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6일 신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김홍일 권익위원장을 지명했다. 전임 이동관 위원장 사퇴 닷새 만에 후임 지명은 방통위의 기능 회복과 시급한 현안 해결 등이 감안된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 출신인 김 후보자는 법률적 전문성과 업무 능력으로 적임자로 낙점됐다. 특히 방통위의 각종 규제 및 개혁 업무를 공정하고 정교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실린 인사로 파악된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김 후보자에 대해 "업무 능력, 법과 원칙에 대한 확고한 소신, 그리고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있는 감각으로 방송통신위원회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켜낼 적임자"라고 밝혔다.
애초 김 후보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임으로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의 사퇴로 방통위 기능이 파행 위기를 맞은 시급한 상황에서 조직을 안정시킬 적임자이자 '구원 투수'로 낙점된 것으로 파악된다.
방송 재허가·재승인 등 방통위에 시급한 현안이 산적한 데다가, 김 후보자가 권익위를 원만하게 이끌어 오는 등 조직 장악력이 있다는 점도 감안된 인사로 해석된다. 권익위원장 임명 전 이미 검증을 마쳤기에 인선을 바로 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김 후보자는 '소년 가장'으로 뒤늦게 대학에 진학해 법조인이 된 입지전적인 인물로 평가된다.
1956년 충남 예산에서 2남 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김 위원장은 초등학교 때 어머니를, 고등학교 때 아버지를 여의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동생들의 생계를 챙기고 학비를 마련하느라 충남대 법대에 늦깎이 입학했다. 그는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세 동생을 제가 맡게 됐을 때 동지섣달 대밭을 울리며 불어대는 찬바람을 견디며 살았다"고 회고한 바 있다.
이후 1982년 24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1985년 사법연수원 15기를 수료했으며 충남대 출신 첫 사법고시 합격자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검사가 된 뒤에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 대검 마약·조직범죄부장, 중수부장, 부산고검장 등을 역임했다. '지존파' 사건, 대구 지하철 방화 사건,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 등 다수의 대형 사건 수사를 이끈 '강력·특수통'으로 꼽힌다. 탁월한 능력에 강직하면서도 온화한 성품으로 검찰 내부에서도 신망이 높았다.
서울중앙지검 3차장 시절인 2007년에는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도곡동 땅 차명 보유와 BBK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시절인 2009년에는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를 이끌었다. 이때 호흡을 함께 맞춘 대검 중수2과장이 바로 윤 대통령이었다.
김 후보자와 윤 대통령은 중수부 시절 각별한 사이로 거듭났으며, 윤 대통령이 검사 선배 중 가장 신뢰하는 인물로 김 후보자를 꼽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부산고검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나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로 활동했으며, 지난 대선에선 윤석열 후보 캠프에서 '정치공작 진상규명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검찰 조직 내에서 워낙 의리도 있었고 인품이 훌륭해 많은 신뢰를 받았다"며 "입이 무거워 '자물쇠'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진중한 인물"이라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절차를 거쳐서 임명된다면 국민에게 신뢰받고, 사랑받는 공정한, 그리고 독립적인 방송·통신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야당은 김 후보자 지명에 대해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방송·통신 관련 커리어나 전문성이 전혀 없는 특수통 검사가 어떻게 미디어 산업의 미래를 이끌어간다는 말이냐"라며 "공정과 상식을 철저히 짓밟는 어불성설의 인사"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과 가깝다는 점도 지적하며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반면 여당은 법률적 전문성으로 방통위의 각종 규제 및 개혁 업무를 공정하고 정교하게 처리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방송통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정성으로, 법조인 출신이 오히려 외풍에 휩쓸리지 않고 공정하게 판단할 수 있다"며 "시급한 현안이 방송 재허가·재승인인데, 법률적으로 정교하게 따져봐야 할 것도 많다"라고 밝혔다.
이어 "가짜 뉴스 대응에 대해서도 법적 전문 지식이 많이 있어야 한다"며 "방통위가 합의제 기구라는 점에서도 객관성과 공정성을 가진 법조인이 업무를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尹, 네덜란드 국빈 방문 이후 추가 개각 전망
윤 대통령은 이날 김 후보자 지명과 함께 교육부 차관에 오석환 대통령실 교육비서관, 국가보훈부 차관에 이희완 해군 대령을 각각 내정했다.
이어지는 추가 개각은 오는 11일~14일 네덜란드 국빈 방문을 마친 후 외교·안보 라인 개편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교체 대상으로는 현재 공석인 국가정보원장과 함께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외교부 장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신임 국정원장에는 조태용 현 안보실장이 물망에 올랐으며, 국가안보실장에는 이용준 세종연구소 이사장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이 이사장은 정통 외교관 출신이자 북핵 전문가로, 주이탈리아 대사, 외교부 차관보, 외교부 북핵담당대사 등을 지냈다.
박진 외교부 장관 후임으로는 주스페인 대사와 주유엔 대사 등을 역임한 조태열 전 외교부 2차관이 오르내리고 있다.
아울러 1차 개각에 포함되지 않은 산업통상자원부·고용노동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금융위원장 등 정부 기관들도 개각 대상으로 검토되고 있다.
총선 역할론이 제기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연말 '원 포인트' 개각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후임자로는 길태기 전 서울고검장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가운데 박성재 전 서울고검장도 후보군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