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앞두고 어김없이 '올드보이'들이 귀환 채비를 하고 있지만, '혁신'이 화두인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선 그들의 출마가 불편하다. 그렇다고 불출마를 강제할 수는 없는 만큼, 당은 향후 경선 정성평가 과정에서 이들에 대한 심사평가를 강화하는 등의 여러 방안을 고심하는 상황이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 등 이른바 올드보이들이 호남에서의 막강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내년 총선을 앞두고 몸풀기에 한창이다. 여기에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 신계륜, 이종걸, 전병헌 전 의원 등도 서울·수도권 등지에서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의 합류는 대여(對與) 투쟁 측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민주당의 혁신 흐름과는 역행한다는 지적이 많다. 중도층 확장 측면에서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그렇다고 당 지도부가 이들에게 불출마를 강요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헌법상 피선거권을 강제로 박탈할 수 없고, '올드'의 기준도 애매모호한 실정이다. 그렇다고 권고 수준에 그치자니 압박 강도가 너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개인의 결단 문제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당 지도부와 총선기획단은 올드보이에 대한 출마제한을 압박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최근 민주당에서 박병석(6선)·우상호(4선) 의원 등이 불출마를 선언했는데, 이런 불출마 기류가 이어지길 바라는 눈치다. 그러나 아직 추가 불출마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어 당도 답답한 상황이다.
이에 향후 공천관리위원회가 구성되면 당규상 정해진 정성(定性)평가 기준을 강화해 올드보이에게 사실상 페널티를 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당규 제10호 공직선거후보자추천 및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규정 제33조를 보면 지역구 후보자 심사 기준으로 '정체성', '기여도' 등 5개 항목이 적시돼 있다. 여기서 정체성이란 '당이 지향하는 가치와 비전, 철학을 가진 자'로 정의하고 있는데, 이 같은 항목에서 오늘날 혁신 흐름에 역행한다고 볼 수 있는 올드보이에게 낮은 점수를 부여함으로써 물갈이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관위가 총대를 매고 이들을 걸러내는 게 부담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경선 전 당 총선기획단 차원에서 올드보이에게 불출마를 권고하는 입장문을 내거나, 관련 지침 등을 문서로써 공관위에 전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 총선기획단은 지난 5일에도 회의를 가졌지만 올드보이 출마제한 방식과 관련해선 결론을 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