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원희룡 "전광훈 안 만났다"더니…대기실 찾아갔다

너알아TV 유튜브 영상 캡처

원희룡 국토부장관이 후임 장관 지명 후 정치 재개 첫 행보로 전광훈 목사 중심 보수 기독교 집회에 참석해 강연을 했다는 CBS 노컷뉴스 보도 뒤 원 장관은 "(전 목사와) 만나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취재 결과, 원 장관은 이 집회 연설 뒤 전 목사 대기실을 직접 찾아 인사를 나눈 것으로 확인됐다. 두 사람이 만나는 장면이 영상에 포착됐다.


"전광훈은 만나지도 않았다"

원 장관은 5일 국회에서 만난 기자들이 전 목사 관련 행사에 참석한 취지를 묻자 "제가 기독교이지 않느냐"며 "거기 와서 간증해 달라고 해서 신앙 간증에 다녀왔을 뿐 누가 어떤 내용으로 (강연)하는지 잘 모르고 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신이 밝힌 보수통합 구상과 관련해 "한 사람이라도, 한 계층이라도 넓어지는 게 보다 좋은 정치고 나라가 잘되는 길이라고 본다"면서도 "제 시선은 어떻게 보면 중도 쪽을 바라보고 있다. 그런 집단(전광훈 측)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기자들이 전 목사 교회 알박기 논란 관련 논의가 있었는지 묻자 원 장관은 "(전 목사와) 만나지도 않았다"며 "어제(4일)는 기독교인, 장관으로서 초청받아 간 거지 다른 해석은 제 뜻과 벗어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환한 표정의 전광훈…원희룡이 다가갔다

전광훈 목사 대기실에 찾아가 인사한 원희룡(왼쪽)·인사 후 대기실을 나서는 모습. 815광복TV 유튜브 영상 캡처

그런데 CBS노컷뉴스가 확보한 영상을 보면 당시 간증을 마치고 강연장을 빠져나온 원 장관은 건물 밖으로 나가기 전 주변 관계자들의 안내를 받아 전 목사 대기실을 찾았다.

이곳에서 전 목사는 환한 표정과 큰 목소리로 원 장관을 맞이한 뒤 악수를 건넸다. 원 장관은 수초 뒤 발길을 돌려 밖으로 빠져나왔다. 정황상 대화를 길게 나눌 상황은 아니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 목사를 "만나지도 않았다"는 원 장관의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지게 됐다. 영상을 게시한 유튜브 이용자는 "원희룡 장관 특강 후 전 목사님 마다에도 깍듯이 인사하고 가시겠다니"라는 언급을 제목에 달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원 장관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원 장관이 전 목사를 만나지 않았다는 건 '알박기 논란을 논의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던 것"이라며 "그것과 관련해서 따로 만난 적은 없다는 말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광훈 목사 대기실에서 나오는 원희룡. 815광복TV 유튜브 영상 캡처

정치 재개 첫 행보가…

이날 원 장관은 경북 경주의 한 호텔에서 열린 '경북·대구 장로총연합 지도자대회'에 참석했다. '장로연합'이라는 이름을 내세웠지만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 국민운동본부(대국본)'가 주최한 집회였다.

원 장관은 기립 박수를 받고 연단에 선 뒤 "오늘 장관 명단이 발표가 됐다. 국토부 첫 장관으로서 임기를 마치는 발표를 받고 여러분을 뵈러 온 게 처음 일정이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약 40분간 신앙 간증을 나눈 원 장관은 말미에 "공산주의와 이념에 의한 지배, 그리고 우상, 이걸 꿈꾸는 북한과 주변에 이런 기운을 우리가 믿음, 헌신, 희생으로 이겨내고 자유, 복음, 통일을 이룰 뿐 아니라 국민통합을 이뤄내고 제사장 나라로서 빛을 발할 때가 왔다"고 밝혔다.

또 "이제는 정치 영역에서든 내면의 마음의 영역에서든 여러분들처럼 손잡고 함께 하나님의 주권을 세워나가는 일에 앞장서고 헌신하겠다. 눈물로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너알아TV 유튜브 영상 캡처

이후 집회 사회자가 '원 장관님이 앞으로 대한민국을 위해 어떤 일을 하면 좋겠냐'고 참석자들에게 묻자 마이크를 넘겨받은 원 장관은 "저는 앞으로 다가오는 국가의 운명이 걸린 일에서 제가 해야 할 일을 하겠다"고 답했다.

차기 총선 출마 의지를 재확인한 발언으로 보인다.

원 장관은 여기에 더해 "뭐냐 하면, 딱 한 사람을 붙들어야 한다. 우리 대한민국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걸림돌을 붙잡고 제가 헌신하고 희생하겠다"고 부연한 뒤 자리를 떠났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 출마 의지를 에둘러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원 장관이 자리를 벗어난 뒤 집회 사회자는 "제가 아까 원희룡 장관에게 이재명하고 한판 붙을 것이냐 물어보려 하다가 선거법에 걸릴까 봐 안 물어봤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날 집회에서 원 장관과 전 목사가 나란히 서지는 않았다. 원 장관이 내려간 뒤 연단에 올라온 전 목사는 "와따 원희룡 간증 잘하네. 웬만해서는 내 마음에 안 들거든. 아주 쏙 빠지게 하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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