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개막한 뮤지컬 '드라큘라' 10주년 공연에 출연 중인 김준수(36)는 공언했다. 2014년 초연부터 5번의 시즌 동안 빨간색 머리 드라큘라로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관리가 여간 힘들지 않기 때문이다.
김준수는 지난 11일 서울 강남의 한 까페에서 가진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내가 왜 빨간색 머리를 제안했을까 많이 후회했다. 1주일에 한 번 염색해야 하고 땀나면 빨간색 물이 떨어진다. 베겟잎에도 빨간색 물이 든다"고 웃었다.
"백발의 드라큘라가 넘버 '프레시 블러드'(Fresh Blood)를 부르는 장면이 있어요. 조나단의 피를 빨고 난 후 온 몸에 피가 도는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죠. 제가 처음 빨간색 머리를 시도한 후 전 세계에서 '드라큘라는 4050 배우들이 하는 배역'이라는 인식이 깨졌다고 하니 뿌듯해요."
김준수가 연기하는 드라큘라 백작은 400년간 한 여인만 사랑한 흡혈귀다. 순수함과 광기, 사랑과 집착을 오가며 관객을 사로잡는다. 김준수는 "난이도 최상이다. 캐릭터의 감정 기복이 심하고 넘버도 부르기 어렵다. 드라큘라의 비현실적인 사랑을 관객이 이해하게끔 연기하는 것이 녹록지 않다"고 했다.
'드라큘라'와 오랜 세월 함께해 온 만큼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에도 참여했다. 김준수는 "'드라큘라가 미나에게 자신이 흡혈귀가 된 사연을 설명하는 장면이 있는데 대사 대신 노래로 표현하자는 제 의견이 받아들여져서 '쉬'(She)라는 넘버가 만들어졌다"고 뿌듯해 했다.
김준수는 2003년 그룹 '동방신기'로 데뷔한 후 전성기를 누리다가 여러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2010년 '모차르트!'로 뮤지컬 무대에 데뷔했다. 13년간 '드라큘라'를 비롯 '모차르트!' '데스노트' '엘리자벳' '엑스칼리버' 등을 스테디셀러 뮤지컬 반열에 올려놨다. 뮤지컬 배우 중 여전히 최고 티켓파워를 자랑한다.
배우가 아닌 관객으로서도 뮤지컬을 사랑한다는 김준수는 "제가 출연하지 않는 작품도 많이 보러 다닌다. 최근 '렌트'와 '벤허'를 관람했다"고 했다.
극중 드라큘라처럼 젊어진다면 어느 시절로 돌아가고 싶을까. "동방신기로 활동하던 시절을 만끽하지 못했어요. K팝 스타가 글로벌 스타인 시대잖아요. 지금의 K팝 시스템에서 동반신기 활동을 하면 어떨까 궁금해요."
2021년 설립한 1인 기획사 팜트리아일랜드 대표이기도 한 김준수는 "큰 미래나 목표를 세우진 않았다. 지금처럼 김소현, 정선아, 손준호, 서경수 등 소속사 배우들과 오손도손 자체 콘텐츠 만들고 흘러가는 대로 무탈하게 가수·배우 활동을 해나가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