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연구차 조총련 접촉도 막는다' 비판에 통일부 "원천봉쇄 아니다"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입수한, 정의기억연대에 통일부가 보낸 사전접촉신고 수리 거부 공문

통일부는 최근 일본군 '위안부', 조선학교 등에 대한 연구자와 시민단체들이 재일본조선인총련합회(조총련) 등에 대해 신청한 사전접촉신고를 광범위하게 수리 거부하고, 과거 내역까지 경위서 제출을 요구한다는 내용의 CBS노컷뉴스 보도에 대해 "교류협력을 원천적으로 막겠다거나 과태료를 엄정하게 부과하겠다기보다 법적인 신뢰를 높여서,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교류 협력 여건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이날 외신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관련 질문에 "남북관계 상황이 어느 정도 개선된다고 한다면 조금 더 전향적인 방향으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1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정감사에서 (재일교포와 조선학교를 다룬) '차별', '나는 조선사람입니다'의 제작 과정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고, 그에 따라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에 있다"며 "과거 교류협력법 적용이 다소 느슨하게 운영된 측면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며,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른 교류협력 질서와 체계를 확립해 나간다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입수한, 김지운 감독에게 통일부가 보낸 경위서 요구 공문

앞서 CBS노컷뉴스는 이날 오전 통일부가 시민단체는 물론 개인 연구자와 영화감독들이 제출한 사전접촉신고를 광범위하게 수리 거부하고 있고, 과거 보수정부 시절까지 포함해 진행된 다큐멘터리 영화 촬영과 함께 3년 전엔 실정법 위반이 아니라고 해석했던 조선학교 지원에 대한 '경위서 제출'도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남북교류협력법 9조의2 1항은 "남한의 주민이 북한의 주민과 회합·통신, 그 밖의 방법으로 접촉하려면 통일부장관에게 미리 신고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같은 법 30조는 "북한의 노선에 따라 활동하는 국외단체의 구성원은 북한의 주민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는데, 조총련은 북한과 긴밀한 관계가 있어 대법원 판례에 따라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로 취급된다.

그러나 9조의2 3항은 해당 '신고'에 대해 "남북교류·협력을 해칠 명백한 우려가 있거나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해칠 명백한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신고의 수리(受理)를 거부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애당초 남북교류협력법의 취지 자체가 남북 주민들간의 교류를 막는다기보다는 이를 정부 차원에서 보호하거나 관리하기 위한 쪽에 가깝기 때문으로, 일본군 '위안부' 연구 목적의 접촉까지 막는 것은 과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이에 대해 묻자 이 당국자는 "최근 북한의 연이은 도발 등 엄중한 남북관계 상황과, 북한이 우리 인원의 방북을 공개적으로 거부하고 있었던 상황, 국민 안전과 재산권을 보호해야 되는 의무, 그런 차원에서 이산가족 문제라든지 필수적인 사항 중심으로 접촉을 관리해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통일부는 지난 2020년 더불어민주당 김홍걸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재일조선학교 지원이 실정법에 저촉되는지'를 묻자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답한 바 있다.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조선학교 구성원 가운데 상당수는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다.

취재진이 3년 사이 해석이 바뀐 이유가 무엇인지 묻자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관계는 상황에 맞춰 어느 정도 판단할 여지가 바뀔 수 있는 부분도 있다"며 "일반적인 국가와 국가간의 관계라고 생각하면 법 자체가 필요가 없겠지만, 남북관계가 워낙 어렵고 특수한 상황에 있기 때문에 특별한 법률이 있고 상황에 따라 불가피하게 국민적인 공감대 속에서 좀 신축적으로 관리해야 될 수요도 있다"고 답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 연합뉴스

이날 오후 열린 서울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도 김영호 통일부 장관에게 관련 질문이 이어졌다. 한 일본 언론 취재진은 김 장관에게 '일본의 조총련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지, 지금 상황에서 사전접촉신고를 해도 통일부가 수리하지 않는다는 우려가 있는 것 같고, 일본 내에서 조선학교나 남북관계와 관련된 단체의 영화 제작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있다'고 물었다.
 
김 장관은 먼저 "조총련은 한국 법에 따라 이적단체로 규정돼 있고, 한국 국민이 조총련과 접촉하기 위해선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라 사전 신고해야 한다"며 "말씀하신 영화감독들은 국정감사에서 문제가 제기됐고, 그래서 접촉 경위서를 요청했으며 이는 남북교류협력법이라는 법적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통일부는 남북관계 상황을 고려해서 불요불급한 접촉에 대해서는 대단히 신중을 기하고 있다"면서도 "남북관계 상황이 어느 정도 개선된다고 한다면 조금 더 전향적인 방향으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는 점도 말씀드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장관은 북한이 무단으로 가동하고 있는 우리 기업 시설이 10여개에서 최근 30여개로 크게 늘었다며 "정확하게 파악해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마찬가지로 북한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20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해 올해 6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처럼 법적 대응 방침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