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에서 50대 지적장애 조카를 돌봐온 70대 여성이 숨진 지 일주일여 만에 발견되면서 순천시의 구멍난 복지 시스템이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12월 조직개편 당시 사각지대 사례관리를 담당한 일선 읍면동 '맞춤형 복지팀'을 해체시키고 사례관리 담당 인력을 줄이는 등 역행하는 복지정책을 펼친 것이 원인이란 지적이다.
8일 순천시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향동 한 빌라에서 A(78)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시신은 부패했으며 A씨와 함께 살던 지적장애인 조카 B(54)씨는 침대에 누워 거동하지 못해 끼니를 챙기지도 못한 상태로 발견됐다.
이들은 지난달 11일 B씨의 장애인활동지원사가 다리를 다쳐 보호해줄 전담 지원사가 사라졌지만 A씨가 대체 활동 지원사를 원하지 않아 관리가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5억원 정도 재산을 보유하고 있어 사각지대 관리 대상자는 아니었고 B씨만 기초수급자였다.
이들은 지난 20일 장애인활동지원사 병문안을 다녀온 모습이 자택 CCTV에 포착된 이후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고령 노인과 중증 장애인이 함께 있는 가구의 안부를 확인하지 않고 방치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순천은 복지 사각지대 대상자를 찾아내도 이들을 공적 보호망에서 관리할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순천시는 지난해 12월 조직개편을 통해 해룡면, 덕연동, 왕조1동, 서면 등 일선 읍면동 별로 배치돼 있던 맞춤형 복지팀을 해체한 바 있다.
맞춤형 복지팀의 목적은 복지 사각지대 발굴로 다른 업무는 배제하고 오로지 사각지대 발굴 관리에만 신경을 써왔다.
그러나 복지직 담당자 한 명이 이 업무를 맡으면서 사례관리에 대한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현재 담당자 한 명은 사례관리 업무에 기초수급자 신청 및 관리, 지역특화사업, 복지기동대, 착한시민켐페인 등까지 맡고 있다.
올해 복지사각지대 대상자로 향동에서 확인된 가구만 100여 가구. 인근 원도심인 매곡동은 210가구, 인구가 많은 왕조1동은 844가구, 해룡면은 835가구 등으로 올해 6차까지 복지부로부터 전달받은 사각지대 대상자는 모두 합치면 6710가구이다.
그러나 현재 이 업무를 맡고 있는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직원은 24명으로 공무원 1명이 280여 가구를 맡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건복지부가 복지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사례를 파악해 두 달에 한 번씩 지자체에 통보하는데, 이름과 주소, 연령만 나와 있는 명단을 가지고 자택을 일일이 방문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일선 읍면동 복지 관련 부서 책임 보직자들이 복지 업무를 한번도 맡아보지 않았거나 경험이 적은 보건직렬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점도 사각지대 사례 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배경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에 반해 전국적으로 소외된 죽음이 문제가 되면서 서울 등 수도권 일부 지자체는 고독사 관련 부서까지 만드는 등 관련 정책을 확대하는 추세다.
순천시 관계자는 "인력은 줄어 든 반면에 지역특화사업과 같이 업무가 늘어난 부분이 있어 복지직 공무원들이 아무래도 힘든 점이 있다"며 "사례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집을 방문해야 하는데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순천 제일대 이재환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영국은 고독부 장관을 둘 정도로 복지정책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지자체의 경우 공공인력이 담당하는 업무 범위가 너무 확대되고 있어 인력 문제의 부족이 크다. 복지 분야의 질적, 양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