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코로나' 등 미래 팬데믹(pandemic) 대비가 중장기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국제적 방역 공조를 주도할 글로벌보건안보구상(GHSA·Global Health Security Agenda)의 조정사무소가 한국에 설치됐다.
방역당국은 앞으로 이 사무소를 허브 삼아 각국과 국제기구 간 다양한 소통의 장(場)을 마련하고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감염병 관련 전문지식을 적극 공유할 예정이다.
GHSA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코로나19 등 신종감염병 및 생물테러 등 국가 보건안보 위협에 대한 대응역량 강화를 위해 지난 2014년 발족한 국제 협의체다.
질병관리청은 오는 11일 오후 충북 오송생명과학단지 내 국립중앙인체자원은행 강당에서 'GHS(글로벌 보건안보) 조정사무소' 개소식을 개최한다고 10일 밝혔다.
GHS 조정사무소의 소재지가 한국으로 결정된 것은 3년 넘게 계속된 코로나19 대유행에서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응으로 피해규모를 줄인 'K-방역'의 위상과 관련이 있다. 이른바 3T(Test·Trace·Treat) 전략으로 주목받은 당국에 대한 신뢰, 역할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국제사회의 지지로 이어진 것이다.
앞서 GHSA는 한국 정부가 지난해 11월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주재한 장관급 회의에서 GHSA 활동 기한을 제3기(2024~2028)로 연장하는 한편 GHS 조정사무소를 한국에 설치하는 내용을 담은 신(新)서울선언문을 채택한 바 있다.
당시 선언문은 "GHSA 선도그룹 중 하나인 한국에 조정사무소를 설립하여, 기술 및 다(多)부문 조정 개선, 회원 간 모범 사례·교훈 공유 촉진, 그리고 행동계획의 기술적인 업무 지지를 포함해 다른 회원국들과 협력해 지역·글로벌 보건안보 강화를 위한 노력을 지원하자는 제안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무소는 3기 GHSA에서 수행되는 노력을 포함하여 국가, 지역, 글로벌 수준에서 다부문 역량을 개선하는 노력을 총체적으로 도울 것"이라고 부연했다.
질병청은 인체자원은행 2층에 둥지를 튼 조정사무소를 중심으로 글로벌 보건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국가 및 국제기구와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협력과제와 공조활동을 주도적으로 전개할 계획이다.
향후 여건이 확보되는 대로 사무소를 서울로 이전·확대(2025년 예상)하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단기 추진전략으로는 △GHSA 플랫폼 내 업무(기능) 체계화 △회원국 간 협업 및 참여 활성화를 꼽았다. 중장기적으로는 GHSA를 통해 공적개발원조(ODA)·세계보건기구(WHO) 등과의 국제협력과제를 지원하는 동시에 국제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데 힘을 쏟기로 했다.
GHSA는 그동안 실질적인 '사무국'의 부재로, 조직과 업무를 관리할 구심점이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질병청은 한국 사무소가 GHSA 집행 사무국(Executive Secretariat)으로서 주요 기능을 총괄 수행하고, 분산돼 있는 업무영역을 일원화해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먼저 방점을 둘 예정이다.
정유진 질병청 국제협력담당관은 "(GHSA는) 미래형 안보위기를 미리 예방하자는 차원으로 국가들이 모여서 협의체로 발전했는데, WHO 등처럼 어떤 확실한 조직과 기구를 갖고 운영이 되는 게 아니다 보니, 성과물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활동도 분야별로 들쭉날쭉한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면 AMR(AntiMicrobial Resistance), 항생제 내성 관리는 조금 더 관리가 잘 되고 있는 편이고 나머지 파트는 덜 되는 편"이라며 "활동계획에 있어서 국가들의 참여(정도) 편차가 좀 있었고, 성과물들이 확산이 좀 덜 되는 측면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 담당관은 "일단 (한국이) 사무부로 그런 역할을 충실하게 해서 GHSA라는 중요한 플랫폼, (참여 중인) 71개의 국가, 10개 국제기구·NGO 등이 실질적으로 우리의 보건안보 위기대응능력 강화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정사무소는 GHSA 회의가 적극적으로 원활하게 열리고 결과물이 효율적으로 공유·관리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조율할 방침이다. 또 △성과 기록물 축적 △정기적 간행물 발간 △기여금 집행현황 및 성과 점검 등에 집중하기로 했다.
정기 간행물로는 반기 단위의 '행동계획(Action Package) 활동보고서'와 'GHSA 연례보고서' 발행 등을 고려하고 있다.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도국별로 관리돼온 TF(Task Force) 업무도 조정사무소가 일괄적으로 넘겨받는다. 표준 양식 마련, 구체적 운영체계 수립으로 이행수준을 평준화하고 유의미한 결과물을 주기적으로 생산·공유토록 하겠다고도 밝혔다.
관련된 모든 사항은 안건별로 시작부터 종결까지 논의내용과 추진방향, 전문가 참여현황 등 전(全) 주기를 추적 관리한다. 특히 행동계획 수행 과정에서 인력부족이 발생할 경우, 지원능력이 있는 구성원과 연결하거나 다른 국가팀에 위임하는 등 진도 관리를 정례화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다양한 분야에서 혜안을 갖춘 핵심 전문가를 적극 발굴해 GHSA 활동(컨퍼런스·포럼·프로그램 등)에 참여토록 관리한다.
이같은 사무소의 역할이 어느 정도 확립되면, 이후로는 고유업무 중심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질병청은 GHSA 참여국·국제기구의 분야별 전문가 풀을 구성해 관련수요가 있는 국가와 연계하는 역량강화 컨설팅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국내·외 교육·훈련 프로그램 등을 희망국가에 연결하거나 필요 시 신설하는 작업도 병행한다.
이렇게 훈련된 감염병 전문인력은 제3국에서의 공동 협력사업 확대 등에 지속적으로 활용한다.
사무소 개소식에서는 손명세 글로벌 전략 자문위원장과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 등이 축사를 통해 조정사무소의 출발을 축하할 예정이다. 이후 정 담당관이 신종감염병 대비·대응 중장기계획과 GHS 조정사무소 운영계획 발표에 나선다.
한국 조정사무소와의 지역협력 방안을 발표하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존 맥아더 동남아지역 사무소장 외 파키스탄 보건원 책임연구원, 가나 보건청 보건부 국장 등 해외초청 연사들의 발표도 이어진다.
지영미 질병청장은 "조정사무소를 한국에 설치한다는 것은 전 세계가 우리나라의 감염병 위기대응 역량을 인정해주는 동시에 또 다른 한편으로는 국제사회의 책무를 다하며 적극적으로 기여해줄 것을 기대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아울러 "앞으로도 보건 위협으로부터 인류를 보호하는 데 필요한 모든 지원과 노력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