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통합론'이 가시화되고 있다. CJ ENM의 티빙과 SK스퀘어의 웨이브가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다. 합병이 완료되면 티빙-웨이브 통합 플랫폼은 국내 OTT 1위 자리에 올라서게 된다. 그간 국내 OTT끼리의 합병이 넷플릭스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로 여겨져 온 만큼 시장은 양측이 실제로 합병까지 이룰 수 있을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설은 N번째 나온 이야기다. 무려 3년 전 합병론이 제기됐다. 2020년 이태현 콘텐츠웨이브 대표가 국내 OTT의 승산을 '통합'에서 찾았고,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당시 부사장)는 한 행사장에서 "웨이브가 티빙과 합병하길 원한다"고 언급했다. 당시 합작법인 설립을 준비하고 있었던 티빙이 선을 그으며 일단락됐다. 올해 3월에도 웨이브 측은 티빙에 러브콜을 보냈다. 티빙 측은 비교적 신중론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두 OTT의 합병이 넷플릭스의 독주를 막을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은 꾸준히 제기됐다.
넷플릭스의 '독주'와 쿠팡플레이의 '추격'이 양사의 합병의 불씨를 당겼다. 티빙은 지난 8월 창사 이후 처음으로 쿠팡플레이에 국내 OTT 월간활성이용자수(MOU) 1위 자리를 내주며 위기에 몰렸다. 두 회사의 재무 우려도 합병론에 힘을 실었다. 티빙의 손실 규모는 2020년 61억원에서 지난해 1192억원까지 불어났다. 웨이브도 상황이 안 좋은 건 마찬가지였다. 2019년 출범 당시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투자 조건으로 5년 이내 기업공개(IPO)를 약속했다. 기한은 내년 11월까지. 상장이 불발되면 웨이브는 전환사채(CB) 2천억원을 상환해야 한다.
결국 두 회사는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들의 '자본력'과 쿠팡플레이의 '성장세' 속에서 '대형화'에 나서야 한다는 공감대를 이루며 합병에 한 걸음 다가서게 됐다. CJ ENM과 SK스퀘어 측은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서다. 양측은 실사 및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를 거쳐 내년 초 본 계약을 맺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양사가 합병할 경우 단숨에 933만명에 달하는 이용자를 보유한 초대형 OTT로 재탄생할 수 있다. 티빙과 웨이브의 월 이용자 수(지난달 말 기준)는 각각 510만명, 423만명이다. 가입자 이탈이 없다면 OTT 시장 점유율은 넷플릭스와 근접해진다. 현재 월 이용자 수 1위는 넷플릭스로 1137만명으로 압도적이다. 2위는 쿠팡플레이로 527만명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콘텐츠'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티빙은 국내 케이블 드라마와 예능을 중심 콘텐츠로 삼고 있고, SKT와 지상파 3사가 합작해 만든 웨이브는 지상파 드라마와 예능 콘텐츠를 그대로 볼 수 있다. 양사의 합병으로 국내 콘텐츠를 총망라할 수 있는 유일한 플랫폼이 되는 셈이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오리지널 콘텐츠에서는 여전한 약세가 불가피하지만 5대 채널(tvN, JTBC, SBS, KBS2, MBC) 콘텐츠를 한 번의 구독으로 질길 수 있고 넷플릭스의 글로벌 경쟁 OTT 오리지널 드라마를 시청할 수 있는 점이 강점"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아직 넘어야 하는 난관도 적지 않다. 우선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를 거쳐야 한다. 지난해 공정위는 티빙과 시즌의 기업결합 심사 당시 양사 합산 버유율이 18.05%로 1위인 넷플릭스의 38.22% 절반에도 못미친다고 봐 합병을 승인했다. 그러나 이번에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하면 점유율이 32%에 달한다. 공정위가 까다롭게 심사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합병 비율도 관건이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비상장 자회사를 40% 이상 보유해야 한다. CJ ENM이 합병법인 지분율을 40% 이상 유지하려면 지분을 추가로 매수해야 한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CJ ENM이 티빙-웨이브 합병 후 지분율 40%를 유지하려면 상당한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면서 " 플랫폼 모두 다양한 SI(전략적 투자자)와 재무적 투자자(FI)들이 존재해 모두를 충족하는 거래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