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 핵심'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의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에 이어 김기현 대표가 당대표직을 내려놓으면서 여당이 '주류 희생' 이미지를 선점한 모양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초선 의원 2명이 연쇄적으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인재 손실'만 있을 뿐 여당과의 인적 쇄신 경쟁에서 밀린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 홍성국 의원과 이탄희 의원은 13일 각자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4월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두 의원은 사전에 당 지도부와 불출마에 관해 전략적인 소통을 하지 않고 개별적인 판단에 따라 행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의 경제통인 홍 의원은 이날 회견에서 "지금의 후진적인 정치 구조가 가지고 있는 한계로 인해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때로는 객관적인 주장도 당리당략을 이유로 폄하됐다"고 불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이 의원은 선거제에 대한 소신으로 불출마를 선언하며 "(병립형으로) 퇴행한 선거제로 다음 총선을 치르면 22대 국회는 거대 양당만 남는다"며 "반사이익 구조에 갇힌 정치는 극심한 증오정치로 빨려들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인재로 영입됐던 두 초선 의원이 정치권 이탈을 예고하면서 당내선 아쉬움과 위기감이 감지된다.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는 지도부 및 주류에 대한 비판도 나오는 분위기다. 현재까지 민주당 중진 중엔 국회의장을 지낸 박병석 의원(6선)과 우상호 의원(4선)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초선 중엔 오영환, 강민정 의원이 먼저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당의 한 재선 의원은 "유능하면서 소신있는 초선들을 품지도 못하면서 새로운 사람을 영입하는 의미가 있나"라며 "훌륭한 자원들이 덜컥 불출마를 선언하기까지 방치한 당 지도부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도 "국민의힘은 권력의 중심에 있는 의원들이 들썩이기라도 하는데 우리는 침묵을 지키고 잘못된 게 있어도 아무 말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향후 두 의원의 불출마가 당에 쇄신 압박으로 작용할지도 미지수다. 당내에선 총선을 앞두고 내놓는 불출마 카드에 대한 회의론이 있을 뿐더러 물갈이를 위해 '친명 지도부'나 '86 운동권' 등 어느 그룹이 희생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린다. 여기에 박지원·정동영·천정배 전 의원 등 이른바 '올드보이'들이 총선 출마 채비를 하면서 현역 불출마가 나오기 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관련해 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여당은 권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주류가 빠져야 한다는 인식이 있지만 야당은 선순환과 활력, 당의 미래를 위해 다선 중진이 불출마하면 좋을 것"이라면서도 "그만두라고 강요할 수 있는 힘도 권한도 없는 상황에 자율적인 판단을 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