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리그 대표 타자로 거듭난 '차세대 거포' 노시환(23·한화 이글스)은 어릴 적부터 '골든 글러브'에 대한 많은 궁금증이 있었다. 실물은 어떤 모습일지, 진짜 금으로 만들어졌는지, 무게는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것이다.
이제 직접 확인해 볼 수 있게 됐다. 꿈에 그리던 황금 장갑이 손아귀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노시환은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리그 골든 글러브' 시상식 3루수 부문 수상자가 됐다. 유효표 291표 중 245표(84.2%)를 받아 문보경(LG 트윈스·22표), 최정(SSG 랜더스·16표) 등 경쟁자를 큰 표 차로 제쳤다.
생애 첫 골든 글러브의 영광을 안게 됐다. 2019년 프로 데뷔 이후 5년 만의 수상이다.
올해 노시환은 그동안 따라다니던 수식어인 '유망주' 딱지를 떼고 KBO 리그 최고 타자로 거듭났다. 정규 리그 131경기에 나서 31홈런을 날려 홈런왕에 오른 것. 올 시즌 홈런을 30개 넘게 때린 타자는 노시환뿐이었다.
노시환은 타점 부문 역시 1위(101개)였다. 이 밖에도 85득점, OPS(출루율+장타율) 0.929, 타율 2할9푼8리 등 대부분의 타격 지표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국가대표로도 노시환은 존재감을 뽐냈다. 올해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 4번 타자로 자리매김하며 금메달을 따내는 데 일등 공신이 됐고,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23에서도 활약을 이었다.
노시환은 시상식이 끝난 뒤 "실감은 안 나는데 무척 행복한 하루"라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어릴 때 이 상을 받는 상상을 한 적이 있다"며 "그땐 프로 선수가 된 이후 이 상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을 했다"고 돌이켰다. 그러면서 "지금 이 자리에서 이 상을 받았다는 게 실감이 안 난다"고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꿈에 그리던 상을 직접 들어본 느낌도 설명했다. "진짜 금으로 돼 있는지 궁금했다"던 노시환은 "일단은 실물이 더 예쁜 것 같다. 무게는 적당하다"고 트로피를 들어 보였다.
시상식 전부터 수상 이후까지 노시환이 빼놓지 않고 언급한 인물이 있다. 바로 시즌 막판까지 홈런왕 경쟁을 벌인 최정이다.
노시환은 "최정 선배는 제 롤 모델"이라면서 "경쟁 상대가 돼 주셨기 때문에 제가 선배를 보고 따라갈 수 있었다"고 경의를 표했다. "선배 덕분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게 됐다"고도 덧붙였다. 시상식 전에도 "제가 우러러보던 최정 선배랑 올해 모든 기록에서 경쟁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경험이 됐다. 많이 배웠다"고 최정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밝힌 바 있다.
앞으로 목표는 무엇일까. 노시환은 팀을 먼저 생각했다. "한화에 좋은 어린 선수들이 많다"며 "내년에는 (문)동주나 (문)현빈 등 좋은 후배들과 골든 글러브를 받으면 좋겠다"는 것.
개인 목표로 노시환은 "장종훈 선배, 김태균 선배 등 한화의 홈런왕의 계보를 이어받을 수 있도록 영광스러운 자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노시환은 올해 2008년 김태균(은퇴) 이후 15년 만에 한화 홈런왕에 올랐다.
노시환은 "골든 글러브가 지금껏 받은 상 중 제일 뜻깊은 상"이라고 했다. 골든 글러브에 대해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노시환은 "이제 시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상을 시작으로 3루수로서 최대한 더 많은 골든 글러브를 받을 수 있도록 잘 준비해 보겠다"고 목표를 설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