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한 가족회사에 입사한 A씨는 사무 및 회계관리 업무를 해왔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대표와 대표의 아들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심지어 대표 등은 자신들의 가족 불화 책임을 A씨에게 전가하는 등 직장 내 괴롭힘을 지속했다. 결국 A씨는 입사 4개월만인 2022년 3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
#2021년 4월 공사현장에 일용직 화재감시자로 입사한 40대 여성 B씨는 성희롱과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려왔다. 과장을 비롯한 남자 직원들로부터 부당한 업무를 지시받고, 인격을 모독하는 언행에 시달리며 지속적으로 고통을 받았다. 현장 부장은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무마하려 했다. 결국 B씨는 입사 3달 만에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극단적 선택을 한 직장인 10명 중 3명이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렸던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갑질119와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은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2022년 산재 자살 현황 국회 토론회'를 열고 근로복지공단의 2022년 산재 자살 관련 업무상 질병 판정서 85건(승인 39건, 불승인 46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결과, 극단적 선택을 한 원인으로는 '직장 내 괴롭힘'이 25건(29.4%)으로 가장 많았다. 이중 폭행을 당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도 2건이 있었다. 과로 13건(15.2%), 징계 및 인사처분 12건(14.1%)이 그 뒤를 이었다.
극단적 선택을 한 이들의 근속연수는 '5년 미만'이 41건으로, 48%에 달해 가장 많았다. 5~10년 미만은 15건(18%), 10년 이상은 29건(34%)로 분석됐다.
한편 극단적 선택을 한 노동자들의 산재 승인율은 2022년 52%에 불과했다. 2018년 80%, 2019년 65%, 2020년 70%, 2021년 56%에 비해 낮아진 수치다.
직장갑질119 권남표 노무사는 "고인들은 생전에 고용노동부가 괴롭힘을 인정하고 시정명령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장에서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했다"며 "괴롭힘 인정 잣대를 높일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괴롭힘 조사를 더 엄격하고 신속하게 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괴롭힘의 인정 범위를 더 넓히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장갑질 119 배나은 활동가는 "현재 가장 큰 문제는 피해자들이 죽음을 고민하면서도 신고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괴롭힘 피해자 뿐만 아니라 신고자에 대한 보호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제재할 수 있는 조항을 마련하고 조치의무를 위반하거나 불리한 처우를 한 사업주에게 규정과 원칙대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현행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고, 재해 인정 기준 역시 사업주에게 유리하게 규정되어 있다"면서 "업무 관련 자살을 방지하고 제도 개선방안을 도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