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유미에게 연기는 '재미있는 것'이다. '오징어 게임' 이후 SNS 팔로워 600만이 넘었어도 이는 불변의 가치나 다름없다. '오징어 게임' 역시 그 동안 해 온 연기 생활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유미는 어려운 작품들 속에서 주조연 할 것 없이 연기에 매진했고 지금, 그 성과가 빛을 발하고 있다. 판타지 설정이 상당한 강남순 캐릭터를 탄탄한 연기력으로 현실에 안착시킨 것은 이유미가 아니었다면 어려웠을 일이다.
'강남순'은 이유미에게 또 한 번 성장을 가져왔다. 비단 연기 스펙트럼의 확장뿐만 아니라 '선한 영향력'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 '강남순'의 배경처럼 온갖 '악'이 판치는 사회에서 한 사람의 '선한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을 수 있었다. 첫 타이틀 롤에 대한 부담감도 없었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보다는 '남순이'처럼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단단해야 한다는 각오도 다졌다.
20대 이유미는 누구보다 숨 가쁘게 살았다. 연기나 작품이 잘 되지 않을 때는 배우의 길을 포기할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30대를 목전에 둔 이제는 오래 연기할 수 있도록 여유를 찾아가는 게 좋겠단 마음이다. '강남순'처럼 배우의 욕심과 대중의 기대 사이에서 적절히 균형을 맞춰 나가는 방법도 점차 익혀가고 있다. 연기에 '재미'를 잃을 때까지, 이유미는 계속 전진할 작정이다. 다음은 이유미와의 종영 인터뷰 일문일답.

A 원래 히어로, 이세계물,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니까 판타지 요소를 연기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 다만 제가 실제로 힘이 강해지는 건 아니더라. (웃음) 많은 도움이 필요했고 와이어 액션 등 새로운 부분의 연기합이 필요했다. 신기한 경험을 많이 하면서 실제와 판타지는 다르다는 걸 생각하게 됐다. 나중에는 기분이 좋다 못해 제가 남순이처럼 달리고, 힘이 세진 것 같은 착각의 늪에 빠졌다. 지방 촬영을 가면 차가 너무 막혀서 남순이면 차를 들고 뛰어갈 수 있는 게 너무 부러웠다. 하루만 그 초능력을 빌리고 싶었다.
Q 최고 시청률 10.5%(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한 동안 다크 히어로가 대세인 시절도 있었는데 '강남순'만의 어떤 차별점이 있다고 봤는지, 배우 인생에서 '강남순'이 어떤 작품으로 남을지도 궁금하다
A 대중적으로 다양한 연령층에 저를 알리는 계기가 된 작품이기도 하고, 사람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준 작품으로 기억에 남을 거 같다. 주연으로서의 책임감과 부담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게 됐다. 내 몸과 마음을 챙기면서 더 단단해지고 건강해져야겠다는 배움을 얻었다. 남순이는 제가 했던 캐릭터 중에 가장 순수하고 깨끗한 마음을 가진 건강한 친구였는데 저 또한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고, 실제로 선한 영향력을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원래 제가 100% 밝았다면 남순이 덕분에 이제 150% 밝은 사람이 된 거 같다.
Q 마약 문제와 같은 정말 사회적으로 뜨거운 이슈가 딱 들어맞게 등장하기도 했다. 배우들도 절묘하다고 느꼈을 것 같다
A 드라마 또한 선하게, 사회의 불편한 이야기들을 가볍게 재미있게 풀어나간 요소들을 시청자들이 사랑해 주신 거 같다. 작가님 대체 무슨 일인가 싶었다. 어떻게 이걸 딱 들어맞게 쓰셨나 해서. (웃음) 어떻게 보면 이런 소재로, 이런 시기에 나와서 다행인 거 같다. 만약 소재가 더 깊이감 있거나, 우울했으면 시청자들이 너무 힘들어 하셨을 수도 있는데 반대로 밝고 재밌게 풀어주니까 더 수용이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A 그렇게 길게 해외 촬영을 간 게 처음이라 걱정을 많이 했다. 사실 초원 근처 호텔은 불편할 게 없었는데 초원에서 촬영을 할 때는 휴대폰이 안 터졌다. 그러니까 다들 무전기로 대화를 했다. 아침에 어떤 장면을 찍는다고 하면 계속 무전으로 언제 끝나는지 확인하고 물어봐야 한다. 딜레이 되면 말 타는 거 연습하고, 차에서 또 자고…. 소통이 단절된 상황이 너무 웃기기도 했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었다. 현지 분들이 좋아하신다고 해서 챙겨간 사탕 같은 간식 거리도 계속 내가 먹게 되더라. (웃음)
Q 삼대 모녀 히어로 '케미'를 또 빼놓을 수 없다. 가장 많이 호흡을 맞췄던 엄마 황금주 역의 배우 김정은과는 현장에서 어땠나
A 정말 도전적이면서 따뜻한 배우이시다. 눈으로 보면서 연기를 하면 꼭 품에 안겨서 연기를 하는 느낌이 든다. 저에게 많은 감정을 넣어주셨다. 평상시에도 잘 챙겨주신다. 와이어 첫 촬영이 있을 때 먼저 메시지를 보내서 다치지 말라고 걱정해주셨는데 감동 먹었다. (웃음) '괴력'이라는 공통점이 있으니까 액션 연기를 하다가 힘들어져서도 세 사람이 자연스럽게 의지하게 됐다. 그냥 같이 있으면 너무 재미있고,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선배님들끼리 이야기하는 걸 듣다가 너무 재미있어서 대사를 까먹거나 계속 웃어서 NG가 나기도 했다. (웃음)
Q 로맨스는 최종적으로 경찰 강희식(옹성우 분)이랑 이뤄졌지만 사이코패스 '빌런' 류시오(변우석 분)와 강남순을 두고 '사약 케미'라며 좋아하는 시청자들도 많았다. 강남순과 이유미 입장에서는 어떤 캐릭터를 선택할 것 같은지
A 처음부터 류시오 캐릭터가 매력적이고, 잘 살려야 하기 때문에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잘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다. 오빠(변우석)가 원래 농담도 많이 하고 재미있는 사람이다. 뮤직비디오 촬영에서 만나면서 알고 지내던 친한 사이라 편하게 촬영을 했다. 그 때 이야기도 많이 하면서 친분을 쌓았다. 남순이는 무조건 악보다는 선을 택할 거 같고, 저 역시 어렸다면 자극적 사랑을 추구해서 류시오를 선택했을 거 같은데 이제 스물아홉이니까 안정적 사랑, 희식이를 선택하겠다. (웃음) 안정적인 게 최고다.
A 저는 중간에 있는 사람이라 둘 다 어렵고 장단점이 있다. 우울하고 어두운 캐릭터는 내적인 질문을 많이 한다. 스스로에 대해 분석하고,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안 좋은 점을 많이 생각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내면이 단단하게 성장한다. 강남순 같은 캐릭터는 외적으로 정말 밝아지는 느낌이 있다. 저도 모르게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고, 쉽게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기분도 좋아진다. 내적으로는 너무 고민이 없이 지나가니까 아무 생각을 안 하나 그런 마음도 들었다. 굳이 캐릭터를 떼어내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어차피 하나의 캐릭터가 내 안에 있는 모습 하나를 크게 만들거나 하는 거라서. 캐릭터마다 가진 장점들만 쏙쏙 빼서 가지려고 한다.
Q '오징어 게임'으로 글로벌 팬들에게 크게 사랑 받았다. '강남순'을 하면서도 그런 응원을 느꼈는지, 그리고 '오징어 게임'으로 대중에게 각인된 이후 행보에 어떤 고민이 있었는지도 궁금하다. '강남순'의 성공으로 사실상 자신이 가진 저력을 증명한 거 같은데
A 다양한 연령층에서 좋아해주시니까 '오징어 게임'보다 좀 더 친근한 느낌으로 다가와 주시는 것 같다. 해외 반응은 주로 SNS에서 보는데 정말 여러 국적의 팬들이 많이 남겨주신다. 누가 봐도 번역기를 돌려서 '남순이'를 쓴 거 같은 댓글을 보면 너무 사랑스럽다. 사진을 올린 다음 팬들 댓글에 '좋아요'를 누르는데 감사함을 표현할 수 있는 길이 이런 소소함 뿐이다. 남순이 캐릭터도 많은 사랑을 받아서 기분이 좋다. ('강남순'이 잘된 건)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사실 '오징어 게임'도 제가 해 온 오랜 연기 생활의 연장선이었지만 대중이 봤을 때는 갑자기 얼굴을 알린 배우 중 한 명이었다. 그래서 다음 작품들로 기대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배우의 욕심과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은 캐릭터를 잘 접목 시킨 행보로 갔던 것 같다. 그 때부터 대중이 저에게 뭘 궁금해 할까 고민해보기 시작했다.
Q 지나간 20대를 돌아보고, 앞으로 다가올 30대를 생각해보면 어떤 느낌일까
A 20대 마지막 끝자락에 남순이의 사랑스럽고 순수한 모습을 연기할 수 있어서 저에게도 복이었다. 20대의 저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쉬지 않고 일했다. 일이 잘 되지 않았을 때는 너무 속상해서 그만둬야 되나 싶기도 했지만 계속 연기에 재미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 스스로에게 잘 살아왔고, 열심히 살았다고 해주고 싶다. 30대 이유미는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지금보다 조금 더 여유 있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건강도, 마음도 챙겨가면서 해야 오래 오래 배우를 할 수 있을 거 같다. 저에게 연기는 항상 재미있어서 하는 거였다. 늘 성장이 따라오니까 그런 재미를 느끼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