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라도 부르고 도망가든지…"
음주 뺑소니 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진 A(32)씨의 아버지는 절규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이렇게 산소호흡기에 의지해 힘겹게 숨을 쉬는 모습을 볼 줄은 꿈에도 몰랐다.
A씨의 아버지 B씨가 아들의 사고 소식을 접한 건 13일 새벽 0시 40분쯤.
밤늦게 연락할 아들이 아니란 걸 알기에 처음에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러다 곧바로 아내가 전화를 받더니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아들이 사고를 당해 크게 다쳤다는 경찰관의 전화였다.
안 믿었다. 보이스피싱인 줄 알았다.
직접 지구대에 전화를 걸고서야 거짓이 아닌 걸 알았다.
한달음에 병원으로 향했고, 이내 억장이 무너졌다. 사고 내용을 듣고는 하늘을 원망했다.
휴가 나온 군인이 음주사고를 냈고, 더구나 바닥에 쓰러진 아들을 두고 그냥 떠났단다.
아들은 그렇게 정신을 잃고 차가운 도로에 한동안 방치됐다가 시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신고만이라도 해주지. 바로 병원에 갔으면 이 정도는 아니었을 텐데…"
B씨 가족에게 A씨는 전부였다.
해병대를 전역할 때까지 단 한 번도 가족에게 손을 벌린 적이 없었다. 오히려 휴가를 나오면 아르바이트를 하며 용돈을 벌었다.
B씨는 미안한 마음에 A씨에게 "아빠가 원망스럽지 않냐"고 묻기도 했지만, 아들은 "군인이 무슨 돈이 필요하냐"고 손사래를 치며 그저 씩씩하기만 했다.
전역 후에는 대기업에 다니며 헬스장까지 운영했던 A씨다.
그러다 여자친구를 만나 빵집을 차렸고, 지난 10월 여자친구와 결혼했다. 결혼식은 성당에서 조촐하게 치렀다.
A씨는 인건비를 아끼려고 직접 배달까지 했다.
억척스러울 정도로 검소했던 A씨는 휴가 나와 무면허로 음주운전을 한 20대 군인의 차량에 치여 현재 뇌사 상태다.
청주청원경찰서는 전북 모 군부대 소속 C 상병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과 도로교통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붙잡아 군 헌병대에 인계했다.
A씨는 13일 새벽 0시 30분쯤 청주시 청원구 내덕동 도로에서 술에 취해 운전을 하다 오토바이를 몰던 A씨를 치고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인근 CCTV 등을 분석해 사창동 집에 있던 C 상병을 붙잡았다.
검거 직후 음주 측정 결과 C 상병의 혈중알코올농도는 음주운전 수치에 미달했지만, 경찰은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사고 당시 C 상병의 혈중알코올농도를 면허 취소 수준(0.08%)이 넘는 0.11%로 추정했다.
C 상병은 과거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상태였으며, 당시 가족 명의로 차량을 렌트해 운전했던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