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명필름 심재명, '건축학개론' 잇는 로맨스 11년 만에 내놓다

영화 '싱글 인 서울' 제작사 명필름 심재명 대표. 박종민 기자
※ 스포일러 주의
 
이름만으로도 가슴을 설레게 하고, 몽글몽글 따뜻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로맨스 장인들이 모였다. '접속' '건축학개론' 등 시대를 대표하며 평단과 관객을 모두 사로잡은 로맨스 영화를 제작해 온 명필름이 이동욱, 임수정과 함께 2023년 '싱글 인 서울'로 돌아왔다.
 
'건축학개론' 이후 무려 11년 만에 로맨스 영화로 돌아온 명필름은 건축에 이어 이번엔 '출판'이라는 익숙하지만 낯선 일터와 사랑의 이야기를 등치시켰다. 주인공 영호(이동욱)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첫사랑의 두근거림과 아픔, 새로운 사랑이 다가오는 순간의 설렘을 전하며 지금 시대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이 설렘의 과정은 '서울'이라는 도시에도 적용된다. 익숙해서 지나쳐 온 서울 곳곳의 낮과 밤은 마치 새로운 사랑이 다가온 것처럼 낯설면서도 아름답게 빛나며 마음을 두드린다.
 
오랜만에 로맨스 영화로 돌아온 명필름은 '로맨스 명가'라는 이름이 여전함을, 아니 한 걸음 더 나아갔음을 '싱글 인 서울'로 증명했다. 과연 명필름은 왜 11년 만에 로맨스 영화를 다시 선보였는지, 그 시작에 관해 심재명 대표에게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영화 '싱글 인 서울'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책 만드는 과정에 스며든 사랑

 
▷ '건축학개론' 이후 무려 11년 만의 로맨스다. 어떻게 시작된 프로젝트인가?
 
명필름이 파주출판단지에 입주하면서 출판사 배경의 멜로 영화를 기획해 보려 했는데 잘 안 풀렸다. 그러던 도중 2016년 디씨지플러스(DCG PLUS)가 출판사를 배경으로 한 로맨스 영화 시나리오를 개발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공동 제작을 제안했더니 승낙해서 여기까지 오게 됐다. 원래는 '싱글남'이라는 제목이었는데, 디씨지플러스와 우리가 참여하며 구체화하게 됐다.
 
▷ 출판 과정, 교정 교열 작업과 첫사랑의 정리와 새 사랑의 시작 과정을 등치시킨 것이 흥미로운 지점 중 하나였다. 처음 시나리오를 만났을 때 어떤 점이 흥미로웠나? 그리고 명필름과 만난다면 어떤 식으로 시나리오가 가진 가능성을 펼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지도 궁금하다.
 
원래는 영호의 성장 이야기가 훨씬 컸다. 그때는 인스타그램을 하는 파워 인플루언서도 아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트렌드를 반영했다. 난 개인적으로 로맨스 영화에 전문직 이야기, 직업이 디테일하게 들어간 게 더 재밌더라. '건축학개론'도 '건축'이란 코드를 자세히 보여주면서 집 짓는 과정과 사랑이 이뤄지는 과정이 맞물리는 면이 있었다. 이번에도 책을 만드는 과정이 서로에게 감정이 스며들고 완성되는 것과 잘 어우러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일본 드라마 '중쇄를 찍자!'(연출 도이 노부히로, 후쿠다 료스케, 츠카하라 아유코)나 일본 영화 '행복한 사전'(감독 이시이 유야) 등 출판 과정을 다룬 작품이 있는데, 우리도 이번에 제대로 만들어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출판단지에 있다 보니 출판사 분들과 교류도 있고, 굉장히 친밀하게 느껴졌다. (웃음) 시나리오 단계에서 감독님이 출판사 편집장, 대표 등을 인터뷰하고 출판 과정 등을 공부했다. 덕분에 출판사 분들이 영화를 보시고 디테일이 제대로 들어갔다며 좋아해 주셨다.

영화 '싱글 인 서울'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영화에는 명필름이 위치한 파주출판도시의 모습이 계속 등장한다.
 
명필름 아트센터가 굉장히 많이 들어가 있다. 동네북 사무실은 명필름 1층 프로덕션 사무실을 세팅해서 찍은 거고, 영호가 혼자 간 영화관, 주옥이와 맞닥뜨리는 카페, 현진이와 영호가 다투면서 책을 내지 않겠다는 장면도 명필름 아트센터 건물이다. 팟캐스트 녹음하기 전 영호와 연락해 보려 하는 장면에 나오는 건물은 명필름 아트센터 앞 블루캡이라는 사운드 회사고, 다시 책을 내자고 이야기하는 장면의 배경은 출판 1단지에 있는 지혜의숲이라는 건물이다.
 
파주출판단지에서 굉장히 많은 촬영을 소화했다. 명필름과 명필름 아트센터 건물을 거의 세트장처럼 썼으니 말이다. 덕분에 굉장히 효율적으로 프로덕션이 이뤄질 수 있었고, 쾌적하고 원활하게 촬영이 이뤄질 수 있었다.

영화 '싱글 인 서울'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싱글 인 서울'을 완성한 사람들

 
▷ 연출은 로맨틱코미디 '레드카펫'으로 장편 데뷔한 박범수 감독이 맡았다. 박 감독의 어떤 점이 '싱글 인 서울'을 완성해줄 거라고 기대했나?
 
개인적으로 '레드카펫'을 좋아했다. 감독의 비애를 굉장히 코믹하게 그리면서도 그 밑에 깔린 정서는 굉장히 따뜻했다. 감독님이 되게 따뜻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면이 많으신 거 같다고 생각했다. '싱글 인 서울'을 준비하면서 퍼뜩 생각나서 제안 드렸더니 감독님도 이런 이야기가 좋다고 하시면서 흔쾌히 연출 제안을 받아들여서 같이하게 됐다.
 
▷ 모든 영화가 그렇겠지만 특히 로맨스 영화는 두 배우의 호흡과 케미가 매우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임수정과 이동욱이 각각 어떤 면에서 현진과 영호에 적역이라고 보았나?
 
'도깨비' 등 화제의 드라마에서 보았듯이 이동욱 배우는 외모와 연기는 물론 정말 로맨틱한 감성과 정서를 끌어내는 데 최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박 감독님이 영호 역에 이동욱 배우가 어떠냐고 했을 때 제작자들은 흔쾌히 한다고만 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임수정 배우도 해준다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다.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은 물론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등을 보면 굉장히 섬세하고 예민한 연기를 정말 잘 해낼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 드라마 등 로맨스 영화 연기는 정말 기량이 뛰어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어렵다고 본다. 오히려 굵고 강렬한 연기보다 이런 연기를 하는 게 더 내공과 재능과 기량이 굉장히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두 배우 모두 정말 잘 해줬다.

영화 '싱글 인 서울'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싱글 인 서울'에서 임수정과 이동욱 두 배우만큼이나 중요한 인물이 이솜이 연기한 홍 작가라고 생각한다. 이솜의 어떤 면이 영화가 원하는 홍 작가에 어울린다고 보았나?
 
이솜 배우는 '소공녀'때부터 '어떻게 이런 배우가 있을 수 있지?'라며 되게 깜짝 놀랐다. 육상효 감독의 '나의 특별한 형제'에서도 이솜 배우는 신하균과 이광수 두 남자 사이에서 일종의 조력자 역할을 하는데, 그걸 아주 물 흐르듯이 잘했다. 영화에서 홍 작가가 "좋은 여자는 죽어서 천국에 가고, 나쁜 여자는 살아서 어디든 간다"고 말한다. 그런 당차면서도 자기 주관이 있고 외모도 멋지면 더할 나위 없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솜 배우도 흔쾌히 하겠다고 했다.

영화 '싱글 인 서울' 제작사 명필름 심재명 대표. 박종민 기자

'싱글 인 서울'의 설레는 순간들

 
▷ '싱글 인 서울'에 마치 이스터 에그처럼 '접속' LP라든지 TV 화면으로 보이는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장면처럼 명필름의 흔적이 담겨 있어 반갑고 재밌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건, 사용료도 내지 않고 저작권 해결이 용이한 면에서 쓴 거다. (웃음) '접속'은 LP판은 없고, 그 당시 CD랑 카세트테이프만 있었다. 감독님과 미술감독님이 그걸 넣고 싶다고 해서 따로 파일을 출력해서 LP판을 만들었다. '해가 서쪽에서 뜬다'도 저작권 때문에 명필름 영화를 썼다.(웃음) 본의 아니게 그렇게 들어갔는데, 알아본 팬분들이 반갑다고 이야기하시더라.

영화 '싱글 인 서울'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싱글 인 서울'을 보면서 든 생각 중 하나는 영호가 새로운 사랑의 설렘을 느끼는 것처럼 익숙해서 지나치기 쉬웠던 서울의 낮과 밤이 새로우면서도 설렘으로 다가왔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싱글 인 서울'이란 제목처럼 젊은 남녀가 숨쉬고 살아가는 서울이란 도시를 영화적으로 아름답게 보여주자는 취지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중경삼림'(감독 왕가위)을 보면 홍콩에 가고 싶고, '미드나잇 인 파리'(감독 우디 앨런)를 보면 익숙한 파리가 다르게 느껴지는 것처럼 서울이 다르고 또 아름답게 보이길 원했다. 심지어 우리는 그럼 '싱글 인 타이페이' '싱글 인 도쿄' 이런 것도 만들어보면 어떨까, 그런 생각도 했었다. (웃음) 로맨스 영화 속 공간이나 도시도 참 중요한 것 같다.
 
▷ 마침 '중경삼림' 이야기가 나왔는데, 실제로 영화를 보면서 영호와 주옥/홍작가(이솜)의 과거 장면은 마치 '중경삼림' 같은 느낌을 받았다. 빈티지하면서도 첫사랑의 감성이 화면 가득히 담겼다.
 
그게 의도다. 촬영 감독님이 '러브레터'나 '중경삼림'처럼 엔틱한 느낌을 주기 위해 카메라 렌즈라던가 필터도 그런 콘셉트로 잡았다. 그래서 영화를 보면 색도 주황, 노랑 등이 더 많이 들어갔다. 빛과 색, 온도 등 영호와 주옥의 과거 장면이 추억처럼 여겨지도록 많이 의도했다.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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