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이미 OECD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 최하위를 기록하며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2018년 이미 1명 미만인 0.98명에 들어선 이후 이듬해 2019년 0.92명, 2020년 0.84명, 2021년 0.81명으로 떨어지더니 작년 0.78명까지 추락했다. 생산성 인구는 급속도로 줄고 고령 인구가 팽창하면서 2030년대 들어서면 국가의 존망을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 이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다양한 원인과 이유를 분석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관점을 달리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인구학자 조영태 서울대 교수 △진화학자 장대익 서울대 교수 △동물학자 장구 서울대 교수 △행복심리학자 서은국 연세대 교수 △임상심리학자 허지원 중앙대 교수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역사학자 주경철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 등 7인은 책 '아이가 사라지는 세상: 출산율 제로 시대를 바라보는 7가지 새로운 시선'(김영사)을 통해 국가의 출산보건 정책은 물론 인간의 본성에서 사회 시스템의 변화까지 종합적으로 고찰하고 조망했다.
저자들은 "삶의 질이 윤택해지는 사회구조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출산율이 매년 올라야 자연스럽지만 청년들은 기존 질서에 반하는 선택을 하고 있다"며 "주로 사회적이고 구조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던 출산이라는 행위를 좀 더 다양하고 근본적인 시각에서 검토해야 저출산 현상에 대한 유효하고 적절한 해법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구 밀도가 높은 환경에서는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섣부른 출산은 비효율적 의사결정이고 자손이 번영할 가능성이 낮다. 오히려 그런 환경에서는 출산을 미루고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이 더 효율적일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또 "아이를 낳을 것인가의 선택은 '우리'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문제이므로 저출산 문제에 집합적인 숫자와 통계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각자가 아이를 키울 때 느끼는 무게를 줄여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혼이나 출산을 주저하는 청년들을 비난하는 시각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저출산 정책의 목표가 출산율을 다시 올리는 쪽으로 초점으로 맞춰지고 있는데, 새로운 세대인 청년들은 진화하고 있다. 따라서 사회 환경의 변화, 즉 사회 시스템과 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여전히 기성세대 기준의 제도와 규범으로는 해결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7인의 학자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인구 소멸 문제를 분석하고 해법을 제시한다.
경제학자인 전영수 한양대 교수는 저서 '한국이 소멸한다'(비지니스북스)에서 지금 벌어지는 인구 변화가 한국 경제의 운명을 바꾸는 결정적인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는 이미 2018년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세가 현실 경제로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2020년부터 1700만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되고 2030년 1700만 베이비붐 세대가 75세가 되는 때가 커다란 변곡점이라고 강조한다.
일하는 사람이 줄어들고, 죽을 때까지 일해야 하는 환경에 처한다. 늘어나는 고령인구를 부양해야 하는 부담은 커진다. 전 교수는 한국이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변화를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일찌감치 고령사회로 접어들어 한국의 본보기가 되고 있는 일본은 어떨까.
정현숙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일본학과 교수는 저서 '인구위기국가 일본'(에피스테메)에서 일본이 2005년부터 세계에서 고령자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됐다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생산연령인구는 1995년을 기점으로, 총인구는 2008년을 기점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일본의 인구위기는 향후 30~40년 동안 매우 급격한 인구감소로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교수는 인구위기에 처한 첫 국가가 일본이라면 그 뒤를 이을 나라는 한국이라고 지적한다. 한국은 일본보다 고령화 속도가 빠르고 출산율은 극단적으로 낮아서 일본이 겪고 있는 위기 상황보다 훨씬 심각하게 인구위기를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실제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 추계에 따르면 한국 인구는 2023년 5155만명에서 앞으로 연평균 6만 명씩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 교수는 이를 해결할 해법으로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출산율 대반전을 이룬 1930년대 스웨덴의 인구정책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심각한 저출산 문제에 직면한 유럽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쉽지 않았다. 특히 스웨덴 출산율은 1920년 2.9명에서 1935년 1.7명까지 하락하며 심각한 인구 소멸 위기에 처했다.
스웨덴 경제학자인 군나르 뮈르달과 사회학자인 알바 뮈르달 부부는 1934년 공저 '인구 위기'(문예출판사)를 통해 두 세대 이후부터는 인구가 반토막이, 네 세대 이후에는 4분의 1 토막이 날 것이라 전망해 충격을 줬다.
인구 고령화가 가속되면 경제는 활력을 잃고 종국에는 민족 소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역사적인 사례를 통해 증명된 사실이다. 뮈르달 부부는 이미 100년 전 결혼, 출산, 육아에 대한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가족을 형성해 아이를 낳고 싶은 사람을 국가가 지원함으로써 저출산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스웨덴은 이 분석을 정책에 반영해 출산율을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뮈르달 부부는 전통사회의 대가족이 수행하던 역할을 사회 전체가 맡아야 하며, 기혼여성이 일과 가정의 양립을 이루도록 사회가 지원할 것, 출산율 제고 정책은 통합적이고 상호 보완적이어야 하며 지원은 자산 조사를 통한 선별적 방식보다 필요로 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정책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사회적인 정책보다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는 예방적 사회 정책으로 발전시킬 것과 아동·청소년 지원 정책은 사람에 대한 생산적 투자로 접근할 것 역시 주문했다.
그 결과 스웨덴 인구는 2021년 기준 1040만명으로 유럽에서 16번째로, 전 세계에서 88번째로 인구가 많은 국가가 됐다. 2020년 기준 합계출산율은 OECD 평균보다 높은 1.66명이다.
이는 뮈르달 부부의 제안이 100년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유효한 해법이라는 사실을 가늠케 한다.
▲아이가 사라지는 세상
조경태 외 지음 | 김영사 | 232쪽
▲한국이 소멸한다
전영수 지음 | 비즈니스북스 | 324쪽
▲인구위기국가 일본
정형숙 지음 | 에피스테메 | 428쪽
▲인구 위기
알바·군나르 뮈르달 지음 | 홍재웅·최정애 옮김 | 문예출판사 | 39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