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사랑은 어떻게 '완성'되는 것일까…이혁진 장편소설 '광인'

민음사 제공

배우 유연석 주인공 드라마 '사랑의 이해' 동명 원작 소설로 화제를 모았던 이혁진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광인'이 출간됐다.

사회파 소설에서 로맨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이 작가의 신작 '광인'은 세 남녀의 사랑과 우정, 질투와 욕망을 위스키와 음악, 그리고 돈이라는 세계 속에서 새로운 언어와 긴장감으로 그려낸다.

인간 심연을 적나라하게 드러냄으로써 그들이 속한 관계, 사회, 나아가 세계의 속물성을 펼쳐보여왔던 이 작가는 무려 600여 쪽에 달하는 분량을 통해 사랑과 광기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며 돈과 자본의 세계로 비유되는 사랑과 우정, 연애와 결혼의 서사는 익숙한 로맨스 구도 속에서 인간 본성과 감정의 변이 과정, 갈등이 촘촘하게 드러난다.

2016년 한겨레문학상 등단작 '누운배'의 배경은 조선소, '사랑의 이해'(2019)는 은행이다. 후속 장편 소설 '관리자들'(2021)은 공사현장을 그렸고, 신작 '광인'에서는 위스키 양조장과 플루트 교습소가 중심 공간으로 등장한다.

위스키에 조예가 깊은 아버지로 인해 어릴 적부터 위스키의 세계를 탐닉했던 해원은 맛을 감별하고 표현하는 데 천재적인 능력을 보인다. 음악을 하기 위해 유학을 갔지만 정작 음악이 아닌 위스키의 매력에 빠져온 하진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양조장을 물려받아 한국의 독자적인 위스키를 만들고자 한다.

술의 세계가 갖고 있는 풍미를 극대화하는 건 준연이 속한 예술의 세계다. 생활과 음악 사이에서 적절히 타협하듯, 그러나 결코 예술을 포기할 수 없는 준연은 땅에 발붙이고 있는 이들과 달리 자기만의 허공에서 삶을 불안하게 이어 나간다. 한편 흔들리는 우정과 사랑 앞에서 해원은 자신이 가진 돈을 무기로 쓰고자 한다.

그동안 회사나 조직에서 대표되는 계급 사회와 그 안에서 자신을 지키며 살아가고자 하는 인물들의 다층적 욕망을 그려냈다면, '광인'은 전문 사업장을 배경으로 로맨스와 욕망, 갈등을 등치시키며 현실주의적 시각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드러낸다.

그저 사랑하고 싶었지만 자신이 원하는대로 할 수 없는 환경에 휘말릴 때의 불안은 공포가 되고 분노는 망상이 되고 사랑은 광기로 돌변한다. '내가 완성하려는 사랑'이라는 대사처럼 '완성'이 목적이 되어버리는 순간 서늘함이 우리 폐부를 관통한다.

이혁진 지음 | 민음사 | 6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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