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권(울산 현대)은 시즌 도중 중동으로부터 거액의 오퍼를 받았다. 어느덧 선수 생활의 마지막 페이지를 준비하고 있는 시점. 거액의 오퍼는 한 가정의 가장인 김영권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김영권은 울산 잔류를 선택했다.
선택의 결과는 달콤했다. 울산의 K리그1 2연패, 그리고 MVP 수상으로 돌아왔다. 김영권도 MVP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었다.
김영권은 4일 열린 하나원큐 K리그 2023 대상 시상식에서 K리그1 MVP로 선정됐다. 감독들로부터 6표(30%), 주장들로부터 4표(30%), 미디어로부터 55표(40%)를 받으며 환산점수 44.13점을 기록, 제카(포항 스틸러스)를 따돌렸다.
2021년 홍정호(전북 현대) 이후 2년 만의 중앙 수비수로서 MVP를 받았다. 앞서 1983년 박성화, 1985년 한문배, 1991년 정용환, 1992년 홍명보, 1997년 김주성을 포함하면 중앙 수비수의 7번째 MVP 수상이다.
김영권은 시상식 후 기자회견에서 "사실 최대한 가정적으로 살기 위해 노력하는데 잘 안 된다. 축구를 하다 보니 집에 소홀하게 된다. 집에 신경을 못 쓰니 아내 혼자 해야 할 일이 많아졌다"면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봤는데 티 한 번 내지 않고, 끝까지 나를 위하는 것이 보여서 울컥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아내가 쐐기 아닌 쐐기를 박았다. '내년에 더 잘해야겠네'라고 했다. 더 책임감을 가지게 됐다"면서 "아내 말을 들어야 가정이 평화롭다고 한다. 내년에는 올해 했던 것 만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김영권은 2010년 일본 FC도쿄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오미야 아르디자를 거쳐 중국 광저우 헝다, 일본 감바 오사카에서 뛴 뒤 2022년 K리그에 첫 발을 내딛었다.
김영권의 입단과 함께 울산은 우승의 한(恨)을 풀었다. 17년 만의 K리그1 우승. 김영권도 K리그1 베스트 11에 선정됐다. 2023년에도 빛났다. 32경기에 출전해 울산 수비를 이끌었다. MVP, 그리고 2년 연속 베스트 11까지 거머쥐었다.
사실 MVP는 없을 수도 있었다. 중동의 오퍼에 흔들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과 면담 후 울산 잔류를 선택했고, 2연패와 MVP라는 기쁨을 누렸다.
김영권은 "사실 오퍼가 왔을 때 당연히 사람이기에 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면서 "감독님과 2~3시간 면담 후 안 가기로 결정했다. 감독님의 경험과 인생의 중요한 시기에서의 선택을 그 때 많이 배웠던 것 같다. 안 간 것은 정말 후회가 없다. 여기 남아있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주셨다"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사실 금전적인 부분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것과 바꿀 수 없는 MVP라는 자리로 충분히 충족이 됐다"고 활짝 웃었다.
1990년생. 어느덧 축구 인생의 마지막 페이지를 준비할 시기가 됐다. 김영권 스스로도 "선수 생활의 마지막 페이지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영권이 팬들에게 남기고 싶은 인상은 '진심'이었다.
김영권은 "가장 중요한 것은 아직 이루지 못한 아시안컵이다. 현 시점 가장 중요한 커리어가 될 것 같다. 울산에서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라는 큰 목표를 가지고 입단했는데 지난해 아쉽게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올해 기회가 남았다. 토너먼트에 진출해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항상 하는 말이지만, 팬들이 봤을 때 한국 축구에 필요한 존재든, 아니는 '김영권은 대표팀에 진심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