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해 11일부터 전 회원을 대상으로 총파업 설문조사에 돌입한다.
11일 의협에 따르면, 의대 증원을 막기 위해 조직한 '대한민국 의료 붕괴 저지를 위한 범의료계 대책특별위원회'는 이날 전회원 투표를 시작으로 17일에는 세종대로 일대에서 총궐기 대회를 진행한다.
범대위 위원장을 맡은 이필수 의협 회장은 "정부는 의대 정원 통보 등 일방적인 정책 추진을 강행하지 않겠다던 9.4 의정합의를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한다면 철야 시위를 시작으로 범대위를 포함한 전 의료계가 찬반 투표를 통한 파업과 총궐기대회 등을 통해 의대 증원 추진을 저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20년 의료계 총파업을 이끌었던 최대집 전 의협 회장은 투쟁분과 위원장을 맡았다. 최 전 회장은 지난 7일 철야 시위에서 삭발식을 진행했다. 그는 교육 여건을 그대로 두고 2배의 학생을 가르치라고 하면 과연 그 교육이 제대로 되겠느냐"며 "의사가 막 찍어내면 되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협은 대정부 투쟁과 동시에 정부와 의료현안협의체 의대 정원 논의를 이어가는 투트랙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집단행동 수위를 높여 정부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되지만, 정부가 의협의 단체행동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인데다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아 의협의 투쟁 동력도 좀처럼 힘을 얻지 못하는 상황이다.
의협 간부의 '젊은 엄마' 발언도 의대 증원 여론에 찬물을 끼얹었다.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원장은 지난 4일 의협 의료정책연구원 계간지 의료정책포럼에 올린 '필수의료 위기와 의대정원'이라는 제목의 시론에서 "젊은 엄마들이 일찍 소아과 진료를 마치고 아이들을 영유아원에 보낸 후 친구들과 브런치 타임을 즐기기 위해 소아과 오픈 시간에 몰려드는 경우도 있어서 소아과 오픈 때만 런이지 낮 시간에는 스톱"이라고 써 논란을 일으켰다.
또 소방대원이 응급환자를 대형병원으로만 보내 '응급실 뺑뺑이'가 생긴다"고 주장해 소방청이 "사실이 아니다"라며 공식 항의하는 등 논란에 불을 붙였다.
사안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우봉식 소장의 사퇴를 공식 요구하기도 했다.
의사협회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한 관계자는 "실언을 인정하고 빨리 사과해 사태를 바로잡아야 하는데 고개만 숙이고 숨어 있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답답해했다.
정부도 의협의 단체 행동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의협의 단체 행동에 국민께서 공감하지 않으실 것"이라며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국민 생명과 건강에 위협이 된다면 정부에 부여된 권한과 책임을 다해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필수의료 붕괴는 갈수록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올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25.9%로 꼴찌를 기록했다.
서울의 빅5 종합병원 중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 삼성서울병원 3곳은 내년 상반기 소청과 전공의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세브란스병원은 전공의 10명 모집 중 지원자 0명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원 채우기에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