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제목 '블로우-업'은 작가가 오래 전 인상적으로 봤던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영화 '블로우-업'(1966)에서 인용했다. 영화는 시선의 욕망과 시각적 진실에 의문을 던지며 '블로우-업'은 사진이나 영화를 확대한다는 의미다.
전시 공간에는 대규모 풍경 회화가 걸려 있다. 'Untitled 4819-1'부터 'Untitled 4819-60'까지, 'Untitled 4819-12'를 제외한 59개의 캔버스로 구획된 '습지' 연작이 한 쪽 벽면을 가득 채운다. 'Untitled 4819-12'은 맞은편 벽면에 확대된 버전을 따로 설치했다.
'습지' 연작은 작가가 2017년 뉴질랜드 여행 중 발견한 후 여러 차례 방문한 케플러 트랙 인근 습지 풍경을 담았다. 작가는 수풀, 이끼, 수풀 사이 웅덩이에 비치는 하늘과 구름 모양 등이 회화적으료 표현하기에 매력적인 이미지라고 생각했다.
작가는 14일 국제갤러리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관람객의 시선에서는 전체의 그림을 하나의 그림으로 연결해 볼 수도 있고 따로 떼내어 새롭게 구획해 볼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프레임 밖의 풍경, 나아가 전시공간 밖으로 공간이 무한히 확장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습지' 연작의 방법적인 주제는 붓질 연구다. 캔버스가 일정한 크기와 간격으로 구획돼 획일적으로 보일 수 있어 작가는 붓질 하나하나에 더욱 집중했다. 물풀, 꽃, 물웅덩이 등은 올오버(all-over) 형식의 붓터치로 자유분방한 느낌을 가미했고 고무붓을 쓰거나 안료에 밀랍을 섞는 엔코스틱 기법을 활용했다.
작가는 "회화에서 '매너'라는 말이 있다. 이는 그 화가만이 지닌 고유의 붓질로 가수의 음색이나 소설가의 문체 같은 것이다. 그림을 잘 그린다는 건 재현의 기술을 넘어 매너의 문제"라며 "화가가 자신의 회화적 감흥을 잘 전달하려면 자신만의 매너를 보여야 하고 저 역시 저만의 붓질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이어 "모든 붓은 가격과 무관하게 그 붓만이 표현할 수 있는 고유한 특성이 있다. 각각의 붓의 존재감을 새롭게 확인할 때 화가로서 큰 기쁨을 느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