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일대일로' 탈퇴…中 유럽 최대 교두보 잃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연합뉴스

이탈리아가 중국의 핵심 대외 확장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 탈퇴를 선언했다.

일대일로 참여국 가운데 유일한 G7(주요 7개국) 국가이자 유럽연합(EU)의 핵심국인 이탈리아의 탈퇴로 중국은 일대일로 확장을 위한 유럽의 가장 중요한 교두보를 잃게됐다.

伊, 경제적 성과 미미하자 일대일로 탈퇴


이탈리아 정부가 지난 3일 중국에 일대일로 사업에서 탈퇴한다는 결정을 중국 정부에 공식 통보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7일(현지시간) "우리는 중국과의 무역·경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크로드 사업은 기대했던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탈퇴 이유를 밝혔다.

이탈리아는 주세페 콘테 총리 시절인 지난 2019년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취임한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이탈리아가 일대일로에 참여한 것은 실수"라며 일대일로 탈퇴 의사를 공공연히 밝혀왔다.

이탈리아가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G7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일대일로에 참여한 이유는 세계 2위 경제대국 중국과의 경제협력 강화로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대중국 수출 증가는 예상에 훨씬 못미쳤고, 오히려 수입이 늘어나며 만성 무역적자에 시달리게 됐다.

이탈리아의 대중 무역적자는 일대일로 가입 전인 지난 2018년 140억 달러(약 18조 원)였지만, 지난해에는 329억 달러(약 43조 원)로 2배 이상 늘어났다.

이를 두고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지난해 이탈리아의 대중국 수출액은 165억 유로(약 23.5조 원)에 그쳤지만, 프랑스는 230억 유로(약 32.7조 원), 독일은 1,070억 유로(약 152.3조 원)에 달했다"고 불평했다. 프랑스와 독일은 일대일로 참여 국가가 아니다.

이렇게 일대일로에 참여하지 않은 국가와 비교해도 중국과의 무역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이라는 판단하에 관계악화를 감수하고서라도 일대일로 탈퇴를 선언하게 된 것.

이와함께 대만과의 반도체 협력 역시 일대일로 탈퇴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주도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가 한창인 가운데 이탈리아는 이틈을 비집고 반도체 산업 육성 의지를 드러내고 있으며, 이를 위해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의 투자 유치에 힘쓰고 있다.

앞서, 지난 6월 유럽을 방문한 우자오셰 대만 외교부장은 "TSMC의 투자를 유치하려는 국가들은 대만이 처한 입장을 생각해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서방국가 중심 '부채의 덫' 비판론 더 커질듯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탈퇴 움직임에 그동안 공들여 설득작업을 벌여왔던 중국은 발끈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7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일대일로 협력 공동 건설을 먹칠·파괴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하고, 진영 대결과 분열 조장에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이탈리아의 결정에 대한 비판과 동시에 그 배경에 미국의 압력이 있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 연합뉴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일대일로 구상을 밝힌지 10주년이 되는 올해 수도 베이징으로 140개 국가, 30개 국제기구 대표단 4천여 명을 초청해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을 개최하며 대대적인 세과시에 나섰다.

반면 다른 한편에선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이 일대일로가 신흥국이나 저개발국이 과도한 빚을 지게해 결국은 중국에 종속되도록 만드는'부채의 덫'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꾸준히 키워왔다.

신용평가사 피치에 따르면 올해 4월 현재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 14건 가운데 9건이 스리랑카와 아르헨티나, 레바논 등 일대일로에 참여한 국가에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미국 글로벌개발센터(CGD)에 따르면 일대일로 참여국 가운데 23개국이 파산 위기에 처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탈리아까지 일대일로를 탈퇴하면서, 중국은 일대일로 확장을 위한 유럽의 가장 큰 교두보를 잃게된 것은 물론, 서방국가들을 중심으로 일대일로에 대한 비판론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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