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사건의 최정점으로 꼽히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수사 8개월 만에 검찰에 출석했다. 송 전 대표는 검찰의 모든 질문에 묵비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8일 오전 8시 25분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정치적 기획수사를 하고 있다. 주변 사람 100여명을 압수수색하고 소환해 별건 수사를 하고 있다"며 "검찰과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검사의 일방적인 피의자신문조서로 사법 판단을 좌우하는 시대를 끝내고 공판중심주의, 판사가 주도하는 사법 질서로 회복해야 한다"며 "검사 앞에 가서 아무리 억울한 점을 해명해도 실효성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진술거부권은 헌법이 보장한 권리이므로 행사한다고 해서 비난받을 문제가 아니"라며 "법정에서 피고인이 검사의 피신조서를 부인하면 증거 능력이 없어진다. 사실상 검찰에서 조사받을 필요가 없다"고도 했다.
검찰은 송 전 대표가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2021년 4월 전후로 자신의 당선을 위해 현역 국회의원과 당 관계자들에게 총 9400만원의 금품을 살포하는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또 2020~2021년 외곽 후원조직인 평화와먹고사는문제연구소를 통해 박용하 전 여수상공회의소 회장 측으로부터 3억5천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도 송 전 대표에게 적용했다.
검찰이 지난 4월 수사에 착수한 지 8개월 만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송 전 대표는 자신의 혐의는 모두 부인했다.
그는 윤관석 의원과 박용수 보좌관 등 주변 사람들이 구속되고 재판을 받는 것에 대해선 "너무 죄송하고 안타깝다"며 "2008년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선거 사건 등 전례와 비춰볼 때 형평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검찰에 대한 강한 반감도 드러냈다. 송 전 대표는 "축구를 하는데 심판이 한쪽 편만 드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한쪽 편 선수로 뛰어서 11대 12로 경기를 하면 관중들에게 그 심판은 맞아 죽을 것"이라면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2부는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과 코바나컨텐츠 전시기획 협찬 의혹 등 사건을 담당한다. 본연의 업무인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 "지금까지 검사들이 자신들 비위로 수사 받을 때 진술 거부하고 핸드폰 없애고 컴퓨터 초기화했다. 그런 분들이 일반 국민에게는 이런 걸 하면 증거인멸이라고 윽박지르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