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6만 관객을 속터지게 만들고 때로는 응원하게 만든 '서울의 봄' 속 12·12 군사반란의 긴박한 순간을 만들어낸 12인 배우들 모습이 공개됐다.
'부산행' 이후 '분노 유발' 전문 배우로 꼽히는 김의성은 국방장관 역을 맡았다. 김의성은 영화 속 중요한 순간마다 얄미운 연기를 선보이며 '부산행' '미스터 션샤인'에 이어 밉상 연기를 자체 갱신했다. 특히 참모총장 공관에서 총격전이 벌어지자 상황 파악도 안 하고 도망친 뒤 새벽에야 나타나 "나 많이 찾았냐?"라는 속터지는 명대사를 남겼다.
1969년 데뷔 이래 연극, 드라마, 영화에서 독보적인 역사를 만든 관록의 배우 정동환은 대통령 최한규 역을 맡아 12·12 당일, 반란군이 넘어야 할 첫 번째 관문으로 중후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계엄사령관을 겸하던 참모총장 정상호(이성민)를 납치한 전두광(황정민)이 연행을 정당화하기 위해 재가를 요청하자 국방장관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반려한다.
안내상은 1군단장 한영구를 맡았다. 전두광의 직계 선배로 까칠한 성격이다. 군사반란을 무모한 도박이라고 걱정하면서도 반란이 성공할 경우 그 열매를 가장 먼저 갖고 싶어하는 인물이다. 반란군 내부에 깔려 있는 실패에 대한 불안감과 성공에 대한 욕망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최병모가 연기한 도희철은 특전사령부의 최정예 전투 병력인 2공수의 여단장이다. 전두광의 절친한 후배로, 직속상관인 특전사령관의 명은 거부한 채 전두광의 말이라면 뭐든 하는 각별한 충성심으로 관객들의 분노를 자극한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과 드라마 '아무도 모른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등을 통해 사랑받은 박훈은 전두광 비서실장 문일평을 연기, 12·12 당일 진압군의 통신망 전체를 감청한다. 대령 직급으로 사단장에게 협박을 하는 등 차가우면서도 야망이 가득한 연기로 호평을 받고 있다. 군사반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그에게 관객들은 "잘생겨서 더 화난다"라는 웃픈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저씨'부터 '도어락' '길복순' 등 늘 강렬했던 김성오는 특전사 4공수 여단장인 김창세를 연기했다. 전두광이 장악한 군내 사조직 소속으로 군사반란에 동참해, 직속상관인 특전사령관에게 결정적인 하극상을 일으키는 인물로 역시나 강한 인상을 남긴다.
수경사 작전참모 강동찬은 한국인 최초로 영국왕립연극학교에 합격한 이력을 가진 연극계의 베테랑 배우이자 최근 '운수 오진 날'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남윤호가 연기했다. 대령으로 이태신 수도경비사령관(정우성)의 작전 참모이자 끝까지 그와 함께하는 강동찬은 남윤호의 호연으로 관객의 공감을 얻고 있다.
한편 이태신이 사령관인 수도경비사령부 예하 부대 30경비단장임에도 전두광의 사조직 멤버로 반란군들 본부로 30경비단을 제공해 관객들의 공분을 사는 장민기 역은 안세호가 연기했다. 그는 올해 흥행 한국 영화 '범죄도시3'와 '밀수'에 이어 또 다른 변신을 선보였다.
8공수 여단장 박기홍은 정형석이 연기했다. 서울로 진격 중인 반란군 측 2공수보다 먼저 와달라는 이태신의 간곡한 청을 들으며 공수가 긴박하게 엇갈리는 순간을 실감 나게 보여준다. 귀 밝은 관객들이 '나는 자연인이다' 내레이션으로 익숙한 그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반가움을 표하고 있다.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영화로, 전국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