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충남 서산 20전투비행단에서 이륙하다 기지 내에 KF-16 전투기가 추락한 사고의 원인은 엔진실에 설치돼 있던 고무 패킹이 탈락해 엔진으로 유입되는 바람에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이런 사고는 전 세계적으로 따져도 해당 엔진을 쓰는 전투기에서는 처음 발생한 일로,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는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공군은 11일 사고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대책본부를 구성해 잔해 분석, 비행기록장치 확인, 비행 상황 분석, 엔진 계통 손상 분석, 조종사 진술 청취 등을 통해 사고 원인을 조사한 결과 '엔진 팬 모듈'의 에어 씰(airseal) 안쪽에 부착돼 있던 러버씰(rubber seal)이 탈락되면서 엔진 내부로 유입됐고, 조각들이 엔진 블레이드 등 구성품 일부를 손상시켜 연소실로 흡입되는 공기 흐름에 이상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에어씰은 엔진 팬 모듈을 둘러싸고 있는 링 형태의 금속 부품이고, 러버씰은 그 안쪽 면에 부착하는 실리콘 고무 패킹이다. 엔진이 작동할 때 발생하는 진동을 줄여 주는 역할을 한다.
당시 KF-16은 이륙 36초 뒤 고도 1030피트(약 314m)에서 엔진에 유입되는 공기 흐름의 급격한 변화로 추력이 일시적으로 감소하는 '엔진 실속(engine stall)'이 처음 발생했다. 이후에도 4차례 더 엔진 실속이 이뤄졌고, 조종사가 고도 80피트(약 24m)에서 탈출하고 1초 뒤 활주로 사이 풀밭에 전투기가 추락했다.
다만 러버씰이 왜 탈락됐는지는 이번 사고 조사에서 밝혀지지 않았다. 공군은 "사고 KF-16C와 같은 엔진(F100-PW-229)에서의 러버실 탈락 사례는 모든 운용 국가를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며 "엔진 제작사와 민간 정비창에 원인 규명을 요청한 상태"라고 전했다.
사고가 난 엔진은 미국의 프랫 & 휘트니에서 만들었으며, F-16(엔진 1개)과 F-15K(엔진 2개) 일부에 사용된다. 2개월 남짓 사고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같은 엔진을 쓰는 전투기 150여대의 비행이 모두 중지됐었는데, 다만 공군은 같은 비행단이나 전대에도 다른 기종의 엔진을 쓰는 전투기들이 있어 임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했었다고 설명했다.
공군은 노후 또는 정비불량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해당 전투기는 엔진을 가동시킨 시간을 뜻하는 단위인 TAC 기준으로 6천시간마다 한 번씩 신품 상태로 만드는 창정비를 하는데, 마지막 창정비로부터 1385시간밖에 운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투기 자체는 1999년 8월에 도입됐지만, 공군은 "전략자산으로 꼽히는 미군의 B-52 폭격기도 꾸준히 개량을 하면서 수십년 동안 운용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재 운용되고 있는 B-52H의 마지막 생산은 1962년이다.
어쨌든 사고 원인이 규명됨에 따라, 공군은 이 전투기와 같은 엔진을 사용하는 KF-16과 일부 F-15K의 러버실 부착 상태를 정밀조사한 뒤 이상이 없는 전투기는 18일부터 단계적으로 비행을 재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