓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이런 전시를 마련을 했고요. 정말 기후 위기 시대에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최창민> 영농 쓰레기로 작품을 만든 한진희 작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