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가 공천관리위원회 구성 시점을 이달 말로 최대한 미루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기현 대표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당 쇄신의 일환으로 '공관위 조기 구성'을 언급, 이르면 이달 중순쯤으로 구성 시점을 예고한 바 있는데 그보다 보름 가량 늦추는 것이다.
그 배경을 두고 여러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공관위가 구성돼 현역 의원 컷오프 명단 등 이른바 '물갈이 살생부'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면 표 이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오찬에서 직접 김 대표에게 이를 당부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당내 주도권이 완전히 김 대표에게 넘어간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온다. 더불어 김 여사를 지키기 위해 당이 쇄신할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8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김 대표는 공관위 구성 시점을 이달 중순에서 이달 말로 미루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당초 '공관위 조기 구성'을 공언했던 김 대표는 이달 중순쯤 공관위를 띄우려고 했다. 하지만 지난 5일 윤 대통령과의 비공개 오찬 이후 기류가 변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윤 대통령은 '김건희 특검' 관련 내용을 거듭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법 저지는 원내 상황이지만, 공관위와도 연동된다. 공관위가 구성되면 '현역 의원 컷오프' 등 이른바 '물갈이'가 핵심 이슈로 떠오르는데, 공천을 받지 못할 현역 의원들의 표 단속이 쉽지 않아지기 때문이다. 현재 원내 범야권 의석수가 182개라 국민의힘에서 18표만 이탈해도 3분의 2(200석)를 넘어선다.
만약 예정대로 공관위를 이달 중순(15일)쯤 띄운다면 약 한 달 뒤인 1월 15일쯤부터는 구체적인 살생부 명단이 돌 수 있다. 민주당이 이달 28일 본회의에서 특검법을 올리겠다고 예고한 상황이라, 법이 통과되고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정부로 이송된 날로부터 15일 이내)한 뒤 다시 국회에서 표결하는 시점과 맞물린다.
재의요구로 넘어온 법을 재표결할 경우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및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최종 법률로 확정된다. 거부권은 추가로 사용할 수 없다. 총선기획단에서 '현역 하위 20% 이상 컷오프' 혁신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는데, 국민의힘 현역 의원(111석) 중 최소 20%만 잡아도 22석에 이른다. 컷오프 된 현역 의원들은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준비하는 등 당에 반기를 드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무기명 비밀투표이기 때문에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여당이 특검법 표결 및 재표결을 확실히 마무리 한 뒤 공관위를 구성하길 바랄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이를 두고 인요한 혁신위가 '윤심'(尹心)을 거론하며 지도부를 흔들어도 김 대표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의 배경에는 김 대표가 이 같은 카드를 쥐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공관위 구성마저 뒤로 밀린다면, 혁신위 실패에 이어 김 대표가 공언했던 '쇄신 3안' 중 총선기획단 조기 출범 외에는 제대로 이뤄진 것이 없게 된다. 당에서는 이달 말도 예년보다 한 달 가량 빠른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김건희 특검' 저지를 위해 미룬다는 점에서 당 쇄신을 위한 공관위 조기 구성이라는 취지가 무색해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앞서 김 대표는 강서구청장 보선 참패 이후 당 안팎에서 '불신임론'이 거세지자 불출마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혁신기구 출범 △공관위 조기 구성 △총선기획단 조기 구성을 당 쇄신안으로 내놓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