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점포를 찾은 어린이가 지폐투입구에 돈이 아닌 종이를 넣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잇단 무인점포 절도 사건에 누리꾼들은 "훔친 사람이 잘못"이라면서도 "무인점포 점주들이 스스로 보안강화를 하지 않으면 경찰력 낭비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6일 자영업자 커뮤니티에 따르면 '무인점 지폐투입구에 종이 넣는 아이'라는 제목으로 가게 내부 폐쇄회로(CC)TV 영상이 최근 올라왔습니다.
무인점포를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가 올린 글로 "이미 20분 전에 아이스크림 하나 훔쳐 가고는 다시 와서 지폐 투입구에 종이를 집어넣는다. 키오스크 고장날까봐 덜덜덜(무섭다)"이라고 남겼는데요.
CCTV 영상에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한 남자아이가 흰색 종이를 지폐 대신 지폐투입구에 넣으려는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실패하자 종이를 투입구 너비에 맞게 찢은 후 넣고, 기계가 종이를 뱉어내자 쓰레기통에서 다른 영수증을 주워 종이를 재차 넣는 모습입니다.
이에 한 누리꾼이 "무인점포 도둑들도 많고 힘드시겠어요"라는 댓글을 남기자 업주는 "오픈한 지 2개월 됐는데 도둑 2번, 계산 수량 불일치 3번 잡았어요"라는 답하기도 했습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신고된 무인점포 절도 건수는 6018건으로 집계됐습니다. 경찰이 무인점포 절도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21년 3월~12월 절도 건수(3514건) 대비 71.25% 급증했는데요. 지난해 하루 평균 약 16.4건씩 무인점포에서 절도가 발생한 셈입니다.
CCTV 설치 외 별다른 보안책이 없다보니 범인을 잡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작년 무인점포 범인 검거율은 68%(4127건)에 그쳤습니다. 잡았더라도 제대로된 손해배상을 받기 어렵습니다. 피의자 다수가 형사상 배상명령을 신청할 수 없는 만 14세 미만 형사미성년자기 때문입니다.
잦은 신고에 일선 경찰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소액 절도가 대부분인데다가 빈번해 다른 신고나 고소 건에 집중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경찰 A씨는 직장인커뮤니티 '블라인드'를 통해 "치안서비스가 무인점포에 집중되고 있다"며 "진짜 경찰이 필요한 국민들이 피해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경찰 B씨는 경찰이 왜 무인점포를 관리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며 "요즘 절도로 순찰 요청하는 무인점포 사장님이 엄청나게 늘었는데, 인건비를 아끼는 대신 어느정도 로스 나는 건 감수해야 되는 거 아니냐. 가게에 상주하든지 사설경비업체를 이용하든지 해라"라고 밝혔습니다.
무인점포 업주에 시달린 경험이 있다는 경찰 C씨는 "개인 경호업체처럼 부려먹으며 뭐가 없어졌는지 알아서 조사하라고 하더라"라며 "세금 받아먹으니 당연히 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그런 업주들 때문에) 세금이 낭비되는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누리꾼들도 절도에 취약한 무인점포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관련 기사 댓글에는 "인증 후 출입하는 등 운영 방법을 바꿔야한다. 훔친 사람이 잘못한 것은 맞지만 절도를 당한 후에도 그대로니 푸념으로 밖에 안느껴진다", "왜 본인이 써야할 인건비와 책임을 국가에 전가하느냐"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반면, "엄연한 절도를 경찰에 신고하는 게 왜 문제가 되느냐", "경찰에 알리고 부모님이 훈육해야 아이가 배울 것" 등의 의견도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무인점포에 들어갈 때 신용카드를 사전에 등록하는 시스템 등으로 출입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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