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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한국은 인구소멸 국가다?[노컷체크] ②한국 합계출산율은 향후 상승한다?[노컷체크] ③합계출산율 1명 이하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노컷체크] (계속) |
태어난 사람이 사망한 사람보다 줄어든 나라. 여성들이 평균적으로 1명의 아이도 낳지 않는 나라. 깨진 독에 280조의 예산을 쏟아붓는 나라. 인구 절벽 벼랑 끝에 선 대한민국 얘기다.
지난 2분기에 이어 3분기까지 한국의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가임기 동안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7명을 기록하며 연속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출산율을 언급할 때 가장 많이 인용되는 것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수치다. 한국은 2013년부터 줄곧 OECD 국가 가운데 합계출산율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2020년 기준으로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인 나라는 유일하게 한국뿐이었다.
다만 OECD를 제외한 국가와 비교를 통해 객관적인 수치를 확보, 한국 저출산의 현주소를 정확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 과연 전 세계 합계출산율 1명 이하는 대한민국이 유일한 것일까?
OECD 기준 꼴찌…합계출산율 1명 이하 대한민국밖에 없다?
CBS노컷뉴스가 미국 비영리 인구통계연구소인 인구조회국(PRB·Population Reference Bureau)에 요청한 '인구 참고국의 2020년 세계 인구 데이터 시트'에 따르면 대한민국 외에도 합계출산율 1명 이하인 나라가 있었다. 다만 여기서 지목된 나라를 '동등한 국가'로 볼 수 있느냐를 놓고는 국제정치적 이해가 다를 수 있다.
미 인구조회국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과 마카오, 두 나라의 합계출산율은 2020년 기준 각각 0.9명으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두 국가의 합계출산율은 모두 대체출산율 즉 현재 인구 규모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수준인 2.1명에 못 미치는 정도다.
유엔의 '인구통계연감 시스템'을 보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17년(1.052명), 2018년(0.977명), 2019년(0.918명), 2020년(0.837명)으로 날개 없는 추락 중이다.
마카오 또한 합계 출산율이 2016년(1.138명), 2017년(1.019명)에서 2018년(0.924)부터는 0명대로 떨어졌다. 이후 2019년(0.932명), 2020년(0.892명)을 기록하며 1명 이하로 낮아지는 추세다.
결론적으로 합계출산율 1명 이하는 한국이 유일하진 않았지만, 절망적인 합계출산율 수치를 기록한 건 여전했다.
"애 안 낳아요"…홍콩도 '무자녀 부부'가 '1자녀 부부' 앞질러
'홍콩' 또한 합계출산율 1명이 못 미치는 나라였다.
홍콩은 (통계청 기준) 2019년 1.03명으로 1명 대를 유지했으나, 2020년 들어서 0.87명, 2021년(0.75명), 2022년(0.76명)으로 떨어졌다.
최근 홍콩 현지에는 '무자녀 부부'가 '1자녀 부부'를 앞질러 홍콩 가정의 최대 구성군이 됐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지난 8월 16일 홍콩가정계획지도회(FPA)는 15~49세 홍콩 여성 15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작년 홍콩 부부는 평균 0.9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해당 조사는 지난해 9~12월 홍콩의 기혼 여성 1104명과 남성 파트너와 동거하는 비혼 여성 398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응답자의 43.2%가 '무자녀 커플'로 조사돼 2017년의 20.6%의 두 배 수치를 기록했다.
홍콩 가족계획 조사를 5년마다 실시하는 FPA는 결혼이 줄고 만혼이 늘어난 것이 저출산의 주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폴 입 홍콩대 교수이자 FPA 명예 고문은 "결혼하는 사람이 줄어 출산율이 떨어졌다"면서 "싱가포르, 런던, 도쿄 등 고소득 사회에서는 소가족이 표준이 되지만 홍콩은 특히 결혼하려는 사람이 적다"고 설명했다.
입 교수는 "젊은 인구가 부족해진 홍콩 사회에서 인구 고령화 현상은 앞으로 몇 년 동안 점점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순히 재정적 지원만 해서는 안 되고 노동시간과 아이 돌봄 서비스 등 전반적인 시각에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경고했다.
마카오, 홍콩 '도시국가' 공통점…'서울 공화국' 한국과 닮았다
마카오, 홍콩 그리고 한국. 이들 국가가 합계출산율 0명대로 내몰린 원인은 무엇일까.
한국 저출산의 근본적인 원인이 '서울 공화국'에 있다고 말하는 인구학자가 있다. 도시 국가로 취급되는 마카오와 홍콩, 한국의 수도권 인구 집중 현상은 많이 닮아 있다는 것이다.
조영태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장은 CBS노컷뉴스 인터뷰를 통해 "합계출산율이 1.0명 미만인 곳은 도시국가들뿐이다. 이들 국가는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영토의 한계를 갖고 있지만, 한국은 마치 도시국가처럼 서울로만 청년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센터장은 "높은 밀도와 그에 따른 극심한 경쟁이 초저출산 현상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꼬집으면서 "마카오, 홍콩 등 도시국가는 갈 곳이 그곳 밖에 없는데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의 집중도 높아져 경쟁이 커져만 간다. 경쟁이 심하면 생존이 재생산을 우선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라고 답변했다.
이어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떨어졌다. 그런데 서울시는 0.59명이다. 서울에 청년들이 굉장히 많이 몰려 살고 있는데 서울에 모인 이들끼리 경쟁이 심해지면 아이 낳는 거를 미루거나 혹은 포기하거나 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또 "특히 서울 수도권 중심으로 여성의 일자리가 집중되어 있다. 우선 수도권 몰림 현상부터 해결해야 하고 그다음 청년들 사이에 심리적인 경쟁, 이런 것들이 좀 풀어져야 한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한국은행(한은) 또한 최근 '지역 간 인구이동과 지역경제' 보고서를 통해 청년들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한국 저출산의 중요한 원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토의 11.8%를 차지하는 수도권에 한국 인구의 절반 이상(50.6%)이 살고 있다. 한국의 수도권 인구 비중은 2020년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6개 나라 중 가장 높다.
반면 인구 2~4위 도시의 합산 인구 비중은 중하위권 수준이다. 세계적으로도 수도권 한 지역에만 인구가 이렇게 밀집된 것은 이례적이다. 수도권 집중 현상은 지역 간 인구 자연 증감(출산·사망) 차이 때문이 아니라, 지역 간 이동에 따른 사회적 증감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15~34세 청년층의 수도권 유입이 가장 큰 요인이 됐다. 2015년 이후 2021년까지 수도권에서 순 유입 등으로 늘어난 인구의 78.5%가 청년층이다. 반면 같은 기간 호남, 대구 경북, 동남권에서 감소한 인구의 87.8%, 77.2%, 75.3%가 청년층이다.
이 가운데 청년층의 수도권 쏠림 현상은 저출산 문제의 원인으로도 지목됐다. 청년이 빠져나간 지역의 출산이 급감했지만, 수도권의 출산 증가가 이를 상쇄하지 못하면서 전국의 출산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인구밀도가 높을수록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출산을 늦추기 때문이라고 발표했다.
한편, 수도권 집중 현상으로 인한 저출산 가속화는 도시국가를 닮은 한국의 특수성인 것으로 로랑 툴르몽(Lurent Toulemon) 프랑스 국립인구통계학연구소(INED) 책임연구원은 분석했다.
그는 "보통 인구 같은 경우 주로 도시에 집중되어 있고 그 외 지역에는 인구 밀도가 높지 않은 것이 특징이며, 사실 프랑스나 유럽은 인구 밀도가 그렇게 높지 않기 때문에 한국에 비해 인구 밀도 문제는 (저출산의) 주된 요인이 아니다"라고 내다봤다.
이어 "한국과 프랑스의 합계출산율이 다른 이유는 오히려 주거 문제가 하나의 요인이라고 생각하고, 이는 출산율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변했다.
韓, 53년 만에 합계출산율 최저치 기록…'인구절벽' 늪에 빠진 지구
전 세계적으로 이어진 저출산 기류를 전문가들은 어떻게 분석하고 있을까.
앤 조피 뒤벤더(Ann-Zofie Duvander) 스톡홀름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삶에 대한 불확실성'을 이유를 들었다.
뒤벤더 교수는 "전쟁뿐만 아니라 학업을 끝냈지만 좋은 직장을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 등 삶의 전반적인 부분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안함이 출산율에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그중에서도 경제 상황은 출산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꼽으면서 "특히 스웨덴에서는 현재 대출이자율이 높아져서 주택 구매를 불안해하며, 경제적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추세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 상황이 좋지 않다고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게르다 네이어(Gerda Neyer) 스톡홀름대학교 사회학과 연구원은 저출산 문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급격한 사회 변화와 이에 따른 젊은 세대의 높아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의 중요성이 가속화를 이끌었다고 내다봤다.
그는 "코로나19가 여러 국가들에게 다른 영향을 미친 것에 동의한다"면서도 "여러 연구에서 확인된 것은 젊은 세대들이 워라밸에 더 많은 중점을 두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다수의 국가에서 근무 시간을 줄이는 것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는데, 코로나19는 이를 가속화 시킨 것 같다. 그 이유는 봉쇄와 같은 조치로 인해 새로운 상황에 처해졌고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상황은 어떨까. 올해 2분기 합계출산율 0.7명. 이 같은 수치는 통계청이 출생 통계를 제공하기 시작한 1970년 이래 역대 최저치다.
임영일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저출산 기류가 계속 이어지는 것 같다"면서 "통계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듯이 혼인 비율 자체가 떨어지고 있고, 혼인을 하더라도 아이를 낳지 않는 비율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봤다.
임 과장은 "2, 3명 아이를 출산했던 부분이 1, 2명 대로 줄어들면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추세다. 저출산이 막을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일 수 있지만, 코로나19 시대를 지나오면서 혼인이 많이 감소됐던 부분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대한분만병의원협회 오상윤 사무총장도 '합계출산율 0.7명'은 이미 예견된 일이라며 의견을 보탰다.
오 사무총장은 "연간출생아수(통계청 기준)는 1990년대만 해도 한해 70~80만 명 정도 태어나다가, 2002년부터는 50만 명 이하로 떨어졌고, 2017년에는 40만 명도 무너진 35만 7천여 명의 아이들이 태어났다. 비혼율도 올라가고 출산에 참여하는 국민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드는데 합계출산율이 늘어나는 건 힘든 부분"이라고 말했다.
최근 제주에서 300km 이상 떨어진 전북대병원으로 소방헬기가 이륙했다. 헬기에는 출산 직전 임신부가 타고 있었다. 제주에서 '안전한 출산'을 보장받지 못해서다. 또 구급차를 타고 뺑뺑이를 돌다가 어쩔 수 없이 119에서 분만했다는 산모의 소식이 담긴 뉴스 보도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는 이같이 분만 인프라가 붕괴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안성시 같은 경우 분만하는 곳이 없어 분만 취약지로 선정된 바 있다. 경기도나 수도권에서 분만할 병원이 없는 시·군구가 생길 판인데 지방은 오죽하겠냐"며 "국가는 이런 부분을 방치하지 말고 분만이라고 하는 의료를 공공이 떠안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9남매' 다둥이 가정도 있어요
40대 후반의 엄마가 아홉 번째 아이를 출산한 소식은 심각한 저출산 시대에 보기 드문 일이다.
자연분만으로 핏덩이를 처음 품에 안았을 때 산모 강민정(46)씨는 "모든 아이들이 태어날 때처럼 (9번째 출산이) 감격스러웠다. 아기를 출산한 어머니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경기 의왕시에 거주하는 강민정·황의성 부부는 지난 8월 4일 오전 11시 34분 자연분만으로 3.15kg의 아들 요셉이를 순산했다.
강 씨 부부의 첫아이는 2006년 태어난 딸이다. 이번에 막내아들을 얻으면서 딸, 세쌍둥이(딸,딸,딸), 아들, 딸, 아들 순서로 3남 6녀를 둔 대가족으로 탄생했다.
원래 '3명 정도 낳아 잘 살아보자'는 마음이었지만, 강 씨는 셋째를 임신하고 확인하러 갔을 때 깜짝 놀랐다고 한다. 뱃속에 세 아이가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세 번째 출산이 세쌍둥이가 되면서 정신없는 몇 년을 보냈다. 그는 "아이들이 조금씩 자라고 서로 도와주니 생각보다 (육아가) 수월했다"면서 이후 출산에 대해 "'다섯 명도 키우는데 한 명 더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쭉 늘어난 것 같다"고 전했다.
아이가 주는 행복도 컸지만 경제적인 사정을 무시할 수 없을 터. "어릴 때야 기저귀 정도 지출이 나가 큰 부담은 없었는데 아이들이 크다 보니 식비가 점점 늘어나고, 현재는 교육비가 제일 큰 부담이 된다"고 강 씨는 말했다.
다둥이 가족에게 정부에서 지원하는 출산지원금은 큰 힘이 됐다. 정부에서 지원해 주는 임신 축하금부터 부모·아동 수당도 받았다. 넷째 이상 출산 시 의왕시에서 출산장려금 500만 원을 지급받는 동시에 산후조리비도 알뜰하게 챙겼다.
저출산 극복을 위해 우리 가정이 작은 희망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한 그는 "처음에는 내 몸이 회복이 안 된 상태로 모유를 먹이면서 아이를 기르는 게 힘들 때도 있지만, 몸도 회복되고 아이도 커가면서 어느 정도 괜찮아지는 시기는 분명 온다. 출산으로 힘든 순간은 잠깐이고 금방 기쁨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당부했다.
-기획·취재 : 박기묵 양민희 송정훈 강지윤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SNU 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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