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살해한 뒤 교통 사망사고로 위장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육군 원사가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5일 제3지역군사법원 제2부는 살인과 사체손괴, 보험사기특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47)씨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앞선 지난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구형한 징역 30년 보다 5년 더 많은 형량을 선고받았다.
A씨는 지난 3월 7일 오후 11시 8분쯤 강원 동해시의 자택에서 아내 B(40)씨가 알지 못했던 가계 부채가 들통나자 다투던 중 안방에서 목을 졸라 의식을 잃게한 뒤 이튿날 새벽 아내를 차에 태우고 고의로 옹벽을 들이받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아내를 여행용 가방 안에 넣어 지하 주차장으로 옮긴 뒤 차량 조수석에 엎어놓은 형태로 B씨를 싣고 안전벨트도 채우지 않았던 사실이 드러났다.
최초 사고 직후 B씨는 발목 뼈가 피부를 뚫고 나올 정도로 심한 골절상을 입었지만 소량의 혈흔 밖에 발견되지 않고 이를 수상히 여긴 경찰이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A씨가 모포에 감싼 B씨를 차에 태운 뒤 수 차례 사고 지점 주변을 맴도는 모습이 확인됐다.
범죄 연루 가능성을 살핀 경찰은 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했고 그 결과 '경부 압박'과 '다발성 손상'이 사인으로 지목됐고 군은 수사 끝에 A씨를 살인과 사체손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결과 A씨는 2020년 2월 '군 간부 전세금 대부'계약으로 대출 받은 7천만 원을 상환하지 못해 5차례에 걸쳐 납입고지서와 독촉장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말까지 누적된 이자는 997만 5천 원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정에 선 A씨는 아내가 평소 우울증 증세를 앓고 있었던 점을 토대로 안방에 들어갔을 당시 이미 B씨가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상태였으며 고의 교통사고가 아닌 과실로 인한 사고라는 주장을 폈다.
사건을 살핀 재판부는 사체 부검 감정서와 법의학적 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B씨의 사인이 경부압박과 질식으로 사망에 준하는 의식 소실 상태에서 교통사고로 인한 다발성 손상이 동반돼 사망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피고인 측의 극단적 선택 주장과 달리 피해자의 목 부위에 삭흔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고 사용했을 만한 것으로 추정되는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피고인 측이 주장한 우울증으로 인한 극단적 선택 가능성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과거 우울증 등 정신 병력이 극단적 선택을 염려할 정도로 보이지 않으며 사건 당일 행동도 이를 결의한 사람의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며 A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수사 초기 단계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는 납득할 수 없는 변명과 객관적 상황이 모순되는 진술로 일관했고 범행에 대한 참회나 반성 등의 감정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범행의 중대성과 범행 이후 피고인의 태도 등을 종합하면 장기간 우리 사회로부터 격리해 그 죄책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이 끝난 뒤 나온 피해자의 남동생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통곡했고 법정에서 나온 A씨를 향해 "얼마나 더 힘들게 할거냐. 그만 하자"며 오열했다.
피해자 측 법률대리를 맡은 빈센트 법률사무소 남언호 변호사는 이날 "처음부터 유가족은 피고인에 대한 악감정이 없었고 왜 누나가 사망했는지 진실을 알고 싶었을 뿐이었다"고 말했다.
"과학수사에서 목 맨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고 국과수 부검 결과에서도 경부압박으로 인한 질식이라는 사인이 나왔는데도 피고인은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고 납득할만한 변명으로만 일관했다"며 "이번 사건은 대표적인 밀실 살인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군 검찰과 피고인 측은 조만간 항소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