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격은 그대로 두고 양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과의 전쟁에 나선 가운데, 편의점 업계에서는 가격은 낮추는데 양을 늘리는 '역(逆) 슈링크플레이션' 상품들이 주목받고 있다.
자체 마진을 줄이고, 중소 업체와 협업해 원가를 낮추는 노력에 고물가 시대 가성비를 추구하는 트렌드까지 맞아 떨어지며 인기를 끌고 있다.
15일 편의점 GS25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출시된 '유어스면왕' 제품은 컵라면 소컵 기준 유사 제품 대비 중량은 22% 늘렸고, 가격은 1천원이 안 된다.
일반적인 컵라면 소컵 중량이 86g인 것에 비해, '면왕'은 중량을 105g으로 늘렸고, 가격도 GS25 용기면 최저가인 990원이다.
이러한 가격 경쟁력이 입소문을 타며 출시 후 현재까지 약 3주간 누적 판매 수량은 10만 개를 넘겼다.
편의점 CU에서도 지난달 '놀라운 샐러드' 5종을 출시했는데, 유사한 사이즈의 타 샐러드에 비해 내용물 함량은 20% 높인 150g 수준이고, 가격은 30%가량 낮춰 2천 원 대에 구매가 가능하다.
놀라운 샐러드 시리즈도 출시 초기(11월 7~18일)보다 지난 1~12일 매출이 25.2%나 늘어나는 등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역 슈링크' 제품은 편의점 업계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다.세븐일레븐의 '가라아게 치킨'도 가성비 아이템으로 꼽히는데, 550g 중량에 가격은 7700원으로 책정돼 기존에 판매하던 후라이드 치킨보다 약 20% 저렴해졌다.
이마트24도 기존보다 과자 용량을 24%씩 늘린 PB상품 '아임e 진지한 풍미, 빠다팝콘' 중량을 출시했는데, 가격은 1700원으로 유지했다. 롯데웰푸드 꼬깔콘 고소한맛, 꼬깔콘 군옥수수맛 제품도 용량을 기존 67g에서 83g짜리 제품으로 증량해 단독 판매 중인데, 가격은 1700원으로 동결했다.
'꼼수 인상' 행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에 비춰볼 때, 이러한 '역 슈링크' 제품들은 호응을 이끌기 쉽고, 자연스럽게 마케팅 효과도 누리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 차원에서는 정부의 먹거리 물가 안정 기조에 동참한다는 이미지도 얻을 수 있다. 이에 업체별로 여력을 끌어 모아 유사한 '역 슈링크' 제품의 출시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량을 늘리는데 가격은 동결하거나 낮추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에, 자체 마진도 깎고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던 중소 업체와 협업하며 비용을 줄이는 등의 노력이 있어야 출시할 수 있는 상품들"이라며 "다른 상품들보다 마진율은 낮지만, 주목을 받으며 박리다매하면 이익을 거둘 수 있는 구조이기에 고물가 시기 이러한 상품군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