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내 대규모 지상작전을 끝내기 위한 설득에 나섰으나, 이스라엘이 선뜻 응하지 않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미 정부는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방문중인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이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을 만나 하마스와의 전쟁 상황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미 정부는 논의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은 채 "양측 간 넓은 범위의 의견 수렴이 있었다"고만 전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미국은 이스라엘이 연말까지 가자지구에서의 대규모 지상작전을 끝내기를 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날 익명의 미 고위 관리들을 인용해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이 연말까지 가자지구에서 대규모 지상전을 끝내고, 하마스 축출 작전에 보다 표적화된 전술을 쓰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미 행정부가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을 잇따라 중동 지역에 급파하는 것도 이같은 '저강도 작전'으로의 전환 일정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NYT가 전한 바이든 행정부의 구상에 따르면, 새로운 작전하에서는 가자지구의 인구 밀접 지역에는 소규모 정예 이스라엘 부대가 투입된다.
이들은 인질을 구출하는 한편 하마스 지도자를 찾아내고, 하마스의 본거지인 지하 터널을 파괴하는 임무를 부여받게 된다.
애꿎은 민간인 사상자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인 셈이다.
다만, 이스라엘은 "하마스와의 전쟁이 몇 달 이상 지속될 것"이라며 가자지구에 대한 폭격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하고 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전날 "10월 7일 이스라엘 공습을 감행한 하마스를 파괴하는 것이 이스라엘 안보에 필수적이며, 아직 하마스가 구축한 광범위한 지하 터널 등이 남아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최근 몇 주동안 미국과 이스라엘은 하마스와의 전쟁 수행과 전후 가자지구 해법을 놓고 갈등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2일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의 지지를 잃기 시작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는 이스라엘의 하마스 축출 작전이 지속되면서 가자지구 내 민간인 희생이 커지고 있는 것을 겨냥한 것으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이스라엘을 향한 가장 강경한 발언이었다.
또한 전후 가자지구 해법에 대해 양국이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점도 이같은 발언의 배경으로 해석됐다.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는 최근에도 "전쟁이 끝난 후 가자는 하마스탄도 파타스탄도 아닐 것"이라고 말하는 등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파타(Fatah)는 2007년 가자지구에서 축출됐지만, 서안지구를 관리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일컫는 말로, 하마스나 파타에게 전후 통제권을 주지 않겠다는 의미인 셈이다.
다만, NYT는 이같은 양국의 이견차도 협의를 통해 조정될 수 있는 여지는 있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과거 '가자지구에 인도주의적 물품 반입을 허용하고, 민간인 사상자를 줄이기 위한 조치를 취하라'는 미국의 조언을 처음에는 완강히 거부했으나 결국에는 수용한 바 있기 때문이다.
한편 dpa통신은 하마스의 한 고위관리를 인용해 "카타르와 이집트 관리들이 하마스를 대신해 이스라엘·미국과 가자지구 휴전을 재개하기 위한 진지한 대화가 진행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지난달 말 '일시 휴전'을 통해 하마스가 납치한 인질과 이스라엘에 수감중인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맞교환한 바 있다.
이스라엘은 현재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이 사망자 19명을 포함해 135명 정도인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