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EN:]갤러리에 옮겨 놓은 습지…이광호 개인전

국제갤러리 제공
한국을 대표하는 사실주의 화가 이광호(56·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 교수)의 개인전 '블로우-업'(BLOW-UP)이 14일부터 2024년 1월 28일까지 서울 삼청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린다. 신작 65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 제목 '블로우-업'은 작가가 오래 전 인상적으로 봤던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영화 '블로우-업'(1966)에서 인용했다. 영화는 시선의 욕망과 시각적 진실에 의문을 던지며 '블로우-업'은 사진이나 영화를 확대한다는 의미다.

전시 공간에는 대규모 풍경 회화가 걸려 있다. 'Untitled 4819-1'부터 'Untitled 4819-60'까지, 'Untitled 4819-12'를 제외한 59개의 캔버스로 구획된 '습지' 연작이 한 쪽 벽면을 가득 채운다. 'Untitled 4819-12'은 맞은편 벽면에 확대된 버전을 따로 설치했다.

'습지' 연작은 작가가 2017년 뉴질랜드 여행 중 발견한 후 여러 차례 방문한 케플러 트랙 인근 습지 풍경을 담았다. 작가는 수풀, 이끼, 수풀 사이 웅덩이에 비치는 하늘과 구름 모양 등이 회화적으료 표현하기에 매력적인 이미지라고 생각했다.

이광호 작가. 국제갤러리 제공
작업은 습지 사진 한 장에서 출발했다. 작가는 사진의 이미지를 크게 확대한 후 60개의 화폭으로 구획했고 각각의 캔버스가 전체 풍경 이미지의 일부이자 그 자체로 하나의 완결된 작품이 되는 상황을 연출했다.

작가는 14일 국제갤러리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관람객의 시선에서는 전체의 그림을 하나의 그림으로 연결해 볼 수도 있고 따로 떼내어 새롭게 구획해 볼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프레임 밖의 풍경, 나아가 전시공간 밖으로 공간이 무한히 확장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습지' 연작의 방법적인 주제는 붓질 연구다. 캔버스가 일정한 크기와 간격으로 구획돼 획일적으로 보일 수 있어 작가는 붓질 하나하나에 더욱 집중했다. 물풀, 꽃, 물웅덩이 등은 올오버(all-over) 형식의 붓터치로 자유분방한 느낌을 가미했고 고무붓을 쓰거나 안료에 밀랍을 섞는 엔코스틱 기법을 활용했다.

작가는 "회화에서 '매너'라는 말이 있다. 이는 그 화가만이 지닌 고유의 붓질로 가수의 음색이나 소설가의 문체 같은 것이다. 그림을 잘 그린다는 건 재현의 기술을 넘어 매너의 문제"라며 "화가가 자신의 회화적 감흥을 잘 전달하려면 자신만의 매너를 보여야 하고 저 역시 저만의 붓질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이어 "모든 붓은 가격과 무관하게 그 붓만이 표현할 수 있는 고유한 특성이 있다. 각각의 붓의 존재감을 새롭게 확인할 때 화가로서 큰 기쁨을 느낀다"고 말했다.
국제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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